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자는 거야”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마자 검찰과의 대화에서 이같은 말을 던지면서 사정 권력의 핵인 검찰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으며 이를 계기로 검찰 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도 참여정부의 공약으로 내세운 ‘공직부패수사처’를 설치하려했으나 검찰 내부의 반발로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설치를 들고 나왔다. 지금 삼성그룹의 떡값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검찰은 범여권의 대선후보들이 들고 나온 특검제로 인해 공수처 신설에 대해 반발할 힘이 없는 상태다. 이와관련, 청와대도 공수처 설치를 들고 나왔다. ■청와대 공수처 설치 책임 커 청와대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고위공직부패수사처’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은 정부가 2004년 11월에 제안한 것으로 청렴위 산하에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전담할 별도의 수사기구로 공수처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 법안은 우리 공직사회가 낡은 관행과 권력형 비리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사기구를 상설기구로 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수사대상은 차관급 이상 전·현직 공무원, 국회의원, 판·검사,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그 가족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법안을 정부가 제출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 국회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고 2005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 법안에 반대해 별도의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그 논의도 진전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 부분에 의지를 갖고 있는가 매우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국회는 삼성특검법안의 논의와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공수처법안에 대해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에 대비하기 위한 법안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검논란 막는 방법은 공수처뿐 특히 “공수처에 대해서는 정동영 대선후보나 문국현 대선후보도 이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며 “미룰 필요가 없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정작 공직부패수사처가 신설되지 않은 책임에 상당부분 청와대에 있음에도 자신들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수처가 좌초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와 당시 여당이 부방위 산하에 공수처를 신설하겠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야당들은 야당탄압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막았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청와대가 정말 공수처 도입을 원한다면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정부안부터 수정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2004년 제출한 공수처 신설법안은 공수처를 국가청렴위원회 산하에 두도록 하고 있어 독립성 확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독자적 기소권 역시 보장하고 있지 않아 검찰의 견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견제하고 부패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로 정치적 시비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가 설립되어 봐야 검사들의 자리 만들기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독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독립적 국가기구로 신설해야 한다고 참여연대는 밝혔다. 공수처를 신설해야 하는 이유는 검찰의 수사에 대한 독립성과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권력형 부패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각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독자 수사권·기소권 부여 독립 국가기구로 이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느니 표적수사라느니 말들이 많았다. 또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연루되어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은 김경준 씨의 송환을 기다리며 사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하여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공정성이 의심받을 상황이다. 또한 지난달 29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비자금조성과 뇌물공여를 양심고백 하였지만 검찰은 ‘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수사를 계속 미루더니, 고발이 들어오자 말을 바꿔 ‘떡값검사리스트 제출해야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결국 지난12일에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있은 지 열흘을 훨씬 넘긴 후이고 증거를 폐기하거나 조작하고 관련자를 도피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을 삼성에 제공한 꼴이다.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정의구현사제단은 검찰의 요구대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를 비롯한 뇌물수수 의혹이 있는 검사 명단을 공개하였다.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수사 지휘라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총장이 수사대상인 사건의 수사 지휘를 스스로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되었고,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고 공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에서 최선의 방안은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법뿐이다. 어제 대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은 공동으로 특별검사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수사범위를 달리해 독자 법안을 제출키로 한데 이어 청와대의 재의 요구까지 겹쳐 정작 삼성비자금에 대한 특별검사가 언제쯤 임명되고 수사가 언제쯤 진행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이러한 소모적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안은 공직부패에 대한 수사를 전담할 상설 수사기구인 독립적인 공수처를 신설하여 각종 권력형 부패 사건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 말고 공수처에 독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독립적 국가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참여연대는 강조했다. <홍기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