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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 경쟁사와 다르게 창조해야 산다

LG經硏, 창조 중심의 경영혁신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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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호 ⁄ 2007.12.10 15:52:32

소비자 니즈가 급격하게 바뀌고 파워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환경 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경영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품질혁신, 원가절감 등 효율성이 중심이 되는 경영혁신이 유행했다. 그러다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대두하고 소비자의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단순한 제품 품질보다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효과성이 보다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영혁신 패러다임도 실행 중심에서 창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감지하고 GE는 창의적인 경영을 중시한 이멜트 회장을 잭 웰치의 후계자로 선택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경영을 변화시켜야 한다. 과거 실행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이 서서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실행 중심의 경영혁신을 완전히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영활동 전반에서 창조 중심의 경영혁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근래 기업경영과 관련된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다. 기업에게 만들면 팔리던 황금시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영역에서 소비자들에게 저울추가 넘어갔다. 그래서 급격하게 바뀌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민첩하게 바뀌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유가는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원자재가의 상승도 지속되고 있다. 그 만큼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달러화 약세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고유가, 저달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기업은 IMF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숨 돌리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오히려 우리 경영자들은 사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기업경영 환경이 이처럼 크게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경영혁신의 패러다임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방향이 명확한 상태에서 누가 빨리 실행하느냐에 경영혁신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방향을 설정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경영혁신의 초점이 ‘실행’에서 ‘창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경영혁신은 ‘문화’ 중시 한국기업 경영혁신의 첫 번째 특징은 변화관리나 조직문화 혁신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선진기업들도 변화관리를 중시하지만, 한국기업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해서 구성원들의 정신 무장이나 변화 분위기 조성 등이 경영혁신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또 조직에 변화 분위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은 CEO가 유일하기 때문에, 경영혁신에서 CEO가 중심이 된다. 장기파업으로 부도 위기를 맞았던 한국전기초자의 경영혁신 사례에서 이러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한국전기초자는 1997년 말 서두칠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파견되어 대대적인 경영혁신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서두칠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위기의식으로 회사를 무장하는 것이었다.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회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기 시작했다. 회사의 경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구성원들이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심지어 사원 가족에게까지 경영 실태를 설명했다. 서두칠 사장 스스로도 솔선수범했다. 운전기사를 없애고 골프 회원권을 팔았으며 항상 공장에 주재하는 등 모범을 보임으로써, 회사 내에 팽배한 불신풍조를 사라지게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고 회사는 혁신에 성공한다. ■‘하면 된다’ 두 번째 특징은 ‘하면 된다’ 식의 실행이 중심이 되는 혁신활동을 많이 한다는 것. 따라서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달성 가능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세워놓고 일단 뛴다. 한국기업은 전략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인 혁신의 방법론보다는 목표 달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자원이나 역량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다. 이것은 후발기업으로서 선진기업을 보다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관행이다.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서 요즈음에도 한국기업은 사업계획 수립시 목표를 과도하게 높게 잡는다. 연말에 차년도 계획을 세울 때 CEO로부터 가장 평가를 잘 받는 사업부장이 바로 목표를 높게 세운 사람이라고 한다. “이봐, 해봤어?”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항상 했던 말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추진하거나 목표를 설정할 때 부하직원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해보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라’는 뜻에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실제로 정주영 회장은 불가능한 목표라도 일단 도전하고 실행해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 12월 정주영 회장이 첫 선박을 수주할 때 조선소 도크도 없이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인은 예로부터 배를 잘 만들었다고 그리스 선주를 설득했다. 결국 선주는 26만톤급 유조선 두 척을 현대조선소에 주문했고, 조선소 건설과 유조선 건조를 동시에 착공하여 납기를 지켰다. 이렇듯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업도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한 것이다. 지금은 1등이 된 반도체, LCD 사업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발전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선진기업을 따라잡은 것이다. 한국기업이 성장하면서 취했던 이러한 방식은 아직도 우리 기업의 경영에 남아있다. 지금도 경영혁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선 중시 셋째, 운영효율성 확보나 원가절감 등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활동이 중심이 된다. 후발기업으로 선진기업의 기술이나 설비를 받아들여 그들의 수준이 될 때까지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관습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선진기업의 제품과 생산방식을 모방하여 가능한 한 다르지 않게 실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남의 것을 가지고 와서 개선하거나 과거의 것을 조금 발전시키는 활동에 익숙해진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LG전자, 삼성SDI, 포스코 등 많은 대기업들이 6시그마 기법을 도입하여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지금도 6시그마 기법은 한국기업에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6시그마 기법은 주로 공장의 수율을 올리거나 낭비를 줄이는 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분야에서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한국기업에게 6시그마가 그렇게 빨리 파급되고 널리 확산된 것은 그만큼 우리의 경영혁신이 운영효율성 향상 같은 개선 활동 중심임을 말해준다. ■한국적 경영혁신의 한계 이처럼 한국적 경영혁신의 특징은 선진기업을 모방하고 가능한 한 빨리 따라잡기 위해서 앞만 보고 실행했던 발전 과정의 부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기업의 경영혁신도 앞에서 설명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는 미국기업에게 당면한 이슈가 우리 기업에게도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한국기업들도 이제는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산업간 경계가 무너져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제품의 범용화와 공급 과잉 현상은 우리 기업에게도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러므로 변화되고 있는 경영혁신 패러다임을 보다 빨리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고속 성장을 지속하던 IT 업체들이 잇따라 침체를 겪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큰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실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상장 제조업체 459개를 대상으로 2000년 이후 영업이익률을 조사하였다. 특히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더욱 좋지 않고 하락폭도 큰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환율 하락으로 인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된 영향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징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1,000억원 미만 업체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들과 다르지 않으나, 수출을 위주로 하는 중소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하락폭도 컸다. 이는 대기업에 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기 힘든 중소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선진기업과 다른 차별화 전략으로 무장하지 못한 기업들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을 뜻한다. 한국기업은 과거와는 다른 경영혁신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다른 사례를 보자. 위에서 한국적 경영혁신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던 한국전기초자가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다. 한국전기초자는 2002년 이후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400억원을 넘던 매출액이 작년에는 2,400억원 대로 하락,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또 작년과 올 상반기말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공장을 매각하고 패널 생산 라인을 계속 중단하고 있으며,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전기초자는 성숙기 산업을 넘어서 사양산업에 속해 있다. 아무리 브라운관의 품질이 좋아져도 TV가 디지털화되고 LC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로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계속되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제품의 품질개선이나 원가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어 한발 앞서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창조해 내는 것이다. ■창조적 혁신의 조건 기업 조직의 창의성 연구에 전념해온 전문가들에 의하면 창의적 혁신은 두 가지 조건하에 나타난다고 한다. 첫째, 성과에 대한 요구나 납기 준수에 대한 압박 등 혁신활동에 대한 압력이나 관리(Challenge)의 최적 수준이 존재한다고 한다. 압력이 없이 너무 풀어놓아도 안되고, 너무 많은 압력을 주어도 안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성과에 대한 요구 등 압력을 어느 정도 줄 때까지는 창조적 혁신에 대한 성과가 올라가지만, 압력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성과가 다시 하락한다는 것이다. 혁신은 아이디어와 실행이 동시에 결합되어야 하는데, 이처럼 아이디어와 실행은 압력에 대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압력이 적절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조적 경영혁신에 성공하려는 기업에서는 이 최적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창조적 혁신은 서로 다른 영역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상이한 영역의 논리나 메커니즘이 유추에 의해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막막했던 방향에 대해 길을 제시해 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우연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혁신적 제품이 나타나는 사례도 서로 다른 영역의 경계에서 창조적 혁신이 나타난다는 증거이다. 파이자(Pfizer)의 비아그라, 3M의 포스트잇, 듀폰(DuPont)의 나일론, 켈로그(Kellogg)의 시리얼, HP의 잉크젯 프린터, 심지어 인류 최대의 발견이라고 하는 페니실린 등이 모두 우연한 발견을 통해 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이다. 우연에 의한 혁신은 한 분야의 연구를 다른 분야에 적용했을 때 효과를 본 결과이다. 한 영역에서는 실패였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성공이 되는 이러한 발견이나 제품은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지 않으면 그대로 사장되었을 것이다.

■창조를 위한 파괴 이처럼 창조적 혁신이 나타나는 상황을 이해하면 기업에서 어떻게 창조적 경영혁신에 성공할지 생각할 수 있다. 창조성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획이나 실행, 지원 등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가령 기획 단계에서는 일의 결과는 강하게 요구하되 실행 과정의 계획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목표 달성에 대한 압력이 없이 너무 풀어주어도 일을 제대로 안하고, 너무 강하게 조여도 탈진(Burn-out)하여 생각을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행 단계에 있어서도 압력이나 관리의 최적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초기에는 압력을 많이 주지 말고 자율성에 맡기다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압력의 수준을 높이는 조정이 현명하다. 즉 일의 결과를 너무 조급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하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결과에 대한 압박을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돈을 아끼지 말고 풍부하게 부여하지만, 사업화가 시작되면 예산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떠한 과제를 수행할 때 서로 다른 분야의 담당자들로 팀을 구성하여 다양한 영역의 논리나 법칙이 결합되어 창조적 혁신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기부여 방식도 ‘실행’ 중심의 활동에는 금전 보상 등 외적 보상이 효과적이지만 ‘창조’ 중심의 활동은 일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창의적인 기업 조직을 만들거나 창조적 경영혁신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심층적인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창조적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단순히 혁신과 관련된 방법만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른 경영 시스템도 이에 맞추어 연계시켜야 한다.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 리더십, 성과관리, 보상 등 모든 영역이 연계되어야 한다. 창조적 경영혁신이 중요하다고 기존 조직의 시스템과 어긋나는 행동을 촉진하다가는 원래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슘페터가 이야기한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 과거의 것을 파괴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경영혁신은 주로 과거를 거부, 파괴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기반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를 파괴할 줄 알아야 한다. ‘경쟁사보다 먼저 실행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경쟁사와 다르게 창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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