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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부펀드가 몰려온다

국내 기업, 향후 SWF 움직임 예의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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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호 ⁄ 2007.11.19 14:39:05

최근 국부펀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장세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유발한 신용경색 위기 이후 반세기 전에 태동한 금융자본의 한 형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이하 SWF)가 바로 그것이다. SWF는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심화되던 2007년 중반, 글로벌 유동성의 신규 공급자로 환영 받았다. 그러나 국제금융계의 환대는 잠시 뿐이었고 지금은 SWF의 투자 활동에 대한 선진국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시장의 구도를 변화시키거나 글로벌 경제의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SWF는 수익 창출 위한 정부의 투자기구 < /b> SWF란 중앙은행(통화정책 당국)이 관리하는 외환보유고와는 분리하여 운용되는, 정부가 다양한 재원을 기반으로 조성한 수익 창출 목적의 투자기구(회사 또는 펀드)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SWF에 대한 이 같은 개념은 각국의 연기금 뿐 아니라 환율 안정이나 통화량 조절을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 또는 통화정책당국이 공식적인 외환준비금(Official Reserves) 성격으로 보유한 외화자산은 제외한다는 인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SWF의 자산 총액이 2007년 현재 약 2조 달러 수준(최소 1.5조 달러~최대 3조 달러)일 것으로 추정한다. 자산(AUM 기준: Assets Under Management) 규모로는 각국의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약 60조 달러(2006년 기준)에 비하면 아주 작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관리하는 약 5조 달러의 외환보유고(Official Reserves)에 견주어도 절반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헷지펀드의 자산은 약 1.5조 달러 수준이다. 심지어 글로벌 M&A 시장의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한 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PEF)의 운용자산은 7,000억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들과 비교한다면 SWF의 자산 규모는 글로벌 경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래 SWF의 설립 취지는 일부 국가들의 경제적 안정성 유지와 부의 저장을 위한 재원 마련에 있었다. 즉 석유·다이아몬드·구리 등 원자재 상품(Commodity) 수출 의존도가 큰 산유국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상품 가격의 변동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불안정성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절실하였다. 또한 부족한 경제적 기반의 확충과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여유자산 비축 방안도 필요하였다. SWF는 이 같은 당시의 목적에 적합한 수단으로 등장하였고 주요 재원도 조달이 손쉬운 정부 소유의 원자재 수출액이나 기업의 원자재 수출에 부과한 세금에 기반을 두었다. 현재 SWF의 보유국 중 상당수가 산유국 또는 개발도상국들이라는 사실은 이 같은 설립 배경에 기인한다. ■전 세계 30여 개국이 SWF 운용 중 < /b> 현재 활동 중인 SWF는 40여 개이며 가장 오래된 것은 1953년 석유 수출금을 재원으로 설립된 쿠웨이트의 SWF이다. SWF를 운용 중인 국가는 30여 개에 이르는데, 이 중에는 아랍에미레이트·싱가포르처럼 복수의 SWF를 보유한 국가들도 있다. SWF 보유국은 주로 개발도상국들이지만 선진국 중에서도 노르웨이·미국·캐나다·호주가 SWF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여유 외환을 보유한 일본에서도 유망한 투자 방안으로서 SWF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로 볼 때 향후 SWF 운용국 대열에 선진국의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SWF는 다양한 투자 성향을 보유 < /b> 각국의 SWF들은 투자 성향이나 설립 재원, 정보 공개의 투명성 정도 등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인다. 투자 성향에 따라 SWF를 구분하면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 펀드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큰 전략적 투자 펀드로 나눌 수 있다. 설립 재원을 기준으로 하면 원자재 등의 상품 수출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상품 펀드와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외환보유고 등을 기반으로 조성한 비상품 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1990년대 이전 설립된 SWF들 중 상당수는 원유 등의 원자재 수출액을 기반으로 하면서 포트폴리오 투자 펀드의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중국의 CIC(중국투자공사)나 싱가포르의 Temasek 및 근래 설립된 중동의 SWF 중 다수는 전략적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략적 투자 펀드들의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각국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소 상이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처럼 다양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국가와 석유화학 산업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목적의 자산운용 가능성 커 < /b> SWF의 전략적 투자 성향은 이미 태생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SWF는 설립에서 투자까지 활동 전반에 걸쳐 민간 금융자본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는 투자기구이다. 특히 자금 운용의 주체, 자금의 원천, 운용 목적 등 금융자본의 성격을 파악하는 주요 잣대로 비교하면 민간 금융자본과 전혀 다른 속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만일 영리집단이 운용한다면 당연히 수익성을 우선시 할 것이다. 그러나 SWF의 경우에는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정부가 그 주체다. 따라서 자금 운용의 목적으로 수익성도 중시하지만 장기적 성장 기반 확보 등 국가 경제 차원의 전략적 동기를 개입시킬 여지도 크다.

이 같은 전략적 동기가 부여되면 투자 성과는 단기적인 투자손익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재원을 내부적으로 조달하므로 수익 상환 부담이 없다는 점 또한 투자기간의 제약을 없애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볼 때 SWF들이 전략적 투자 활동을 하는 현상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경제적 기반이 빈약한 국가일수록 성장 동력 확보에 SWF를 동원하려는 욕구가 더 클 것은 당연하다. SWF들이 제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 역시 원천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유일한 투자자이므로 민간 금융자본들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공개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각국의 SWF 규모나 투자 활동 등에 대한 제반 정보는 대부분 인터뷰나 기타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파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보의 비공개성은 SWF의 투자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라든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 선진국들의 많은 우려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이 어떻게 형성되어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SWF의 고위험 자산 투자 < /b> 비록 최근까지도 세계적으로는 무관심했지만 SWF는 2000년대 들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국가 경제의 안정성 유지나 부의 저장을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소지를 보인 것이다. SWF 변화의 조짐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근래 들어 SWF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파악된 40여 개의 SWF들 중 절반은 2000년대에 신설되었다. 특히 전략적 투자 성향을 지닌 SWF의 다수는 최근 수 년 내에 설립되었다. 둘째, 설립 재원의 다변화 현상이다. 이제는 원유 등의 상품 수출국 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국가들의 SWF 설립도 많아진 것이다. 그 예로 중국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이나 정부의 재정 상태나 외환보유고에서 여유분이 있는 국가들이 SWF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Euromoney나 McKinsey에서 발표한 SWF 관련 자료들은 SWF들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주식 등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동 연구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SWF인 ADIA(아랍에미레이트)의 주식 투자 비중은 최대 60%에 달하였고, 헷지펀드·PEF 등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까지 감안하면 총자산 중 무려 80%가 고위험 자산군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런 사실은 ADIA가 중동 오일 달러의 대표인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뿐 아니라 노르웨이의 SWF 역시 총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을 종래의 40%에서 60%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진국의 SWF조차 위험자산 비중을 늘린 사실은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강화되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SWF가 고위험 자산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적 수지 불균형 현상에 따라 산유국이나 신흥시장 국가들의 여유 자산이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도 각국의 여유자산 증대에 기여하였다. 이렇게 축적된 자산의 여유분이 수익 창출을 위해 SWF의 형태로 재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는 안전자산의 수익성을 하락시킴으로써 SWF의 자산 비중 변화에 일조하였다. 기관투자가들이 수익성이 하락한 채권 등의 안전자산보다 PEF 등 고수익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과 같은 양상인 것이다. ■국가의 능동적인 투자 수단으로 발전< /b> SWF들의 고위험자산 비중 증가가 전략적 투자 성향의 강화 추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은 2000년 대 이후 설립된 대다수 SWF들의 투자 성향이나 주요 SWF들의 최근 투자 행보에서 잘 나타난다. 중동·중국·싱가포르가 운용하는 SWF들은 2006년 이후 주요국의 증권거래소나 은행·PEF 등 수익성이 높은 금융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런데 SWF들이 최근 투자한 자산은 채권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지분이었다. 게다가 확보한 지분율도 10~70%에 달하고 있어 기업 경영권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에 참여한 SWF의 운용국들 대부분이 역내 금융허브 구축을 희망하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금융업종에 대한 SWF의 최근 투자는 고수익 획득 외에 각국의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역량 강화 또는 중장기적 기반 마련이란 목적을 병행한다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표적인 SWF인 ADIA도 마찬가지이다. ADIA는 앞서 제시되었듯이 포트폴리오 투자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지만 금융업종 투자에 대해서는 전략적 투자형 SWF들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ADIA는 2007년 현재 유명 PEF·헷지펀드들의 지분을 많게는 40%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 보면 SWF는 이제 부의 저장 수단에서 발전하여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전략적 목표도 달성하는 수단으로 발전한다고 추측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SWF는 이제 의도했든 아니든 국제금융시장, 나아가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관건은 SWF 자금의 흐름이다. 자금의 향방이 각종 자산 가격 뿐 아니라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더 커질 것< /b> SWF의 투자 활동이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파장은 국제적인 자산 재조정(Global Asset Re-allocation)에 관련된 것이다. 만일 SWF가 주식 등의 고위험자산 비중을 대폭 늘린다든지, 신흥시장 자산 비중을 선진국 자산보다 증가시키면 국제적인 자산 재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달러화 자산에서 유럽 또는 아시아 등 비달러화 자산으로 SWF의 자금이 몰리면 현재 진행되는 달러화 약세 추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이른바 글로벌 리밸런스(Global Rebalance)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영향은 각종 보호주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략산업을 둘러 싼 갈등이 잦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특히 산업 기반 확보를 위한 SWF 운용국과 선진국 간에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CIC가 미국의 PEF 블랙스톤 지분을 인수할 당시 선진국들이 나타낸 경계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당시 선진국들은 블랙스톤이 투자하는 기업들의 각종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이다. 이런 보호주의적 성향은 경제민족주의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특정국의 SWF를 규제하는 식의 금융보호주의(Financial Protectionism)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인수 목적의 투자 강화 여파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막대한 보유자산에 레버리지 효과까지 더한다면 M&A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원유 수급 문제 등의 국가 고유 권한까지 동원한다면 민간 기업들은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PEF나 주요 투자은행들이 M&A 시장의 신규 고객으로 SWF를 적극 유치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 경영권을 둘러 싼 민간 기업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SWF의 투자 활동은 이제 글로벌 경제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해외 M&A나 글로벌 사업망 확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향후 SWF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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