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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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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호 ⁄ 2007.12.24 16:15:39

기원 전 6세기 중국 춘추시대의 오(吳)나라 병법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병법서가 저 유명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손무는 이 책에서 승리를 위한 네 가지 방법을 논하고 있다. 첫 번째로, 가장 좋은 승리 즉 상책(上策)은 상대방의 전의를 싸우기 전부터 꺾어놓는 벌모(伐謀)를 통한 승리이다. 이 벌모의 승리는 자기 분야에서 상대방도 승복할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 두 번째 방법은, 벌모의 다음 가는 중상책(中上策)으로서, 상대방을 도울 만한 주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벌교(伐交)이다. 이 벌교의 전략을 쓰려면 상대방이 납득할 만한 떳떳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방법은, 벌교의 다음 가는 중하책(中下策)으로써, 상대방과 직접 물리적으로 충돌하여 결판을 내는 벌병(伐兵)이다. 다만 이 전략을 쓰면, 싸움에 이겨도 불가피하게 희생이 따르고, 그 희생을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네 번째 방법은, 벌병의 다음 가는 하책(下策)으로써, 성문을 걸어 잠근 채 성 안에 웅크리고 있는 적에게 몰려가 싸우자고 덤비는 공성(攻城)이다. 다만 그렇게 해서 이기려면, 위의 세 가지 전략에 비해 몇 배나 힘이 들고 큰 희생이 따르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어 오히려 싸움에서 질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 손무는 위의 네 가지 방법 중에서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부전이승(不戰而勝)을 진정한 승리라고 역설하고 있다. 상대방을 강압하여 짓밟고 이기는 승리는 필연적으로 증오와 복수를 부르므로, 상대를 감싸 안으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승리야말로 가장 현명하다는 가르침이다. 손무의 부전이승론은 무(武)의 전쟁관도 덕(德)을 중시하는 문(文)의 담론으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동양적 지혜를 반영한다. 반전(反戰) 사상을 담은 손무의 이런 주장 때문에, 노르웨이의 평화학자로서 평화학(Peace studies)의 창시자이기도 한 요한 갈퉁은 손무를 평화학의 창시자로 꼽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의 헌정사를 볼 때,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권력에 도취하여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보여왔다. 이번에 새로 뽑힌 대통령만큼은 국민으로부터 국정운영의 권력을 위임받은 ‘위탁경영자’라는 본분을 잊지 말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경영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 당선자도 다짐했듯이, 협력 없는 승리와 승복 없는 승리는 무의미하다는 상생 통합의 진리를 인식하고, 손무가 갈파한 부전이승의 지혜를 십분 활용하기 바란다. 첫걸음부터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봉합하고 이념 양극화, 빈부 양극화,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여 진정한 ‘통합 대통령’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대통령 당선자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마당에, 고위 공직 임면권자로서 청렴을 제일의로 삼아 공직사회의 기강을 추상같이 확립하고 부정비리를 척결하여 ‘부패 공화국’의 오명을 씻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민심은 역시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실어 주었다. 공허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꾼’보다는, 실질과 성과를 중시하는 CEO 출신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당선자는 대선에서 내세운 ‘747 공약’대로 세계 7대 경제대국, 국민소득 4만불, 7% 경제성장 시대를 활짝 여는 진정한 ‘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기를 기대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첫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국민의 위대함을 발견하였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도 했다. 재임기간 동안 부디 이러한 초심을 잃지 말고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간곡히 당부하며, 국민의 박수와 갈채 속에 청와대를 떠나는 그날을 늘 가슴에 새겨두기 바란다. 기왕이면 퇴임한 미국 대통령들처럼 그가 쓴 자서전이 후학들에게 훌륭한 교훈을 주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금상첨화겠고… <최계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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