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관련 업계가 공황상태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는 정통부의 주요 정책들을 영역별로 나눠 IT 정책·진흥 기능은 산업자원부, 연구·개발 기능은 과학기술부, 콘텐츠 진흥 기능은 문화관광부, 방송·통신 규제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로 각각 분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통부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형국이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부의 영역 안에서 지원과 규제를 받던 모든 산업영역이 일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통신·방송 컨버전스의 결정체인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 서비스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8일 3년간의 진통 끝에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따라서, 오는 6월에는 법안의 기준 요건을 갖춘 IPTV 사업자가 첫 방송을 실시해, 그간의 실시간 방송을 뺀 반쪽짜리 IPTV를 벗어나 온전한 인터넷 방송 시스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한층 커졌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통과된 IPTV법을 시행할 기구(정보통신부)가 사라지게 돼 시행령을 제정하는 일도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IPTV 상향선 급제동 우려 작년 국회에서 IPTV법이 통과되면서 그 기대치는 상당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원활한 의견교환으로 통방융합 서비스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의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콘텐츠 중심의 시장개편 논리가 방송통신 규제기구의 개편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방송구조가 개편될 경우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폭발적인 지원이 예상돼 왔다. IPTV법의 집행부서와 시행령 제정 자체가 물 건너가게 된 이상, 다시 인터넷 방송 관련법을 만들더라도 현행을 벗어난 IPTV의 서비스는 이르게 잡아도 연말에나 가능하다. 그간 법안 제정으로만 허비해 온 3년을 다시 한 번 연장시키게 된 꼴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방송위원회의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칭)’라는 대안을 통해 IPTV 서비스의 시행을 추진하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방통위가 방송위원회처럼 정부기관이 아닌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설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4월 총선을 앞두고 한창 바빠지는 가운데, 다른 당의 반발과 방송위원회를 비롯한 방송업계의 저항을 받아가며 IPTV 정책을 서두를 필요를 못 느끼는 부분도 있다. 결국 통방융합정책은 총선을 치른 후 다시 마련하겠다는 심리이다. 12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IPTV법에도 ‘방통위 출범 전까진 정통부와 방송위의 합의로 IPTV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함께 들어가 있으나, 정통부 해체는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IPTV를 한정된 면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 KT와 하나로텔레콤과 같은 통신업계는 이번 정보통신부의 폐지가 한창 상향선을 긋고 있는 IPTV 주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IPTV를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소프트웨어 성장 엔진이라고 표현했었다”며 “이번 정통부 폐지가 확실시될 경우 올 상반기 IPTV 서비스는 이미 불가능해졌고, 연말까지도 불투명하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처럼 통신업계는 IPTV와 관련해서 관청에 요구할 사항이나 문의할 사항이 있어도 해결해 줄 부서가 사라진 상황이라 하소연조차 할 데가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 극심한 침체 우려 정통부의 폐지로 인해 IT 업계 또한 큰 공황에 빠져 있다. IT 업계는 이명박 당선인이 IT 정책 포럼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중소 벤처 기업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고급인력 1만명, 전문인력 10만명을 양성할 것”이라고 했던 공약을 믿으며 차기 정부에서 IT 산업이 계속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정통부와 IT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정통부가 없어질 경우 IT 산업은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가 된다. 정통부의 IT 정책 기능이 타 부처로 분산되면서 정책 수렴이 힘들어지고, 일관된 IT 정책을 도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욱이, SW 업계의 위기감이 절박한 수준이다. 방송과 통신에 비해 산업규모가 영세한데다, 최근 정통부가 추진한 SW 분리발주와 대기업의 입찰제한과 같은 정책들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통부의 폐지마저 이뤄진다면 산업 전체가 고사할 위기마저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다존기술의 한 인사는 “정통부가 통신과 방송에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SW 업계가 비빌 언덕은 정통부뿐”이라며 “정통부와 같은 전문적인 조직을 살리고, 오히려 관리조직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SW 업체들은 정통부의 SW 진흥단을 통해 목소리를 전달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수월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티맥스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의 주요 기능이 산자부로 이관될 경우 대형 제조산업에 밀려 순수 IT 산업인 SW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정통부의 SW 인력이 산자부로 옮겨가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