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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땅의 공직자들에게 고함

“‘修己六條’를 모르거든 당장 공직에서 물러나라”
관리들의 부패상을 질타하는 다산 정약용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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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호 ⁄ 2007.11.26 14:03:17

우리가 잘 아는 <목민심서>는 다산 정약용(1762~1836)선생이 그의 나이 57세 때 지은 저작으로, 지방 관리들이 백성을 다스리는데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든 ‘공직자 지침서’이다.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목민관이 가야 할 길은 수신(修身)이 그 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牧民)이라고 갈파한다. 스스로를 다스린 후에야 목민의 길에 나설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신이며,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다스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우는 대목이다. 이 난에서는 <목민심서>에서 다산이 공무원의 기본자세로서 강조하는 ‘율기육조(律己六條)’와 ‘봉공육조(奉公六條)’ 중에서 공직자의 자기경영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따로 모아 축약하여 다시 ‘수기육조(修己六條)’라는 이름으로 다듬어 보았다. 연일 터져나오는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 의혹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가운데서도 멸사 봉공하는 훌륭한 공무원들이 적지 않음에 한 가지 위안을 삼는다. 새 정권의 탄생을 목적에 둔 시점에서 창간 1주년을 맞아 공직자들이 갖춰야 할 수신의 덕목을 다산의 큰 목소리를 빌어 정리한다. -기획위원 방효균 飭躬(칙궁) -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공사에 여가가 생기면 반드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을 집중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할 방법을 연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문) 公事有暇면 必凝神靜慮하고 思量安民之策하여 至誠求善이니라 여기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함은 공인으로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았으며 마땅히 해야 할 책무는 무엇인가 하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각오와 몸가짐이 그 소명의식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옛날에 범문정공(范文正公)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의 백성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내가 오늘 받은 녹봉과 처리한 일을 생각하매, 녹봉 이상으로 일했다면 편히 잠을 이룰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에 기필코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하고자 힘썼다.” 또, 장구성(張九成)이란 이는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면서 자신이 기거하는 방의 벽에 글을 써서 붙여 놓고 늘 가슴에 새겼다. “이 몸이 하루라도 한가하다면, 백성들은 괴로움을 당하리로다.” 백성에게 봉사하는 중책을 맡은 관리로서 자기 채찍질에 잠시도 소홀함이 없는 멸사봉공의 공인의식이 처절하도록 눈물겹다. 중용에 ‘신독(愼獨)’이란 말이 나오는데,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간다는 뜻이다. 공직자의 책임감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역설하는 금언이 아닐 수 없다. 높은 자리에 앉는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그 직위에 상응하는 권한을 가짐과 동시에 또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책임은 자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를 임명하고 권한을 부여한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직자가 된 자의 시간은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기도 하며, 그의 몸 또한 그러하다. 자신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스스로 얻은 줄 착각하여 그 권력을 남용하고 사복을 채우는데 악용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반역일 수밖에 없다. 다산이 말하노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에 앉아 있는 자 또한 공직에 앉으려는 자는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조아려 국민을 두려워하라! 淸 心(청심)-마음가짐을 청렴하게 하라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원문) 廉者는 牧之本務이며 萬善之源이며 諸德之根이니라. 不廉而能牧者는 未之有也니라. 높은 지위와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청렴하기란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청렴하지 못한 자는 논할 바도 못되거니와, 비록 청렴한 자라 할지라도 권좌에 앉는 순간부터 그 권력에 기생하려는 무리를이 비 온 뒤의 독버섯처럼 주변에 창궐하기 때문이다. 조선 건국 이래 태조 때 (1392)부터 정조 때 (1800)에 이르기까지 4백여 년 동안 청백리에 오른 사람이 고작 110명 밖에 없었다니,권좌에 올라 청렴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청렴은 고사하고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위로는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비서관에서부터 중앙부처의 고위 간부, 아래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공공기관, 정부투자기관에 이르기까지 부정과 비리 의혹이 줄줄이 불거지면서 공직사회에 만연된 부패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이 공직사회에 전방위 뇌물공세를 펴면서 현직 국가청렴위원장에게도 검사 시절에 소위 ‘떡값’을 건넸다는 폭로를 보노라면, 이 나라 공직사회에 기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아이들 얼굴 보기마저 부끄러울 지경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다산의 생각을 들어본다. ‘떡값’이나 ‘뇌물’은 고사하고 아주 작은 ‘선물’에 대해서도 다산은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선물로 보낸 물건이 비록 아주 적더라도 일단 받으면, 준 사람에 대하여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로 인해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게 될 경우에 공정함을 잃을 수 있다.” 옷깃에 적어 잊지 말아야 할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조선시대 벼슬아치들의 관모에 달린 그물 같은 양 날개는 원래 매미의 두 날개를 상징한다. 맑은 이슬만 먹고 사는 매미를 본받아 청렴하고 또 청렴하라는 근신의 표식이었다. 다산이 말하노니, 공직에 있는자, 공직에 앉으려는 자는 다음의 경구를 명심하여 잊지 말라. “청렴보다 더 큰 권력은 없다” 齊家-집안을 철저히 단속하라 한 지방을 다스리려고 하는 자는 먼저 자신의 가정부터 제대로 가꿀 줄 알아야 한다. 예로부터 수신(修身)후 제가(齊家)해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한다 했으니 여기서 제가의 뜻을 역설적으로 말하면 스스로 몸가짐을 바로 하고 청렴하고자 해도 집안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코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권좌에 오르면 그 가족과 일족 중에 권세를 등에 업고 청탁과 뇌물을 일삼으며 호가호위하는 족속이 나오게 마련인데 다산은 특히 이 점을 경계하고 있다. “청탁이 행해지지 않고 뇌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이는 제대로 된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의 이 말은 권력자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가족을 통한 청탁 뇌물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미리 경계하라는 뜻이다. 중국 가흥 지방을 다스리는 양계종(楊繼宗)이라는 수령이 있었다. 어느 날 양계종의 말을 끄는 마부가 삶은 돼지머리를 양계종의 부인에게 주어 부인은 그것을 받아 두었다. 양계종이 외출에서 돌아와 그 고기를 먹고 나서 물었다. “고기 맛이 참 좋구려. 어디서 구했소?” 부인이 사실대로 말하자, 양계종은 밖으로 나가더니 북을 울려 관청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해 아내가 돼지머리를 뇌물로 받았으니 다 내불찰이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는 뜻으로 모두에게 알리니, 다시는 내 식구들에게 사사로이 물건을 건네지 말아주시오.” 그리고는 약을 삼켜 아까 먹은 돼지고기를 다 토해내고, 그날로 부인을 고향집으로 돌려보냈다. TV 드라마에서 명판관으로 유명한 중국의 포청천이 자기 고향인 여주 지방을 다스릴 때의 일이다. 포청천의 친척들이 그 세력을 믿고 나쁜 짓을 저질렀다. 포청천이 그 외가쪽 친척을 바로 체포해서 법에 따라 매로 다스리자, 그 후부터는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장·차관으로 내정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족과 친인척의 비리로 발목을 잡혀 낙마한 인사가 참여정부 들어서만도 적지 않다. 다시금 다산이 말하노니, 공직에 있는자 또는 공직에 앉으려는 자는 오늘 당장 가족 앞에서 “가족 보기를 돌같이 하리라”는 맹세를 하라! <방효균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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