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경준 씨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막판 돌발악재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과잉 충성론자와 세력확장에 급한 나머지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당내 인사들의 오버행동에 따른 부작용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인 백일섭 씨는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이회창 출마 규탄 대회 및 필승결의대회’에서 “친구끼리 만나 같이 일을 하다가도 슬쩍 빠져버리면 뒈지게 맞는다”며 이회창 후보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비난했다. 백 씨는 “법관도 지내고 당 총재에 대통령 후보를 두번이나 지낸 분이 그런 배신을 하면 되나. 밤거리 다니지 말아야지, 뒈지게 맞기전에…”라고까지 했다. 당의 입 역할을 하는 나경원 대변인은 또 한번 앞서 나가 당내 일각에서는 아무래도 대변인으로서 의욕만 앞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이 임박해오는 시점에서 표정관리를 잘해야하는데 자칫 나 대변인의 돌출발언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대변인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한나라당으로 영입됐다는 설익은 발표를 했다가 당사자로부터 불쾌한 반응을 샀다. 나 대변인은 잠시 뒤 서둘러 영입발표를 유보한다고 급히 수정했다. 당내 한 인사는 “진 전 장관은 참여정부내의 최장수 장관으로 지난 해 경기도지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기위해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만큼 신중했어야 한다. 벌써 두번째다. 차라리 대변인직을 그만 두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나 대변인은 앞서 비공식 라인인 백악관의 한 보좌라인과의 과거 인연을 매개삼아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잡혀있다며 부시도 인정하는 이명박 후보 띄우기를 했다가 망신을 산 바 있다. 홍준표 의원 역시 지난 14일 “(김 씨 측으로부터) 140억 원 소송 취소와 범죄인 인도를 취하해 달라는 협상이 들어 온 적이 있었다”면서 “범죄인과 협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거절했다”고 주장하며 김 씨에 대해 인격모독성 발언을 했다. 백 씨의 발언은 이회창 후보가 대구방문에서 계란테러를 당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나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악수는 이회창 후보와 김경준 씨 측의 즉각 반발을 샀다. 이회창 후보 측 조용남 부대변인은 14일 “백 씨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은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지를 의심케 한다”며 “한나라당은 이 후보에게 테러를 하겠다는 것인지 선전포고인지 공식입장을 밝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경준 씨의 어머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백 씨는 서둘러 말을 바꾸며 진화에 나섰다. 백 씨는 “전혀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면서 “비유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백 씨는 “이회창 후보를 직접 거론하며 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혹시라도 본인이나 지지자분들께서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백 씨가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위원회 문화예술분야 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당으로선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강재섭 대표도 최고위원회에서 “모 탤런트가 나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우리당과 전혀 관계가 없고 개인 돌출행동”이라며 “그런 발언으로 인해 이 후보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당으로서는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BBK 주가조작이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한나라당이 성추행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자신감이 자칫 오만함을 키워 막판 유권자들의 무서운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