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세계최초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CNB저널이 ‘국내 최초의 재산환원 대통령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한 것과 관련, 이명박 후보가 처음으로 재산환원을 약속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녹화한 대선후보 방송연설에서 “아이들을 다 키워놨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며 “집 한 칸이면 족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잘 쓰이도록 하고, 그렇게 했으면 싶다”며 “이 약속은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확약했다. 한편 CNB저널은 지난 12월 3일 발매한 45호 커버 스토리 기사에서 한국 최초의 재산환원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CNB저널이 이 기사를 취재하자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오보라며 절대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12월 3일자에 실린 CNB저널 기사는 다음과 같다. ■한국최초 재산환원 대통령 나올지? 명박·회창·동영·영길·인제·국현,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외국 정상, 정치재단보다 봉사재단 만들어 구호활동 중 ‘353억8천여만 원’ 이는 제 17대 대통령 후보에 등록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재산내역이다. 그 다음으로 문국현 한국창조당 후보가 많은 재산을 형성하고 있다. 역대 대선 후보 중 재산 등재 신기록을 세운 이명박 후보. 그가 처음으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2월 3일자 발행된 CNB저널의 ‘이명박 후보, 전재산 사회환원’ 제하의 기사가 적중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 봉사재단은 없고 정치재단만 카터 등 외국 대통령들이 퇴임 후 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재산 환원은 처음이다. 만일 이 후보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면 세계 최초로 재산을 환원하는 대통령에 등극하게 된다. 실제로 그 동안 이 후보의 재산 사회환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소유자산을 사회에 환원, 공익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이웃과 청소년을 돕겠다는 약속을 밝힐 수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 내부에서 이같은 작업이 긴밀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해재단’- 전두환. ‘아태재단’-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연구목적으로 재단설립을 추진한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일명 ‘싱크탱크 재단’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재단 설립은 이들 재단과는 엄연히 다르다. 이들 3명의 대통령 재단은 사회복지보다는 퇴임 후 정치를 수렴청정하려는 수단으로 그 설립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결과,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아방궁으로 꾸며진 일해재단은 구설수에 올라 국가재산으로 몰수돼 현재 정부정책을 연구하는 세종연구소로 탈바꿈했다. 일해재단은 지난 85년 말 전두환 대통령의 아호를 딴 재단으로 출발하였으며, 83년 버마 랑군 국립묘지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유자녀 교육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일해재단의 암울한 미래는 출범 당시부터 내재됐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재벌급 기업들로부터 거의 강압적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다. 네 차례에 걸쳐 60억 원을 낸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경우는 돈을 내는 과정 자체가 첩보극을 방불케 했다. ■이명박, ‘전재산 환원 대통령’ 등극? 김 회장은 경호실 근처 골목길에서 경호실 차량으로 바꿔 탄 뒤 청와대 부근 안가에서 대통령과 독대했다. 기업 국영화 등으로 재계가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청와대로부터 암시를 받고 돈을 냈다는 게 김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일해재단은 처음부터 연구목적이 아니라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후 수렴청정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5공 청문회 등을 통해 드러났다. 500억원의 기금, 20만평이 넘는 대지에 초호화판 영빈관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연구인력은 20명선인데 비해 관리인력은 120명이나 되는 기형적 구조를 하고 있었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아시아의 민주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세운 학술·연구재단’ 재단법인 아태평화재단 쪽에서 설명하는 재단의 설립취지다. 물론 설립취지만 놓고 본다면 아무런 문제 될게 없는 조직이다. 지난 94년 1월에 설립된 아태재단은 줄곧 논란에 휩싸여왔다. 순수한 학술·연구재단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을 거라는 의혹이 늘 시빗거리였으며, 그런 의혹은 재단 살림을 맡아왔던 이수동 전 상임이사가 이용호 씨로부터 5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느 때보다 증폭됐다. ■DJ, 아태재단서 垂簾聽政中 지난 2001년 말 아태재단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1년을 남겨놓고 동교동 사저 바로 옆에 빌딩을 신축해 사무실을 옮겼다. 대통령 임기중에 퇴임 후를 대비한 재단 건물을 신축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 등은 아태재단을 일해재단과 빗대 공격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수렴청정’을 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란 얘기인데, 지금 이 말이 맞아떨어졌다. DJ는 퇴임 후 이곳에서 정계인사들을 만나고, 나아가 이번 대선정국에서도 범여권 단일후보를 추진하기 위해 수렴청정을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퇴임 대통령들이 설립한 재단이 명암이 교차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후 국가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재단 설립을 추진중이다.노 대통령은 새로운 정당운동이나 정치운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부루킹스 재단’같은 가칭 ‘싱크탱크’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단 설립 중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개헌 등의 정치현안에 계속 관여하겠다고 밝힌 점으로 보아 퇴임 후의 정치관여 수단으로 연구소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태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도 정치에 관여하고 있어 노 대통령의 퇴임 후 두 전직 대통령 간의 파워 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 대통령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퇴임 후 자선단체들을 만들어 자선사업에 치중하는 청지기로 나서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선사업을 하는 전직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선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자선단체인 ‘클린턴 재단’을 설립해 자선활동을 꾸준히 펼쳐 공인으로서의 훌륭한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새 저서 ‘기부-우리들 각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나’를 발간, 수익금 전액을 자선기관에 기부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퇴임 후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사이의 이해를 증진하는 국제적인 재단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재단은 7·7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난 영국·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유혈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 등지에서 종교 간 화해와 조화를 추구하는 활동을 벌이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재단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운 재단을 모델로 만들어지며, 런던에 본부를 두기로 했다. 이 재단의 자금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아랍 세계 후원자들로부터 끌어들이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이 재단을 통해 종교 간 대화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 아프리카 개발, 중동지역 평화협상 등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현재 퇴임 후 국제적 인권문제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직 정상들의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역시 재단을 만들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빈곤·에이즈·문맹을 퇴치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카터 센터’를 통해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한편,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도 ‘고르바초프 재단’을 만들어 사회 및 경제 문제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하고 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