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정권을 되찾아 의욕적으로 인수작업에 나섰던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가 첫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는 등 국민들로부터 아니꼬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검소하고 실용적인 인수위를 운영하라고 당부한 말이 있은지 며칠 안 돼 일부 인수위원들이 피감 부처와 부적절한 술자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수위 구성과정에 일부 전문위원들 중 징계를 받은 사람을 다시 채용, 주택정책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위, 간부 당선자 집 30m 거리에서 밥·술 파티 물의 인수위원회의 일부 분과위원들이 정부관료들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향응을 접대한 주체가 다름아닌 통합논의가 진행돼온 금감위와 금감원이라는 점에서 인수위원들의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감위 고위간부들은 이날 오전 업무보고를 끝내 뒤 정오쯤 금감원 버스를 이용해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및 경제1분과 위원 상당수와 인수위 주변의 가회동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했다. 지난 해 12월 26일 인수위 출범 이후 섬기는 정부, 슬림 정부를 모토로 한 뒤 향응접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음식점은 이 당선자의 가회동 집과 불과 30m 거리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는 모두 18명으로, 금감위측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과 국·과장, 금감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인수위측에서는 전문위원급 고위 관계자가 여러명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인당 3만원짜리 한정식으로 식사를 했으며, 반주로 술도 곁들였다. 음식값은 모두 60여만원 정도 나왔으며, 전액 금감위가 냈다. 앞서 이 당선자는 인수위 출범 이후 가급적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경제2분과 서모 위원, 행담도 징계. 실패 주택정책 장본인 일부 전문위원 중 서민에게 고통을 준 정책을 집행하고 징계까지 받은 전문위원이 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 2분과에 선출된 서모 위원은 노무현 정권 때 행담도 사건으로 감사원으로부터 징계까지 받은데다가, 주택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간부로서 서민에게 고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노무현 당선자 인수위 시절에는 국가보안법 관련자가 인수위에 근무해 말썽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누가 서모 위원을 천거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출신인 서모 위원은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면서 고속 승진한 인물 중 하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젊은 나이에 건교부의 꽃인 주택국장에 오른 후 강남 죽이기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켜 서민에게 고통을 줬다. 그 후 지난 2005년 행담도 사기사건과 관련, 대출을 해주도록 주선한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되어 징계를 받고 주택국장직을 떠났다. 그러나 징계기간이 끝난 후 바로 복귀, 1급 자리인 주거복지본부장으로 영전하여 노무현 정권 말기까지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주거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서모 위원이 추진한 동탄 제 2신도시는 지난 6월 초 발표되기 전에 일부 정보가 누출되는 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관련,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도 노무현 정권의 주택정책과 별게 다를 게 없다고 서민들은 보고 있다. ■정권인수 아닌 점령군, 공무원 압박 인수위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보고 받고 지침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인수위는 마치 점령군처럼 부처 공무원을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에 따라 폐지위기에 처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업무보고 행태를 맹비난하며 초반 군기잡기에 나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공무원 사회에서는 일부 정책은 고위 공무원이 입안하고 수립한 정책을 중하위 공무원은 단지 실행할 뿐인데 마치 죄인취급하는 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없어져 쥐구멍에 들어갈 신세인 국정홍보처에 대한 인수위의 막 대하기는 도가 넘는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국정홍보처의 정책 중 노 대통령의 나팔수 역할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있지만, 기자실 폐쇄는 국가 이익이나 올바른 언론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상 기자실 운영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언론사와 기자실을 이용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정부의 야합이 함유된 곳이다. 그래서 5공화국 때 기자실은 보도지침에 따라 움직였으며, 촌지문화가 또아리를 틀어 썩은 기자실로 전락했다. 특히 기자단은 완전히 자기들만의 리그로 풀 기사작성, 엠바고 조정 등에 이어 식사대접 등 각종 비리가 판쳤다. 한 예로, YS 정권 당시 한보그룹의 수서비리 때 비리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출입처 기자당 1,000만원씩 배분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었다. 정부와 언론사간에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려 한 노무현 정부에서도 검찰청, 경찰청 등 일부 기자실의 경우 기자단에 가입하지 않은 기자는 기자실 문고리조차 잡을 수 없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자실이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기자실 복원 등의 언론정책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다시 정언(政言) 밀월관계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