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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근처 어느 식당의 따뜻한 풍경

한쪽(인수위)에서는 날카로운 비판, 한쪽(식당)에서는 정겨운 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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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호 ⁄ 2008.01.14 16:34:08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보금자리 삼청동. 삼청동은 대기업의 본사 빌딩과 어지러운 네온사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근의 상업·업무지구 종로와는 대조적으로, 헌법재판소와 감사원 같은 관공서를 제외하고는 주로 한옥과 같은 개인주택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고풍스럽고 한적한 동네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라고는 감사원과 정부청사와 같은 주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전부이다. 그러나 삼청동을 마냥 호젓한 동네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삼청동은 역대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지난 정부를 평가하고 좋은 것은 이어받아 새 출범을 준비하는 역대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16대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이곳 삼청동에 인수위원회의 사무실이 들어섰으며,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삼청동의 끄트머리에는 지금도 10년 묵은 정부부처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있다. 이곳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인수위가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이후로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역내 음식점들은 5년마다 찾아오는 ‘삼청동 특수’ 물결에 합류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인수위 업무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각계 각처 공무원들이나 인수위 직원, 취재진들과 같은 뜨내기 손님들이 주류이지만, 식당 주인들은 모처럼 몰려드는 손님들이 반갑기만 하다. ■취재진도, 인수위 직원도 모두 한자리에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삼청동 방면으로 조금 내려오면, 개업한 지 30년 된 도가니탕 집이 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5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앉아 있었다. 3대 가족이 다 모여 서로 국자로 국을 퍼주며 정겹게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한켠에서는 하루의 피곤한 일과를 마친 취재진이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내일에는 우리 애(직원)들 다 이리로 와서 밥 먹으라고 할께요”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식당을 나서던 한 방송사의 간부는 매일 점심마다 이 식당에 와서 밥을 먹고 있다며 1월부터 인수위를 취재하는 동안 이 집의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뜨내기 손님인 인수위원회 관계자들도 들어와 할머니에게 정답게 인사를 하며 앉기도 했다. 그들도 “요즘 집에 가기 전에는 직원들과 이 식당을 찾는다”며 “앞으로도 단골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이번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사람들로 붐빈다. ■“요즘 왜 이리 붐비나?” 푸념도… 자유롭게 여러 주제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식당 손님들 사이에서는 이번 인수위 분위기는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5년마다 겪는 행사라지만, 이번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아니면 ‘한자리’ 꿰어 차고 싶은 심리 때문인지, 지난 인수위 출범 당시보다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말이다. 도가니탕 집의 단골이라는 한 손님은 “지난번 노무현 정권의 인수위원회를 설치했을 때에는 분위기가 차분하고 조용한 가운데서 진행이 됐는데, 이번 이명박 씨가 당선되고 나서는 이곳이 너무 시끄러워졌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대선 후에 한번은 (감사원에 올라가는) 길에 (경찰 이동초소) 버스가 잔뜩 서서 교통을 방해하고 있길래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알아봤더니 이명박 당선자 때문이라는 것이다”라며 “ ‘벌써부터 이렇게 유난 떨 필요 있나’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식당의 주인인 박정옥 할머니는 “나이가 먹고 나니 조용한 게 좋아. 요즘에는 이렇게 시끄러워 정신이 없는데, 장사가 조금 덜 되더라도 조용한 게 좋지”라고 말했다.

■5공 때부터 이명박 당선인까지 “다들 착한 사람들이야” 이 도가니탕집의 사장이자 요리사인 박정옥 할머니는 삼청동 언덕배기에서 30년 동안 식당을 경영하면서 인수위원회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여기서 장사해 온 사람이야.” 자랑스럽게 말한 박정옥 할머니는 그간 다섯 번의 대통령 교체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서슬 퍼랬던 군부통치의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 민주화 항쟁을 거치고 정권이 바뀌고 난 뒤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현재 이명박 대통령까지 네번의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이 곳 식당에서 지켜봤다. “그때에 티비에서는 독재다 뭐다 말들 많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 같더라고. 바쁠 때면 서로 팔 걷어부치고 도와주겠다고 하고, 밥 먹고 나갈 땐 맛있다고 또 오겠다고 하는 걸 보면 참 고마웠지. 밖에서는 다들 정치인이다, 공무원이다 말들 하지만, 여기에서 보면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노태우 대통령도 점심 대접했었지” 박정옥 할머니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당시가 점심 때다 보니 워낙 바빠서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노태우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당시에는 이곳에 밥집이 이곳을 포함해 세 곳 밖에 없기 때문에 따로 갈만한 곳이 마뜩치가 않아서 우리 집을 찾아줬을 것”이라면서 “당시 인수위 사람들도 자주 우리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곤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정옥 할머니는 “감사원이 가깝다 보니 거기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자주 오는데, 다들 점잖고 착하다”고 감사원 직원들을 평가했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3분의 1만 빼고 나머지는 다 착한 사람들이야.” 지척의 건물 안에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으나, 박정옥 할머니는 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박정옥 할머니의 평처럼 서민들이 힘들어하면 옆에서 거들어 주고, 도가니탕집에서 서민들과 함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넘치는 공직사회가 되길 바란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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