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무궁한 기대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무자년 새해 1월, 서울시 종로구청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새로 도입한 특별한 제도가 있다. ‘탄력근무제’라고 하는 이 이색 제도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직원들이 선택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를 선택하여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종로구청은 일단, 다른 부서와 협의 없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서 육아, 자기계발을 원하는 직원의 신청에 따라 부서장이 추천하는 6급 이하의 직원을 대상으로 3월까지 시범 실시 한 후 문제점을 개선해 이 제도를 전부서로 차츰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로서 이와 같은 이색제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종로구청 신승택 총무과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제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더불어, 국내의 기업들이 ‘탄력근무제’뿐 아니라 직원 복지제도 개선과 업무향상 등을 위해 획기적인 제도를 연구·도입 하는 데에 참고가 되길 바란바이다. 행정기관인 지자체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제도인데, 종로구청에서만 시범실시하는 것인지, 또 시행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서울시와 행정자치부 등에서도 반짝 시행을 한 적이 있다고 들었으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며, 직원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하는 차원에서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육아를 하고 있는 여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실시하게 되었죠. 구청장(김충용 종로구청장)께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탄력을 받아 좀 더 일찍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종로구청의 탄력근무제는 어떻게 운영됩습니까? “탄력근무제는 말 그대로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현재는 3가지 유형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해당자들은 각각 7시, 8시, 10시에 출근해, 중식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 근무한 후 퇴근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제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전부서에 배포하고 참여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였습니다.” 참고로 삼은 외국의 제도 혹은 기업이 있는지요? “학구파인 구청장께서 현재도 세곳의 대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박사과정도 밟고 계신데,‘탄력근무제’에 대한 강의를 듣고 우리 구청에 도입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후 알아보니,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국가 중 일부가 국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시행까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구청 업무의 특성상 직원 혼자 처리하는 업무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 민원인을 상대하거나 다른 부서 혹은 다른 기관과 연계된 업무가 많아 전면적인 시행은 어려운 상태여서, 우선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간 시범적으로 실시해 본 후 문제점 등을 보완하여 확대 실시할 예정입니다.” 제도 도입 후 첫 반응은 어떠했으며, 지금까지 구청 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이러한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제도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하나,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없는 제도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현재 참가하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육아, 간병, 원거리 출·퇴근자, 단속부서 근무자 등인데, 개인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육아를 하고 있는 여직원들이 제일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점도 있을 텐데요. “민원응대 부서를 비롯하여 다른 부서·기관과 연계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탄력근무제에 참여할 수 없는 직원의 경우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있기는 하나, 공무원의 특성상 일정한 부서 또는 일정한 업무만 계속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1년 혹은 3년에 한번 씩 로테이션하기도 하며, 또 앞으로 탄력근무제 참여를 원하는 직원은 전보 등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3개월간 시범실시하면서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완하여 많은 직원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개선할 것이설 하려고 합니다.” ■출근은 30분 전! 퇴근은 3시간 후! 오래 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선호해 ‘아침 일찍 출근,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원을 다른 직원의 모범으로 제시하여 일의 능률이 있고 없고를 떠나 직원들이 무조건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는 일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곤 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맡은 일을 전부 끝내 놓고도, ‘왠지 나만 집에 가기 좀 그렇다’는 일종의 ‘죄책감’이 발동해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아까운 시간을 축내고 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993년부터 7·4제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CJ는 이미 2000년부터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부서 구성원이 협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플렉서블 타임제’를 실시해 왔다. 2005년부터는‘공공기관 탄력근무제’도 도입돼 정부 부처와 공기업, 지자체 등에서 잇따라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8 to 5 야근 줄이기 캠페인’까지 시행하면서 불필요한 야근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정도로 습관적인 야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한 직원의 말에 의하면, 회사 내에 ‘8시 출근, 5시 퇴근’이라는 규정은 잡혀 있으나, 위에서 말한 ‘죄책감’이 발동해 퇴근하는 시각은 훨씬 후라고 한다. 그래야만 왠지 마음이 놓이고, 제대로 일한 느낌마저 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직원들에게는 이런 정책이 출근도 일찍 하고 늦게까지 남아 일도 해야 하는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을 뿐이었다.
■업무시간과 업무성과는 반드시 비례한다? NO! 2007년 10월 11일자 한국경제 특집 [인재가 미래다]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미국 인터넷 검색 엔진회사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꼽고 있다. 직원이 스스로 집에서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면 재택근무를 하면 된다. 또한, 출근 이후 시간 활용도 자유롭고, 복장도 자유롭다. 집에서 기르는 개와 함께 근무해도 되고, 반바지에 속옷 바람이라도 상관없다. 뿐만 아니라 본부 건물 안에는 200여평 가량의 헬스장에 50여개의 러닝 및 사이클 머신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 장비가 빼곡하며, 건물 곳곳에 설치된 간이 카페에서는 커피와 다양한 식음료가 제공되고, 5명의 의사와 이발소, 마사지장도 따로 마련돼 있다 한다. 구글의 이런 ‘자유와 창의’ 정신을 업무와 연결시킨 것은 바로 업무시간의 20%를 개인 관심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20% 프로젝트’다. 엔지니어 등 모든 직원들은 팀장에게 개인 관심사를 알린 뒤 1주일에 하루는 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주제도 흔쾌히 수용된다. 화성 탐사선 개발을 연구하고 싶다면, 회사에서 관련 전문가까지 초청해 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엔지니어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틴 홍은 “이런 개인 연구가 사내 통신망을 통해 동료들과의 공동 연구로 이어지고 결과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세계 속의 기업인 ‘마이크로 소프트’ 에서도 일정한 근무시간만 지키면 직원들 스스로 출퇴근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 각자 자신의 리듬에 맞춰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우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