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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국에 농락당하는 한국 자동차산업 미 대륙서 한판 경쟁할 날 멀지않아

GM대우 마티즈 이어 현대차 파워 4단 변속기 기술유출
중국에선 짝퉁 날개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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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호 ⁄ 2007.12.17 15:43:46

한국의 대표적 산업인 자동차가 중국에 철저히 당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핵심기술인 오토파워 4단변속기가 헐값에 중국으로 넘어가 기술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이번에 중국으로 넘어간 자동변속기 기술은 현대차가 3천여억원을 들여 2년간의 노력 끝에 자체 개발에 성공한, 주력차종 NF소나타에 탑재된 핵심장치로, 현대가 10년만에 힘들게 국산화한 기술이다. 또 이 기술은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스포티지 등에도 탑재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고급기술인 자동변속기 기술을 중국으로 넘긴 산업 스파이는 바로 내부에 있었다. 스파이 활동으로 받은 돈은 겨우 10억원 남짓.

■활개치는 산업스파이 기술직 과장인 윤모 씨가 2005년 말에서 작년 초 사이 이 자동변속기의 설계도면 270여장을 빼내 CD에 담아 해외사업부의 중국 담당 직원인 김모 씨를 통해 제휴업체인 장화이기차공사로 넘겼다. 두 사람은 또 올해 초 NF소나타의 외형과 부품 설계도면 3천여장도 똑같은 수법으로 같은 업체에 넘겼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에도 차제초립 기술을 중국으로 도둑맞았다. 범행이 탄로난 데는 외국업체의 역할이 컸다. 장화이기차공사는 이들이 넘긴 설계도면을 기초로 스위스 설비제작업체에 생산설비를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다가 도면이 현대와 같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제작업체가 현대에 알려온 것. 여기에 현대차는 지난 5월 차체제작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명서 보안에 허점을 노출했다. 현대자동차는 이후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고, 이번 기술유출을 찾아내 지난 9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여 윤모 씨 등을 찾아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지만, 그나마 상용화되기 전이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업체가 기술을 사용해 상용화할 수 없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강화된 보안 시스템 덕분에 기술유출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5월 사고 이후 사내전화나 휴대폰, 개인 PC 등 정보유출 위험성이 있는 통신수단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써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는 설명이다. 유출된 기술도 국내시장에서는 사장단계에 있는 구형기술이고, 상용화 이전에 적발해 피해규모는 1000억원대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짝퉁이 운행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중국내에서는 국내 자동차를 본뜬 짝퉁 차량이 버젓이 운행되며 진품 자동차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GM대우자동차의 대표적 경차인 마티즈는 중국의 토종업체인 체리(Chery, 중국명 치루이(奇瑞))자동차가 ‘QQ’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QQ는 마티즈의 디자인과 기술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어서, GM대우차가 대응을 했지만 결국 중국내 짝퉁 생산을 막지 못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전 산업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GM대우차가 2004년 5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듬해인 2005년 11월 GM대우가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끝이 났다. 중국의 짝퉁 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갈수록 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중국 랴오닝성의 한 중소업체가 판매중인 오로라라는 이름의 스포츠 유틸리티(SUV) 차량인, 렉스턴의 옆 모습만 약간 바꾼 사실상 똑같은 모양의 짝퉁 렉스턴에 고전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처음 짝퉁 렉스턴을 발견하고 해당업체에 경고를 보냈지만, 이 업체는 여전히 오로라 글씨만 삭제한 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의 구형 아반떼 짝퉁도 버젓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구형 아반떼와 앞뒤 램프가 똑같은 아반떼 짝퉁에 이어, 조만간 구형 싼타페 짝퉁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잡아먹고 있다 일본의 인기차종인 혼다CRV와 도요타 라브 짝퉁도 중국 거리를 누비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측에 법적 조치를 취한다해도 승산이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중소 자동차업체들이 워낙 많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체리 자동차는 그 동안 독일의 폭스바겐 등 외국업체에 내줬던 자동차 판매시장의 흐름을 바꾸며 자국을 발판으로 세계시장에서도 주류 메이커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품질경쟁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 한쪽 벽면에는 ‘품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고유 브랜드를 키울 수 없고, 미래가 없다(沒有質量, 沒有品牌, 沒有未來)’라는 구호가, 또 다른 벽면에는 ‘기술격차 현황판’을 걸어놓고 있다. 전체 직원 2만명 중 연구인력이 3천여명에 이르고, 연구개발에 매출의 10%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는 도장공정 불량률(20%)이 턱없이 뒤져 있지만, 종국에는 일본의 도요타(0.018%)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 업체는 지난해 연간판매량에서 4위였지만, 올해는 지난 3월 월간 판매량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체리자동차는 중국내 판매실적이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합친 것보다도 앞서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그 동안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중동지역을 벗어나 자동차의 본고장인 아메리카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 크라이슬러사는 체리자동차를 파트너로 선택해 지난 6월 합작계약을 맺고 자사의 닷지 브랜드로 체리가 생산한 A1모델을 선택, 올해부터 남미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미국 본토에 수출을 시작하기로 했다. 연간 10만대 이상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 시장에서 이번에는 현대차의 짝퉁 자동변속기를 달고 1976년 소형 승용차 포니가 미국에 처음 상륙한 지 30여년만에 중국산 자동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상상하기 싫은 날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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