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홍보의 시대는 끝났다.” 김형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은 국정홍보처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관계자들의 면전에 대고 국정홍보처로 대표되는 정책홍보 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 동안 좌파 정권의 선전대 역할을 해오던 국정홍보처가 정권교체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에 앞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실무적으로 주도해 온 국정홍보처의 정리부터 시작할 태세다. 그간 취재지원 선진화를 위시한 기자실 통폐합과 신문법을 진두지휘하던 기관이 사라질 국면을 맞이하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사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해소된 것처럼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다. 언론사들은 그렇다 치고, 인수위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국정홍보처에 칼질부터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국정홍보처, DJ 정권 때 탄생 국정홍보처가 출범하던 배경은 이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 취임했을 때부터 홍보를 중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해 정책을 홍보하라고 지시하거나 국회에서 정부 입장을 당당히 밝히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할 만큼 언론에 비춰지는 정부의 모습에 무게중심을 크게 뒀다. 당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 공보수석이 대통령 측근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강연회에 얼굴을 비춰 정부정책을 설명한 것도 홍보를 중시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한 탓이었다. ■‘노무현 찬가’ 부르는 국정홍보처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국책 홍보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홍보공화국'이라는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분리돼 대언론 정책홍보의 역할을 수행하던 공보처의 확대·개편을 단행했다. 이렇게 탄생한 기관이 국정홍보처이다. 국정홍보처는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도 ‘노무현 찬양’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컨대, 국정홍보처는 노무현 대통령의 동정사진을 정부 산하 조직마다 배포하기 위해 4,600만원에 이르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6,000여만원에 이르는 혈세를 들여 ‘노무현 따라잡기’라는 홍보책자를 출판하기도 했다. 국가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국정홍보처가 노무현 홍보기관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또한 국정홍보처 내 한국정책방송(KTV)은 2005년 9월 국회의 국정감사 내용을 보도할 때 한나라당의 의견을 삭제 편집하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발언만을 방송하는 의도적 잘못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방송위원회로부터 공정성 위반으로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홍보처 내에는 친노계 인사가 대거 포진돼 있다. 현 국정홍보처 실세인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은 미디어 비판매체인 ‘미디어오늘’ 편집장 출신인데, 노무현 측근의 추천으로 임용된 케이스다. 또한, KTV를 운영하는 영상홍보원 원장을 거쳐간 사람 중 고석만, 장동훈, 정구철 씨 등이 청와대 홍보인사 아니면 노무현 대선 캠프 출신임이 드러났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 뽑힌 조영동 전 처장은 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이고, 정순균 전 처장도 노무현 후보 캠프 출신인 친노인사이다. ■국민 위한 정부정책 공보기관으로 거듭나야 이번 인수위의 국정홍보처 폐지 발언에는 10년 묵은 진보정권의 낡은 산물을 청산한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국정홍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노무현 정권의 홍보역할에만 치중해 온 국정홍보처는 그래서 무용론이 계속 대두돼 왔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홍보처에 의해 자행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신문법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인수위 출범 후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김형오 부위원장은 “국정홍보처란 이름은 없어지더라도 그 기능을 어디서든 해야 한다”면서 기능이 이관되거나 다른 부처를 개설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국정홍보처의 운명이 경각에 놓여 있으나, 국가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고 납득시키는 기능은 어느 부처에선가 해야 할 몫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생길 공보기관은 코드 인사를 지양하고 능력위주의 인사와 공정한 시각의 공보기관이 되기를 주문한다. 한나라당 모 의원의 말마따나 ‘대통령 가까운 사람들이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곳’이 돼선 안될 것이다. <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