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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이명박 정부 출범전 증시 발목잡나

국내 증시 악재 여전… 개미, 주식·펀드→은행예금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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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호 ⁄ 2008.01.28 16:14:10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세계 증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중앙은행은 1월 중순경 긴급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 전화 화상회의를 열고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는 4.75%에서 4.0%로 하향 조정됐고, 연방기금 금리도 4.25%에서 3.50%로 낮아졌다. 미국중앙은행이 금리를 0.75% 포인트나 대폭 인하한 것은 미국경제가 극도로 침체됐던 198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국내 증시는 지난주 장중 1500대까지 추락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으며, 펀드 가입자들도 환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지난해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작년 말과 올해 초까지 국내 주식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한지 반년도 채 안된 사이 벌어진 일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작년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스닥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대호황을 기록했다. 당시 투자전문가들은 대부분 작년 말에서 올해 초까지 코스닥 지수가 2500~3000포인트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투자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시장은 이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해방됐다”며 “국내 자금으로 2000시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소비를 더욱 부추겼다. 이를 믿은 개인투자자 및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월급통장 및 예·적금 등 수신자금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주식·펀드로 갈아타는 자금 대이동 현상이 나타났다. 과거 은행의 전유물이라 여긴 여·수신 및 월급 통장은 이자율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지만, CMA는 자금 예치만 해도 연 5% 가까운 이자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과 연계된 펀드 역시 예·적금보다 이자율이 월등히 높아 은행 자금 수조원을 흡수했다. 실제 금융소비자들이 CMA 통장과 펀드는 누구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기본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도 이때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코스피 2000포인트를 넘어선지 한 달도 채 안된 작년 8월 초 국내 증시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영향으로 심리적 공황 상태를 연출했다. 투자전문가만 믿고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으며, 일부 금융계에서는 투자전문가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일부 애널리스트는 “투자 의견이 성급했다”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또 확실하지 않은 주식전망 보도로 투자를 부추긴 언론들도 전망기사 보도를 자제하고 자산관리 및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서둘러 말을 바꿨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단순히 국내 증시시장 파장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ㆍ아시아 증시 불안 여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주요 증시인 영국 FTSE 지수는 물론 독일지수와 프랑스지수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증시가 떨어지면서 유럽의 경기침체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최근 JP모건이 유럽의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회사채 부도위험이 지난 200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EU 통계국이 발표한 경기선행지수가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유럽의 재무장관 등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 침체가 유럽의 경제 성장률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장 클로드 융커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미국의 경제 위축을 주시하고 유럽의 경제성장 예상치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올해 EU 경제성장률을 1.8%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예상치인 2.2%보다 낮은 수치이며, 지난해 2.6%에서는 크게 떨어진 것이다. 아시아 증시의 불안요소도 여전하다. 홍콩 증시가 반락했고, 대만 증시는 급락한 뒤 7400선에서 반등했다. 일본 증시는 한때 1만3100엔 선을 지켰을 뿐이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가 채권보증업체 구제 전망에 환호하며 상승했지만,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될 것이란 우려와 애플에 이어 e베이가 실적전망을 실망스럽게 내놓는 등 불안감의 여운이 여전히 남는 모습이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는 물론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 역시 연일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와 상하이 B지수 역시 잇따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美, 정권 바뀐 한국 주식으로 길들이기? 이처럼 불안한 상황은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반등 기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증시전문가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43조원이나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이 공황상태를 보인 이유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도현상 영향이 가장 컸다. 특히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5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달도 채 안된 사이 대규모 투자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 손상을 감안하면서까지 펀드를 환매하고, 과거 주식으로 전환했던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으로 유턴 하는 현상마저 초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빼 먹을 만큼 빼 먹었으니 이젠 회수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세계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중국과 인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개발도상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는 의례적으로 투자보다는 지켜보자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놓여 있지만, 사전에 은행대출을 막고 부동산 안정화를 강구해온 국내 증시가 지금과 같은 공황상태까지는 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조원의 투자자금을 매도하고 있는 현상의 배경은 오는 2월 정권을 교체하는 한국을 미국이 증시로 길들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미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것 같다”며 “이는 돈으로 국내 시장을 길들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식불황, 증권사 ‘울고’ 은행권 ‘웃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 불안한 증시시장에서 그 동안 증권사에 자금을 이체한 수신 고객들이 은행권으로 U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은행들은 최근 CMA와 펀드에 빼앗긴 수신 고객을 되찾기 위해 경쟁적으로 특판 예금금리를 출시했다. 아울러 월급통장에 예금이자를 높여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주요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9조6987억원 늘어난 482조36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75조373억원에서 12월 472조6626억원으로 2조3747억원 줄었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 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금난은 옛말이 됐다”며 “주식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은 넘쳐나는 자금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이 금리가 연 6%대 중반인 예금상품을 내놓기 무섭게 판매한도가 소진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연 6.7~6.9%의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예스 큰 기쁨 예금’ 판매한도 1조원을 모두 소진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10일만이며, 하루에 1000억원씩 판매한 셈이다. 3년 만기에 최고 6.7%의 이자를 주는 신한은행 ‘골드 마우스 정기예금’도 1월 첫주(2~9일) 판매한도 5000억원을 모두 팔았다. 국민은행은 7일부터 1년 만기에 연 6.5%를 주는 ‘고객사랑 정기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해 6영업일 만에 1조1654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1년 만기 연 6.4%를 주는 농협의 ‘큰 만족 실세예금’도 1조500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2~14일) 하나은행 ‘고단위 플러스 정기예금’에는 9영업일 만에 무려 2조5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특판 예금 판매 때와 비교하면 올해 판매실적이 크게 늘어났다”며 “증시 조정이 이어지자 펀드로 유입되던 시중자금이 특판 예금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요구불 예금 상품도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거래를 새로 시작하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여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상품 ‘KB 스타트(Star*t) 통장’을 내놨다. 이 상품은 인터넷 사용 빈도가 높은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요구불예금이지만 평균잔액 중 100만원까지는 연 4%의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AMA 전자통장은 수수료 면제 기본계좌와 연 4.0%에서 최고 연 5.3%까지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2개 계좌를 오토 스윙 방식을 적용해 하나로 연결한 복합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17일까지 현재 8만1350좌, 2182억원이 팔려 나갔다. 신한은행의 여성전용 상품인 홈앤 스위트(Home'n Sweet)예금은 인테리어와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7일까지 현재 총 20만2288좌가 판매됐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출시한 빅팟 통장은 15일까지 현재 21만2542좌, 6870억원에 달한다.

■개미, 투자전략 다시 짜라 증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주식 하락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경우 투자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조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펀드의 경우 손익분기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등시기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환매하는지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PB센터 최현주 팀장은 “증시 악재는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만약 펀드를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소폭이라도 순이익을 본 경우는 당장 환매하여 반등시기에 맞춰 다시 가입하고,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환매하지 말고 반등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최 팀장은 세계 증시시장에 대해 “미국이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등시기를 기다리고 적절한 투자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SBC 정수영 FP는 “이달 말 미국이 한 차례 더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국내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호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식·펀드에 투자한 상황이라면 가급적 환매를 자제하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이 악재를 보인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증시 사항을 주시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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