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대 대통령선거가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정치권은 이제는 총선이라며 다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특히 득표율 15%를 넘겨 대선출마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이회창 후보측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총선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회창측은 충청권을 연고로 한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당들은 이념, 지역, 정책별 이해관계로 헤쳐 모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총선 후 정치권은 다수당하는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명박 정부, 여소야대 지속 일단 대통합민주신당은 1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켜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체제를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 패배가 정 후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그리고 여당에 대한 ‘심판론’ 성격이 큰 만큼 그들 스스로도 어떤 특정 세력을 향한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신당으로서는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건강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야당’을 만들기 위한 자체정화 노력에 전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더라도 치열한 당권경쟁을 거치면서 계파별 분열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대선 패배 책임론이 고개를 들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대 표차 낙선은 그저 간단히 봉합될 사안은 아니기 때문. 지난 경선과정을 통해 불거졌던 친노-비노-반노간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총선을 겨냥한 당내 공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의 수도 충분하다. 이럴 경우 신당은 자칫 친노와 비노, 반노의 3개 세력에다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으로 합류하는 등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분열이 현실화되면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당내에서는 정동영-손학규-이해찬-김근태-민주당 탈당파-시민사회 등의 계파가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해 계파별 지분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새어나오고 있다. 관련해 신당은 ‘이명박 BBK 특검’과 ‘삼성 비자금 특검’ 등을 총선 때까지 이어가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총선, 보수진영 결집 숙제 10년만의 정권 탈환으로 한층 분위기가 고조된 한나라당에서 당장 눈에 띄는 분열 요소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총선에서의 낙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당내 분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선을 거치며 불거진 이명박 당선자측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간의 갈등은 당권을 포함해 여당으로서의 이념·정책 주도권 쟁탈 양상으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당연히 총선 지분을 요구할 것이며, 대선 직전 합류한 정몽준 의원 등의 입지구축도 만만치 않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명박 당선의 논공행상 다툼 속에서 과거 ‘차떼기·수구꼴통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다시 붙을 수 있다. 또 이회창 신당 탄생이 분명한 만큼, 보수진영의 분열도 당내 내홍의 단초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시원찮은 대접을 받은 이들의 이탈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결국 한나라당은 신당측의 특검 공세에 맞서는 동시에 집안단속이 최대 과제인 셈이다. ■ 민노당, 총선서 지역구 얻을지 관심 창조한국당과 민주당 그리고 이회창 신당, 민주노동당의 앞날도 가시밭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국현 후보가 막판까지 단일화를 거부하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 것과 관련하여 비록 5.8%라는 득표율에도 정치적 입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이 대선 결과만을 놓고 총선에서 흡인력을 발휘하기에는 여전히 미약하다. 즉 당 차원의 향후 정치세력화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현실정치의 벽이 만만치 않은 만큼 ‘조직-자금-인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슬기롭게 풀지 못할 경우 창조한국당은 한때의 바람으로만 남겨진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인제 후보의 0.7% 득표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당의 존립이 위협받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중도개혁통합정당의 결성을 위해 정치적 입지 재구축에 전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 쇄신 기구를 구성하여 12월 26일 박상천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진로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회창 신당의 경우 국민중심당과의 연합을 통해 충청권 정당으로서의 자리매김이 절실하다. 물론 이 후보는 ‘전국정당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성을 완전히 벗어버리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 실제로 이 캠프는 팀장회의과 국민중심당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전략조정회의를 잇따라 열고 향후 진로를 논의하는 등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다. 새로운 보수 대안세력으로의 탈바꿈을 통해 보수진영 재결집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이회창 신당도 총선에서의 선전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밖에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의 참담한 득표 결과에 고개를 떨궜다. 선대위 관계자 책임론과 당 개혁 논란이 점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진보진영의 결집을 위한 획기적인 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노당도 12월 20일 총선 비례대표 등록을 포함한 당직 공직선거 일정을 연기하고 29일 7차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대선결과 분석 및 수습대책 그리고 비례대표 선출 등 정치일정을 조정·논의했다. 결국 민노당 역시 내년 총선을 내다본다면 내부 정비가 절실하다. 대체로 군소정당은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안은 채 차가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총선에서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