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에 따른 비난과 출마촉구가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는 권현철 의원마저도 ‘대선출마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등 이회창 씨의 무소속 출마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전신부터 국회 부의장을 지냈고 7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오세응 전 의원도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정치선배이자 경기고 선배로써 후배에 대한 안타까운 쓴 소리를 뱉어내고 있어, 이회창 후보 출마에 따른 비난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을 만난 곳은 성남분당의 한 음식점.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꾸준히 건강을 위해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 전 국회부의장은 10년은 젊게 보일 정도로 건강미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나이 75세, 손자들의 재롱만 보고 살 나이임에도 여전히 나라 걱정에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취재기자를 만나자마자 이회창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우려부터 쏟아냈다. 대쪽으로 알려진 사람이 국민과의 약속도 저버리고, 민주주의의 후퇴와 정당정치를 말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회창 후배를 지켜줄려고 노력했기에 이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지난 97년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후배를 도와, 미력하나마 선배의 자존심을 버리면서 까지 도와주었는데, 지금 모습은 한심하고 슬픈 생각까지 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익호 기자>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그 유명한 경기고등학교 출신이다. 이회창 후보의 1년 선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를 했음에도 지지하고 믿어주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작금의 현실이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는 오 전 국회부의장은, “이번 대통령 후보가 된 후에 하는 일들이 나의 생각은 물론, 자신이 살아왔던 생각과 좀 달라서 서슴없이 후배에게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었다”며 지난97년 대통령 후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들에 대해 조목조목 쓴 소리를 내뱉었다. ■97년 대선후보시절 JP와 연대문제와 김대업의 병역의혹 조작 문제 대처 실패했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이회창 후보가 지난 97년 대통령 후보였을 때 “JP의 내각책임제를 걸고 협상을 하라고 했으나 이회창 후배가, 내각책임제는 시기상조이고 JP와 연합하면 젊은 지식인층의 표를 잃을까봐 연대를 거절했다”며 그날의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결국 DJP연대로 인해 충청권에서 30만 표 이상을 DJ에게 주는 꼴이 되었다는 것을 이회창 후보는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옛 기억을 상기시키고, 그때의 잘못된 선택임은 물론,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임을 강조 했다. 또한 김대업이 조작한 불법병역 면제 사건도, 자신을 비롯해 주변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이 문제의 초점은 합법·불 합법의 문제가 아니라, 비위에 거슬리겠지만 공손히 군대에도 못간 아들을 낳은 자신의 부덕을 용서해 달라는 취지의 태도변화를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이회창 후보는 불쾌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며 정치의 미숙함도 지적했다. ■선거자금과 관련, 깨끗한 척 하는 이회창 후보는 위선이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총알(선거자금)의 필요성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것에 대해 위선적인 태도라고 이회창 후보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기택 전 총재에게 들었다”고 전하고, “선거3일 전 이기택 전 총재가 판단하기에 부산과 경남지역이 이인제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어, 이 전 총재가 직접 부산시의 ‘ㅋ호텔’로 찾아가 이 문제를 놓고 이회창 후보와 논의를 하려고 했으나 만날 수 없어, 대신 이 후보의 부인에게 총알(선거자금)을 여유 있게 보급 해야겠다고 말했다가 묵살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해 주었다. 이에 오 전 국회부의장은 이기택 전 총재에게 ‘돈이 없어서 그랬겠지요’ 라고 했더니, 이 전 총재는 오 전 국회부의장에게 순진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이회창 후보는 자금이 있어도 당선이 확실하다고 생각해 나의 건의를 안 들은 것 뿐”이라며 씁쓸해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그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는 것이 오 전 국회부의장의 전언이다. 선배로써 이 후보를 위해 국회부의장 판공비·세비 그리고 친구들에게서 얻은 자금 등을 다 투입하고도 자금이 없어, 할 수 없이 이 후보의 최 측근 S모 씨에게 “이 총재에게 말해서 지원을 받아야겠다고 말을 했더니 나중에 재벌 후배가 1억 원을 갖고 왔다”며 “순진한 생각에 그 사용 내역을 기록하여 총재에게 보고했더니 그 기록을 보지 않고 밖에만 쳐다봐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 했다. 그러면서 오 전 의원은 “이 후보가 그러한 불법자금을 모르는 일처럼 하려고 모르는 척 했겠지만 그 당시 선배로서 혹시 문제가 된다면 자신이 책임질 각오까지 가져가며 희생하려고 했는데 그런 대접을 받아 기분이 몹시 상했다”며 “그런 지도자를 따랐어야 했는지…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망감이 들었다”고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이회창 후보 무소속 출마는 민주주의를 후퇴하는 것이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이회창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출마로 인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정당정치를 말살하는 행위이며, 나라의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혼란하게 만드는 최악의 행위”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20~30% 지지율은 거품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이회창 같은 엘리트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후퇴로 가는 선구자가 되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내가 지적한데로 부족함도 많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도 할 수 있는 후배가 되기를 바란다”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향후, 이회창 후배에게 할 말은 많지만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지난 일들을 충고하고 쓴 소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를 희망한다”며 “후배가 말하는 것처럼 이명박 후보가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선거3일 전까지 아무문제가 없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익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