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동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노정추)가 노조활동 탄압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한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 등에도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경협의회, 사실상 노사관계 , 대리-비우호 직원 당선 막았나 이 같은 사실은 지난 해 10월,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 배인수 씨(37)를 비롯, 노정추 회원 일부가 출마,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포항 5명, 광양 4명, 서울 포스코 센터 1명 등 모두 10명의 근로자 위원을 뽑는 선거에 광양제철소 노정추 회원 3명이 출마했다. 노정추는 1인1표제로 실시되는 근로자위원선거에 직원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 당락여부를 떠나 노조 정상화를 위한 활동을 직원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포스코 전체 직원 1만9000여 명 대비 조합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노조다. 그런 탓에 노경협의회를 통해 포스코의 노사관계의 틀이 대부분 정해 진다.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복리나 권익향상·임금문제 등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포괄적으로 합의하는, 사실상 사 측과 2만여 직원들을 대표하는 창구인 것. 포스코 노동조합의 임단협 가이드라인도 이 노경협의회의 협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정추는 회원 3명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부터 사 측의 회유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출마를 선언한 뒤 이후 십수 차례에 걸친 면담을 통해 불출마를 종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정추 회원들은 출마를 위해 추천인으로 서명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해 10월 18일, 부서 간부들과의 면담과정을 담은 녹취록을 통해 일부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 ■노정추, “회사 간부들 통해 불출마 종용했다. 증거 녹취록 있다” 노정추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선거를 10일 앞둔 지난해 10월 17일, 재질시험과 A과장이 배인수 후보자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선거에 나가지 말라”며 잘 생각해서 판단하라고 설득한 것을 비롯, 선거전까지 이 같은 후보자 탈퇴 종용행위를 거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녹취록은, A과장이 “네가(배인수) 강경하게 나간다는 공약을 알고 추천해 준 것이냐. 모르고 추천해 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서명한 행위는(추천자들이)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그 상처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추천인들에게)회사에서 어떻게 피해를 줄려는지 모르겠다”며, 추천인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만이 보관할 수 있는 추천인 명단이 외부로 유출돼 추천인을 압박하는 등 나타난 증거와 정황 상 회사 측의 광범위한 선거개입이 있었다는 게 노정추의 주장이다. 노정추는 “출마하고 난 뒤, 직계 간부들을 통한 사 측의 방해와 회유가 계속됐다. 특히 추천인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아왔다”며 “포스코가 얼마나 반노동적인 기업인지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인수 씨는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 선거자체를 무효화 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당시, 출마결정이 당선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에게 노정추의 존재와 활동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며, “2009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회사도 당선보다 노정추의 활동으로 직원들의 동요나 지지세 확산이 더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선거개입 의도 없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사실과 다르다”며 노정추의 주장을 일축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선거개입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광양제철소 이종덕 노무부장은 “당시 선거분위기는 건설노조의 포스코본사 점거 등으로 직원들이 (강경성향의) 노정추에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들(노정추)의 주장은 설득력 없는 억지”라고 말했다.
다만 “배인수 씨의 경우, 당시 업무가 바뀐 지 2개월 밖에 안 된 시기여서 직원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서과장이 개인적인 입장을 전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단 유출의혹에 대해서도 “포스코 본사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명단을 전달하려 했을 뿐 추천인을 압박하기 위해 유출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노조탄압 주장에 대해서도 광양제철소 측은 “직장 동료나 상사들이 힘든 길을 가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 면담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했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문제점에 대해 상사로써 상담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를 녹취해 공개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이러한 노정추의 주장은 지난해 11월 보도된 ‘한겨레신문’을 통해 처음 공개된 포스코의 ‘노조 및 노경협의회 선거 개입 계획’을 그해 10월에 치러졌던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선거에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그대로 실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