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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텔 미’열풍 한국을 뒤덮다

원더걸스, 살랑살랑 댄스로 세대를 넘어선 열풍으로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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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호 ⁄ 2007.12.03 14:14:05

2007년을 마무리 하는 지금, 우리를 신명나게 만드는 노래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원더걸스의 ‘텔 미( Tell me)’가 될 것이다. 92년생인 선미와 소희, 89년생인 선예와 예은, 88년생 유빈 이렇게 10대 소녀 5명으로 이루어진 원더걸스는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박진영의 지휘하에 트레이닝 기간만 5년 넘게 보냈다. 그야말로 준비된 가수인 셈인데, 특히 리더인 선예(사진 좌에서 네번째)는‘영재육성 프로젝트’라는 방송에 출연하여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능력으로 뽑힌 준비된 멤버이기도 하다. 데뷔곡인 ‘아이러니’에선 [바람둥이 남자친구에 대한 따끔한 한 마디]를 노래했다. 방송무대에도 곧 잘 섰지만,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어울리지 않게 ‘남자친구의 바람기’를 비웃는 노래를 불렀으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미디엄 템포의 노래를 부를때만 하더라도 오늘날의 ‘텔 미(Tell me)’열풍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아이러니’란 곡과 함께 원더걸스는 유행과 연예계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조금 알려지게 되었다. 세간에는 ‘이런 신인 여성 그룹도 있더라’하는 정도였는데, 갑작스럽게 초기 멤버였던 현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하고 새로운 멤버 유빈이 들어오게 되고 무면허 매니저의 교통사고로 신문 사회란에 오르게 되면서 악재를 타고 안 좋은 쪽으로(?) 먼저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 곡인 ‘텔 미’는 의외로 ‘사랑’에 대한 노래였다. 얌전했던 교복을 벗어던지고 총 천연색의 번쩍이는 무대 의상을 입고, 나이보다 들어보이는 빨간 볼터치와 촌스러운 화장에 80년대에 유행했던 핀클 파마 헤어 스타일을 하고 깜찍하게 묶고 나와서 그리고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니가 날 좋아했다니~어머나! 다시 한번 말해봐~!” 노래 ‘텔 미’역시 80년대 유행한 스테이시 큐의 ‘투 오브 하트(Two of hearts)’를 샘플링하여 만든 경쾌한 업템포의 디스코 곡으로 어디선가 멜로디만 들려도 절로 시선이 집중되는 신나는 곡에 노랫말도 대충 ‘텔 미’만 알면 반은 외운거라 할 정도로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게 장점이다.

여기에 더해 ‘살랑살랑 춤’은 노래와 함께 큰 유행을 몰고왔다. 들리면 절로 흥겨워 지는 노래, 모두가 좋아하고 공감하는 가사, 뒷짐을 지고 어깨를 조금씩 흔들기만 하면 되는 춤까지 원더걸스는 10대 중심의 아이돌 음악으로 점철된 가요계에서 독보적으로 보는 재미, 듣는 재미,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재미를 갖추어 상업성과 대중성에 완벽한 만남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텔 미’가 방송을 타자마자 모두의 뇌리에 남게 되었고 덕분에 각종 검색어의 상위에 ‘원더걸스’가 랭크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은 슬슬 ‘텔 미’에 중독되고 있었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도 ‘텔 미’댄스를 추며 즐거워 했고 곧이어 일반인들이 찍고 올리는 동영상 UCC에도 원더걸스의 ‘텔 미’ 바람까지 불어 닥쳤다. 검색창에 ‘텔미 댄스’라고 입력해보면 사회 각계 각층의 보통 사람들이 ‘텔 미’노래에 맞춰 ‘살랑살랑 댄스’를 춘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원더걸스와 비슷한 나이의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고시 공부에 지친 고시생, 스튜디어스, 군인들, 몸짱녀, 간호사, 아나운서들, 평범한 직장인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살랑살랑 댄스’를 추고 즐기고 있다. 전 세대에 열병처럼 번진 이 ‘텔 미’열풍은 결국 원더걸스를 2달만에 방송 3사의 가요 프로그램 1위, 각종 음원 다운로드(벨소리·컬러링 등) 차트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25주간 내려올 줄 모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텔 미’는 케이블 티비의 연말 가요제에서 오직 일생에 한 번만 가능하다는 신인상을 원더걸스에게 안겨주는 영광에까지 이르렀다. ■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 그리고 국민 그룹 원더걸스 전국은 지금‘텔 미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빼앗은 원더걸스의 ‘텔 미’는 곧 국가지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민적 인기’라는 말이 무색치 않도록 대선 공식 유세활동이 허용되자 마자 대선 후보들을 내 놓은 모두들 ‘텔 미’에 눈독을 들였다. 특히 표심의 유동 가능성이 높은 만 19세부터 20대 젊은 층과 정치에 아는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아 표심의 이동이 거의 없는 40~50대 중장년층까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만큼, 쓰기만 하면 대박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각 정당에선 모두 ‘텔 미’를 선점하고자 러브콜을 넣었다. 그러나 소속사 JYP 엔터테이먼트 관계자는 “아직 선거권도 없는 원더걸스 멤버들(평균 나이 만 17세) 의 나이를 고려하여, 선거 유세에는 원더걸스의 ‘텔 미’노래는 물론 율동도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절대 사용을 불허해, 각 당 홍보관계자들은 다시 트로트 중에서 로고송을 골라야 했다.

■ 연령초월 막강 원더(Wonder)파워 뮤직비디오에서는 텔 미 노래 중에 ‘어머나’ 하며 깜찍한 율동으로 눈길을 끄는 소희가 교복을 입은 평범한 소녀에서 느닷없이 원더우먼으로 변신하여 스쿨 버스에 치일 뻔한 노인과 유모차를 구하고, 여고생 탈의실에 숨어든 바바리맨을 잡고, 학교에서 왕따로 괴롭히는 못된 행실의 학생들을 혼내준다. 뜬금없이 케케묵은 만화 주인공 ‘원더우먼’으로의 변신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80년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골치아픈 각종 문제로부터 누군가 구해주는 듯한, 탈출할 수 있을 법한 환상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더걸스의 ‘텔 미’란 음악에 자꾸 빠져드는 이유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서 잠시지만 우리를 괴롭히던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치 그 옛날 ‘원더우먼’이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친 것을 보면서 힘든 70·80년대를 이겨낸 것 처럼, 특별히 예쁘지도 않은 옆집 소녀같은 소녀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텔 미’를 부르며 천연덕스럽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 우리는 현실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이에 관계 없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이 바로 스트레스이며, 해마다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텔 미’열풍에 휩쓸려 너도 나도 ‘텔 미’를 불러대는 이 현실은 어쩜 당연한 것이다. 각종 시험과 수능에 스트레스를 받는 10대 학생들도, 직장 상사에게 한 소리 듣던 20대 직장인, 집에 들어가도 애완견조차 먼저 잠 들어 있는 현실에 우울하기만 한 중년 직장인에게도 원더걸스는 똑같이 외친다. ‘텔 미~ 텔 미~ 텔텔텔텔 텔 미~ 내가 필요하다 말해~ 말해줘요!’ 이것이 여자 친구의 고백, 단짝 친구의 귀여운 애교, 또 다른 누구에겐 귀여운 여동생 혹은 딸들의 재롱 등으로 외롭고 지친 우리가 원하는 전부처럼 들리지 않는가? 빨리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다섯 명의 소녀들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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