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의 신드롬이 막을 내리는 듯하다. 지난 대선에서 다소 황당한 공약을 걸어 이슈를 불러일으킨 허 총재는 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서울 남부지법은 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총재는 그 동안 허위 이력과 가짜 합성사진 등을 유포했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결혼설을 주장한 바 있다. 김선일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경력 과장이라는 의심이 들며 개인능력을 과대 포장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올 총선에서 국민을 미혹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허 총재 측은 검찰이 함정수사·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허경영 신드롬 어디서부터? 인터넷은 물론 각종 언론 매체들이 ‘허경영 신드롬’으로 술렁일 지경이다. 일명 ‘허경영 신드롬’은 그가 지난 대선 때 내어놓은 공약에서부터 시작됐다. ▲결혼지원금 1억원 지원 ▲유엔 본부 판문점 이전 ▲출산장려금 3,000만원 지급 등 역대 대선사상 이만큼 파격적인 공약도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허 총재는 군소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허경영 신드롬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해 매번 폭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나 최근엔 스스로 외계인과 교신이 가능하며 축지법·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2초 만에 눈빛으로 병을 고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 몰이 덕분에 현재 온라인에선 허 총재의 팬 카페가 속출하고 있는 지경이다. 또 허경영 어록· 허본좌· 허느님 등 그를 둘러싼 유행어가 온라인을 장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경영 ‘말’ 모아보면… 하지만 관심이 집중될수록 허 총재의 허풍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그 중 몇 가지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뇌파로 부시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인다>-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부시 미국 대통령을 뇌파로 움직여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님이 대통령을 네 번 할 운세라고 했다>-허 총재가 일곱 살 때 한 스님이 ‘대통령을 네 번 할 것이니 한문을 배워라’고 말해 초등학교 시절 사서삼경을 떼었고 대통령이 되고자 결심했다는 것. 이 밖에도 <2시간 걸리는 산을 10분 만에 올라간다> <링컨이 가장 싫다><전국을 네 개 도로 축소한다> <눈 빛으로 암을 치료한다> 등이 있다. 특히 전국을 4개 도로 축소한다는 말은 지역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경기도 포함), 충강도(충청·강원), 경전도(경북·전북), 전경도(전남·경남)로 전국의 도(道)를 네 개로 축소해 나누어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 ‘진실 찾기’에 나서다 허 총재의 이 같은 발언들은 그가 출연한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진 각 방송사들은 ‘허경영 모시기’가 힘들다는 말까지 해댈 정도였다. 하지만 제2의 신정아 사건을 재관람이라도 하듯 허 총재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부시 대통령과 허 총재의 사진이 합성으로 들통난 것이다. 문제의 사진은 허 총재가 그 동안 자랑삼아 내어놓은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는 합성사진임을 부정했다. 430의 아이큐 측정 역시 문제가 되자 뒤늦게 ‘허경영식 아이큐 계산법’으로 말 바꾸기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박 전 대표와의 ‘결혼 스캔들’로 주목받은 허 총재가 몇 차례 결혼한 사실이 있다는 충격적인 폭로도 잇따랐다. 이를 공개한 한 방송사에 따르면, 그가 대선 전 ‘고도의 전략’으로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을 퍼트렸으며, 사전에 미리 전처와 자식들의 존재를 숨겼다는 것. 그 근거로 방송사측은 박 전 대표를 언급한 각종 인터뷰가 실린 무가지를 공개하는가 하면, 경제공화당 당원들이 배포했다는 문제의 무가지에 적힌 소재지가 당의 주소와 일치한다며 증거를 보였다. 또 익명의 제보자도 나타났다. 그 제보자는 “허 총재가 최소한 두 번 혹은 사실혼 관계를 통해 아들과 딸까지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사태는 커졌다. 이처럼 허 총재의 거짓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엔 별 타격이 없는 듯하다. 현재 그의 미니 홈피는 매일 6,0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응원의 글을 남기는가 하면, 여전히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를 달린다. 이는 4위 정도에 미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10위권 내외에 있는 문국현, 이회창 등 정치인에 비하면 대단한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전문 컨설턴트는 “반짝이는 관심일 뿐 정치인은 국민들의 신뢰를 한 번 잃으면 복귀하기가 힘들다. 허경영 신드롬도 지금부터 몇일 잠깐 유지 될 뿐 정계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