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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광장] 자연인의 분노와 대통령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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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호 ⁄ 2007.12.03 14:42:33

삼성특검법 환영한다.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관련 특별검사법에 대해 그동안의 관측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용을 했다. 사필귀정이다.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를 둘러싼 세간의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강력히 비판하여 왔다. (이건희와 강정구는 이 노무현정권의 성골(聖骨)인가? 따라서 이번 삼성관련특검법 발의와 수용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필자가 삼성그룹이나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에 개인적인 은원(恩怨)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을 둘러싼 의혹들이 의혹인 채로 남아 있는 것은 큰 그림에서 보면 모두의 불행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대로 “증거로 믿어지는 근거”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삼성과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에게 잘못된 것이 있는지 없는지 사실을 명확하게 밝혀야 하고, 만일 잘못된 것이 있다면 시장경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고, 만일 잘못된 것이 없다면 의혹제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부류들을 엄혹하게 단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서 올바른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다. 그리고 특검에서 낱낱이 黑白이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두를 위해서.

개인의 분노와 대통령의 분노. 노무현 대통령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필자는 “분노의 화신”으로 규정짓고 싶다. 개인적 차원의 분노이든 시대와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한 분노이든 분노가 오늘의 노무현을 있게 한 자양분이 아닌가 싶다. 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란 책을 읽고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라고 우리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듯 이번에 특검수용을 밝히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예의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검법을 만들지도 않았고 삼성에 연관되지도 않은 필자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분노에 가득한 모습을 그렇지 않아도 연말 스산하기 이를 데 없는 국민들을 또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부당하게 국회의원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억압을 받고 있다는 분노였다. ‘삼성특검법’이 국가와 사회의 자정(自淨)을 위한 진통이 아니라 오로지 대통령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것일뿐이라는 분노의 표시였다. 참 어이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처럼 만일 특검법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번 기회에 특검을 통해 “당선축하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그동안 공언해왔던대로 퇴임 후에도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과 공간을 만들어주기에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필자 같으면 오히려 자원해서 특검법을 요구했을 것이다. 삼성특검법 발의 자체가 대통령인 자신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결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참 가당치도 않는 피해의식이다. 비록 그런 측면이 100% 없다고 하지는 못한다 해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자신이 부당하게 핍박받는 대통령이요 하며 분노에 찬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위에까지 오른 사람이 아직도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인정하여 대통령직에까지 오른 사람이 자신이 핍박받고 있다고 분노에 떠는 모습은 지독한 고질병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연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입장에서 정치인인 대통령의 입장을 취해 특검법을 수용한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대통령이 개인의 분노를 대통령의 분노로 확대재생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자연인 노무현의 분노를 대통령 노무현의 분노로 연결시켜 국정에 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런 머리를 가지고 대학 문턱도 못가봤습니다’ (송기인 “참여정부, 국민들을 다 안아주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라 통칭되는 송기인 신부의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분노의 근원이 엿보이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였고 그것에 대해 부자(富者)들의 탓 나아가서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세상에 대해 증오를 품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미당은 자신을 키운 것의 8할은 바람이라고 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오늘까지 존재하게 하는 것의 8할이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패거리들만의 두목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노무현이란 사람이 자연인으로서의 분노와 대한민국 대통령직위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분노를 구분할 수 있는 정치적 식견과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면 삼성특검법에 관해 “노무현 흔들기”라면 눈을 부라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의 직위에 더 충실하다면 이번 삼성특검법이 비록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혹은 그런 의지가 깃든 정치적 공격이라 해도 우리 국가와 사회의 건정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통과의례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자연인 노무현으로 가져야 할 분노와 대통령 노무현으로 가져야 할 분노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참 나쁜 대통령이다. 무위여행(無爲旅行)의 세상에 대한 삿대질. <글·고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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