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발행인 칼럼] KBS, 제 몸의 허물부터 벗어라

  •  

cnbnews 제50호 ⁄ 2008.01.14 16:53:29

지난 5일 밤 10시 50분부터 23분 동안 KBS는 미디어 관련 시사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를 통해 “신문, 광고와 거래하다”라는 진부해 보이는 제하의 신년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좌파 진영에 ‘보수언론권력’으로 찍혀 돌팔매를 맞아 온 조중동(조선·동아·중앙일보)에 대한 철 지난 공격과 함께 광고를 앞세워 그 언론 권력과 유착했다는 재벌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원래 이 프로그램의 담당 기자가 인터뷰 요청용으로 관련 인사들에게 보낸 질문지에는 프로그램의 가제가 ‘광고와 언론’이라는 평범한 이슈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방영된 제목이 ‘신문, 광고와 거래하다’였음을 볼 때, 특집을 기획한 KBS의 의도가 애초부터 신문과 재벌기업의 유착 의혹을 겨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날 TV 화면에 등장하여 신문·재벌의 유착을 증언한 미디어 관련 인사들은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시사IN 등 하나같이 삼성그룹과 적대적 갈등관계에 있는 매체의 기자들 일색이어서 ‘미디어 포커스’가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로 궁지에 몰려 있는 삼성그룹을 겨냥한 속내가 분명해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KBS의 정연주 사장이 한겨레 신문의 전 논설주간이었다는 전력이 의미심장하다. 여기에서 조중동이나 삼성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려니와, 그럴 입장에 있지도 않다. 경·언 유착 의혹이 있다면 마땅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그것은 응당 공영방송으로서 지녀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문제는 KBS가 과연 이런 의혹을 떳떳하게 고발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것도 비난의 대상인 당사자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 편향되고 왜곡된 구성으로 말이다. 이 질문에 KBS가 ‘그렇다’고 나선다면 그런 몰염치가 없다. 왜 그런지는 다음과 같은 ‘배임’ 행위로 스스로 공영 방송임을 포기하여 국민의 질타를 받아 온 그들 스스로가 더 잘 알 터이다. 첫째, 2002년 대선에서 KBS는 김대업이 제기한 ‘병풍’ 의혹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여당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나팔수 역할을 했다. 훗날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 덕 좀 봤다”고 실토할 만큼 KBS의 공헌은 지대했다. 그 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은 조작으로 밝혀져 김대업은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는데, 최근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사면에서 외면당한 김대업이 진실을 폭로하겠다며 칼을 물고 나섬으로써 ‘병풍’이 정치 공작이었음을 김대업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되었다. 둘째, KBS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가결 때 꼬박 이틀간을 탄핵 반대 방송에 매달렸다. 당시의 KBS는 노무현 정권의 방송이었지 공영방송은 아니었다. 그 ‘눈물겨운’ 선동 효과는 이후 치러진 총선으로 이어져 KBS는 여당에 유권자의 몰표를 몰아다 준 일등공신이 된다. 셋째,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시청료와 세금으로 배를 불리면서도 건국의 공훈들을 친일파로 낙인 찍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한편으로, 노무현 정권 좌파 실세들의 코드에 맞춰 남미의 정신 나간 독재자를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흑기사로 치켜세우는 등 시청자인 국민을 우민화하려 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넷째, KBS는 방만한 경영과 ‘그들만의 잔치’끝에 살림살이를 2년 내내 적자로 망쳐놓고도, 그 잘못을 몽땅 시청자 몫으로 떠넘겨 시청료를 60%나 인상하려는 파렴치한 후안무치를 드러냈다. 만약 KBS에 공영방송 파수꾼이라는 자각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을진대, 이럴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다. 이렇게 제 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남의 잘못을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하고 있으니, 남을 손가락질하는 그 모양이 가소롭다는 것이다. 언론과 재벌의 광고유착 의혹을 말하기에 앞서 제 허물부터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합당한 순서일 것이다. 내가 깨끗하고 나서 남의 더러움을 책할 때 뉘라서 수긍하지 않겠는가. KBS는 지금 당장 제 몸에 얽혀 있는 유착의 고리부터 끊어내기 바란다. <글·발행인 최계식>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