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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화 동지서 앙숙으로 盧 vs 孫 최후승자는?

노 “국정끈 안 놔, 할말 한다”, 손 “노무현 색깔 빼기 위해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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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호 ⁄ 2008.01.28 16:19:12

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는 견원지간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발단은 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데 대해 손 대표가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손 대표는 최근 공개적으로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하기 전에 청와대에서 거부권 행사나 재심의를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회에 맡겨두라”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이러한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또 방송연설에서는 “그저 뜬구름 잡는 얘기나 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허송세월한 대가였다”며 대선패배의 원인이 노 대통령 때문이었다고 신랄하게 평가절하했다. 손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일자리 걱정, 교육, 노후, 주택 어느 것 하나 해결해 드리지 못한 채 말만 시끄러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정치 지도자로서 자세를 갖췄는지 의문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부조직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몇몇 언론의 논조에 무작정 따라가는 태도로, 과연 정치 지도자로서 충분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당측도 발끈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이 신당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반응을 한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사실 손학규 대표가 통합신당 대표로 취임했을 때 청와대는 침묵했다. 친노 그룹의 수장인 이해찬 전 총리가 손 대표 체제에 반대하며 즉각적으로 탈당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청와대는 “손 대표 체제의 출범에 대해 논평할 성질이 아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여 지난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잠복했던 활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 YS가 두 사람 앙숙 만들어 사실 노 대통령과 손 대표가 견훤지간이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출발은 흡사였다. 80년대 민주화 운동기에 노 대통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독재권력에 저항했고, 손학규 대표는 서강대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등 소장학자로 유명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스타일은 달랐다. 노 대통령은 주로 노동현장을 찾아다니며 함께 투쟁하고, 5공 청문회에서도 전두환 씨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리는 등 소외계층을 위해 활동하며 투사적 기질을 보였다. 반면, 손 대표는 주로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인텔리 풍모를 띠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간 것은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된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손학규 씨가 입각한 반면, 노 대통령은 3당야합이라면서 신한국당의 창당을 비판하며 서로 엇갈린 운명을 걷게됐다.

■ 盧 균형개발에 孫 수도권 역차별 충돌 2002년 손 대표가 신한국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곧 이어 대선에서는 노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노 대통령이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화시대를 추구하자, 손 대표는 경기 지사로서 역차별을 내세워 수도권 규제철폐와 수도이전 반대를 외치며 노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해소가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달았다. 지난해에도 양측은 서로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주고 받았다. 특히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뛸 때나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여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후 노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김효석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달라”면서 “마치 신정부와 현정부의 싸움으로 보이는 것은 문제”라며 “개편안 논의 과정은 창조적인 과정이지 한나라당과 신정부와 청와대가 싸우는 모양이 돼서는 안된다”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9월 통합신당 경선 때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구도를 ‘이명박 대 신당의 후보’가 아닌 ‘이명박 대 노무현’으로 만들면 선거전략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며 “국정에 전념해 국민들이 대통령을 떠나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말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보따리장수라며 정치인 자격이 없다고 직설화법을 동원해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신랄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손 대표는 곧바로 노 대통령을 향해 새 정치의 극복대상이라고 일갈했다. 손 대표는 “노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탈당하고 분당시켰다”고 반박한 뒤 “무능한 진보의 대표가 노 대통령”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손 대표는 이밖에도, 강남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한 번 더하라고 한다며 부동산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이번 충돌은 손학규 대표의 도발(?)로 시작됐지만 다분히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지난 대선참배가 ‘노무현 틀’에 갇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노 대통령 색깔 빼기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손 대표로서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립전선 전면에 나서면서 당의 위상저하를 불러왔고,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도 노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간의 대립구도로 전개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손 대표 체제 정착에 부담은 물론, 총선마저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누차 강조해온 국정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철학적 소신에 따라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할말은 하겠다는 분위기여서, 양측간 갈등은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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