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후 참패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한국사회당 등 진보정당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과 한국사회당은 저조한 지지율로 기탁금 등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재정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자유신당이 극적으로 15%를 넘기며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아 비교적 여유있는 총선준비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진보정당들은 선거비용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재정관리 문제로 문국현 대표와 김영춘 의원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주노동당은 선거비용을 차입해 사용하는 등 적자운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노동당은 비상수단으로 당 재정지출을 전면 중단했다. 민주노동당은 당 재건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한국사회당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 심상정, 민주노동당호 침몰에서 구하라 심상정 호가 충격적인 대선패배로 당지도부가 퇴진한 가운데 민주노동당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우선 비대위는 대선에서 차입한 선거비용이 많아 모든 당 지출도 당분간 중단했다. 심상정 호는 △강력한 진보야당, 당 변화와 혁신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재탄생 등 ‘제 2창당’의 초석을 마련해야하는 임무를 맡게됐다. 민노당의 재기여부는 진보진영의 세확대와도 직결돼있다. 민주노동당은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등 그동안 제기된 질책과 경고를 겸허하게 수용해 운동권 정당이란 낡은 틀을 벗어던지고 대중속에 뿌리내리는 진보적인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틀을 벗어나 정당으로서 독자적, 주체적인 노동전략을 세워 노동정책사업과 당직에 대한 노동부문 할당제도 전면재검토하는 등 노동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비대위가 이처럼 혁신에 나선 것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얻은 득표가 3.01%, 71만여표로 지난 16대 대선(95만여표)때보다도 성적이 안조았다. 더구나 새로 등장한 창조한국당(5.82%. 137만여표)에 비해서도 떨어졌다. 민노당은 첫 대선에 도전했던 15대 때 30만표에서 16대때는 95만여표로 크게 늘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줄어들어 타성과 낡은 틀에 갇혀있다며 경선기간에도 내내 지적돼왔다. 평소 민노당이 얻었던 정당지지율인 8.9%의 절반 이상을 창조한국당이 얻어 4월 총선에서 자칫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심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4월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불출마를 전제로 한 것도 당 재건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단 비대위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춰가기 위한 핵심사업으로 ‘평가와 혁신사업’, ‘이명박 정부 대항사업’, ‘18대 총선준비사업’을 당면한 3대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우선 ‘평가와 혁신사업’은 17대 대선평가와 함께 당 혁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 운영쇄신을 위해 ‘평가혁신위원회’와 바닥난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재정실태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제2창당의 초석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명박 정부 대항사업’은 민생과 사회공공성을 파괴할 이명박 정부에 맞설 강한 진보야당을 정립하는 것으로 이명박대항본부(가칭)가 관련기구로 활동한다. ‘18대 총선준비사업’은 비례대표 추천 및 총선활동에서 당의 대중적 활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비레후보추천위원회, 총선준비기획위원회 등이 관련위원회로 움직인다. 심상정 호는 평가혁신, 재정실태조사, 비례후보추천, 총선준비기획 등 4개 위원회와 ‘이명박 대항본부’(가칭), 자문단 등으로 구성되는 모양새다. 평가혁신위원회에 대해 심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의 쟁점이 됐던 의제들에 대해서도 평가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기초로 당의 혁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혁신위원회에는 평가소위와 혁신소위 등 소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실태조사위원회는 외부기관에 의뢰해 당 재정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심 비대위원장은 “중앙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재정문제를 둘러싼 많은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외부 기관에 의뢰해서 안정적인 재정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비례후보추천위원회는 주로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다른 위원회 등과 달리 비대위원이 아닌 국민적 신망이 있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맡기기로 했다. 총선준비기획위원회는 18대 총선방침과 기획안을 마련하게 된다. 가칭 이명박 대항본부는 민생경제, 환경생태, 교육, 민영화 등의 분야로 4~5개 팀(T.F.T)을 운영해 설득력 있는 강력한 대응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비대위원장 자문단과 직속단위로 비서실, 대변인실 등이 운영되며 집행위원장 직속 단위로 총무실, 기획조정실, 조직실, 정책실, 미디어홍보실, 대협실, 민원실 등이 총괄된다. 심 비대위원장은 자문단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활동방향과 제 2창당의 전망을 함께 고민하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진보진영내에서 신뢰와 명망을 지닌 분들로 구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창조한국당, 개점휴업서 재기 시동 창조한국당도 대선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서 벗어나 총선채비에 들어갔다. 창조한국당은 대선에서 민노당을 제치고 137만표를 얻은 여세를 몰아 제1당 야당을 현실적 목표로 잡았다. 막판 표쏠림만 없었다면 대선에서 10% 이상 득표했다는 것이다. 창조한국당은 최근 열린 대선평가에서 “이명박 정부와 범한나라당 세력에 맞설 유일한 야권세력의 기반을 구축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창조한국당은 대선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1/4밖에 사용하지 않는 등 돈안드는 선거를 치르기는 했지만 자원봉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선거운동을 극대화하지 못했다고 진단했지만 현역의원이 1명밖에 없어 국가보조를 받지 못하는 등 재정문제를 타개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실적 고민이 있다. 한국사회당은 대선득표율이 1%도 안돼 당의 존립기반조차 흔들리고 있다. 금민 대선후보 등 당지도부는 사퇴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당의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진보의 기치를 들고 새정치를 주창하고 나섰던 진보성향의 정당들에게 2008년의 겨울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