가정주부들이 노래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일부 탈선주부들이 스텐드빠로 몰려드는 것과 달리 이들은 자발적이고 돈을 벌기위한 생계형과 자녀 교육을 위한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가정경제가 파탄나면서 가정이 해체되고 이혼율이 증가해 지난 5년동안 이혼율은 OECD국가 중 1위에 달할 만큼 가정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이처럼 도우미로 몰려들게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포함한 자녀양육비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자녀양육비 부담과 이혼증가 등 외환위기 이전과 크게 달라진 사회경제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주부들은 결혼하면서도부터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히 가장역할을 해야하는 이혼여성들은 자녀교육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 자녀 한명이 태어나서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자그마치 2억3200만 원. 전체 양육비 중 37%는 교육비로 지출되며 전체 교육비 지출 중 60%가 사교육비다. 더구나 이는 해외 어학연수 비용, 재수나 휴학 기간에 지출하는 학원비 등은 빠진 것이어서 실제 사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전국출산력 및 가족보건 및 복지실태 조사결과’에서도 자녀양육에 대한 높은 책임감과 양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됐다. 자녀양육비 구조 및 규모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가구의 평균 자녀1인당 양육비는 86만5천 원으로 2003년(74만 원)보다 15.6%나 증가했다. 자녀 양육비 중 자녀 1인당 개인비용이 55만6천 원으로 2003년(45만4천 원)에 비해 22.5%나 증가했다. 사교육비가 20만3천 원으로 2003년(15만2천 원)에 비해 33.6%나 증가했다. 공교육과 사교육비가 전체 자녀 1인당 개인비용 중 60%에 이를 만큼 주부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등으로 실직하면서 자영업으로 전환하고 퇴직금 등을 이용해 증권투자에 나섰지만 실패하면서 가정경제가 파탄으로 내몰렸다. 빈익부 부익빈이 심화되고 이혼과 자살 등 가정해체와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임금인상폭이 적은 것에 비해 교육비 부담 등 지출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 요인은 가장 큰 이혼사유로 부상했고 이혼율의 급증으로 이어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가장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가정이 파탄나면서 이혼율은 급증세를 보여오며 특히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부양해야하는 30~50대의 중년이혼이 늘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인간의 건강상태가 7년에 한번씩 변화하고 이에 따라 결혼생활도 7년째에 위기가 출현하는 것으로 여겼다.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출연했던 ‘7년만의 외출’에서처럼 결혼 5~10년만에 이혼율이 가장 많이 나타나 한창 키워야할 자녀들을 낳은 주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10월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출산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 출산가구 표본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1.7명을 기록했던 1996년 이후 급상승해 2003년 3.5명으로 늘었다. 다행히 최근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6년 현재 이혼율은 여전히 2.6%로 외환위기 직전 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이혼한 부부를 연령별로 보면 전체 이혼 12만5천건 가운데 남성은 40대가 4만7천명으로 38%를 차지했고, 50대는 15%였다. 여성은 30대가 41%, 40대가 32%, 50대가 9%로 나타나 이혼여성 가운데 30~40대가 10명 중 7명꼴을 넘었다. 결혼기간에 따라 이혼사유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년 이상된 잉꼬부부들조차 이혼원인이 경제문제(30%)가 성격차이(24.2%), 외도(20%)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1970년대 파경이유와는 크게 상황이 달라졌다. 이 당시 파경이유는 배우자 외도가 26.2%로 가장 많았으며 성격차(23.5%), 경제문제(18.1%), 학대·폭력(14.8%) 등의 순이었다. 조사를 담당했던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위원은 “최근에 결혼한 부인일수록 외도로 인한 이혼율이 낮아지는 반면에 성격차이와 가족부양의무 불이행 등으로 인한 이혼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도우미의 연령대가 30~40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며 대부분 생계형이나 자녀교육비를 벌기 위한 것이다. 최근의 가정해체 세태를 반영해 일부 대학에서는 96년부터 11년째 ‘부모되기 강좌’를 개설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성의 독립적인 경제능력이 향상되고 재산분할 등이 일반화되면서 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여성들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먼저 이혼을 제의한 쪽은 부인이 72%나 돼 남편(24.4%)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 남편의 가족부양 의무 불이행으로 참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혼을 선택하는 순간 여성들의 대부분이 스스로 집안 경제를 꾸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여성가장’이고 더구나 자녀양육까지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혼 후 18세 미만 자녀의 동거자는 부인이 74.3%로 압도적인데 비해 남편은 20.4%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자녀가 어머니와 함께 살 때 중복응답을 포함한 양육비 제공자는 어머니가 91.7%였고, 아버지는 16.6%에 불과했다. 정부로부터 제공받는 경우도 25.4%인 반면 자녀가 아버지와 살 때 정부 지원은 2.2%에 머물러 이혼 후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부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주부들이 갈 곳은 그리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할인점 등 판매점이나 음식점 등 서비스업의 비정규직으로 임금 역시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감자탕집이나 갈비집·횟집 등에서 서빙을 하며 받는 돈은 고작해야 버는 돈이 한달 60만~7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식집은 그나마 나은 편이어서 한달 120만 원 정도에 손님이 주는 팁까지 합하면 한달 170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험설계사와 신용카드회사의 카드회원 모집에도 여성취업이 몰리고 있지만 대부분 건당 수당을 받는 것이어서 수입이 불안정하고 많아야 12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시근로자 1가구당 소득이 300만 원을 넘고 도시근로자 1가구당 소비가 200만 원을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차상위 계층으로 지원을 해야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대부분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절차가 까다롭거나 지원요청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해 중도에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여성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몰리는 이유는 도우미는 술집 접대부와 달리 술을 먹지 않아도 되고 몸을 팔아야하는 부담에서 자유롭다. 특히 짧은 시간에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도우미들 역시 건당 수당 개념은 같지만 노래방 손님의 호출을 받고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대가로 한시간당 2만 원씩 지급받는다.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하루 6~7시간 활동하면 하루에 평균 1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달에 250만~3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어 가정주부들에겐 적지않은 수입이다. 사회적 약자인 주부들에게 취업기회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이고 여성으로서 도우미 만큼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노래방 도우미는 가정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특히 자녀를 키우는 이혼여성들에겐 인기(?)있는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2004년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를 발족한 정부는 이듬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수립한데 이어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년동안 18조9000억 원을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비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보육예산은 1996년 1103억 원에서 2006년 1조574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복지재정비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28%로 크게 늘었다. 국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자녀양육관련서비스도 다양해졌다. 덕분에 최근 다시 출생아수가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녀 양육이 저출산 문제에 치중하다보니 0~5세의 영유아에 그쳐 18세 미만의 청소년 학생을 둔 가정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도우미로 나서는 주부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