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 속담은 당분간 잊어야 할 것 같다. 국제 금값이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자산 가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부터 상승세를 보인 금값은 11월 들어 잠시 주춤 하다가 새해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주 온스당 900달러를 넘어서는 진기록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보석 전문가들도 금 가격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1987년 블랙먼데이를 예고해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얻은 마크 파버는 작년 말 블룸버그오의 인터뷰에서 내년 금가격이 사상 초유 1000달러시대에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금 가치가 잇따라 상승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영향으로 미국이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고, 또 이달 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추가 금리 인하 소식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금 상승 바람은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계속한 금 가격이 지난 1월 23~24일 소폭 내려갔다가 다음날인 25일 간신히 900달러를 지켜내는 등 최근 들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너무 올라버린 상태에 당장 뛰어들기를 망설이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단순히 전문가들의 전망만 믿고 소중한 재산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오르고 있는 금 시세를 보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일. 알쏭달쏭한 금 재테크 올해 어떤 방법으로 투자해야 할까.
■금값 상승… 아시아ㆍ중동ㆍ인도가 주도 금 재테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흐름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 매매는 단순히 국내 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금 가격이 고공행진 한 이유는 사실상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 악화와 아시아·인도·중동 지역 투자자들이 금에 몰렸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라 한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 증시시장이 최악의 증시를 보였기 때문.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에 주목 한 것. 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린 것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 주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아시아 지역이 최근 금 선물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수단의 길이 열리면서 중국의 수천여명의 투자자들이 몰려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또 두바이나 인도 뭄바이 역시 향후 일반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란 특정 가격지수와 연동하는 펀드를 말한다. 또 금 연계 ETF는 국제 금값 등락률과 똑같거나 비슷하게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일반인도 손쉽게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도 지난해 8월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금 연계 채권 거래를 시작했고, 홍콩에서도 금 관련 투자 상품 및 ETF가 제공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부동의 1위였던 남아공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 자리에 올라섰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글로벌 경기 후퇴나 인플레이션, 전반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방지수단으로 금이 부상한 것도 거래에 활기를 준 요인이다. ■공급 부족에 금 열풍 연말까지 지속 세계적으로 연일 치솟는 금 가격에 국내에서도 최근 금 열풍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금 가격이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황재호 신한은행 골드뱅킹 과장은 “금의 수요와 공급, 달러화 약세,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꾸준히 상승되고 있다”며 “매도량이 급증하고 달러화 강세 전환시 일부 조정기를 거칠 수도 있지만 조정기간이 길지 못해 오히려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06년 공급량이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치솟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 금 재테크 열풍 은행들도 앞다퉈 금 관련 재테크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투자자가 예금을 통해 금을 적립할 수 있는 ‘골드 리슈 금 적립’ 상품을 다루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 모아진 금을 의미하는 계좌잔액은 지난 15일 현재 6.7t으로 1년 전(3.8t)보다 76%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만 보름간 거래량이 1.8t 늘어났다. 6.7t은 고객이 자유적립식으로 통장에 넣은 예금을 통해 매입한 금의 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800억 원에 이른다. 1g이상이면 언제든 추가 적립이 가능하고, 실물을 구입하는 것인 만큼 일반예금 상품에 붙는 이자소득세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인출시 금 실물을 찾아가려면 실물수수료(1.5%)와 부가가치세(매매가격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신한은행의 골드 리슈와 비슷한 성격의 상품인 ‘윈 클래스 골드뱅킹’(가칭)을 2월 중에 선보인다는 계획이고, 국민은행도 ‘KB리더스정기예금 골드’가 지난해 278억 원어치 팔린 데 힘입어 올 상반기에 ‘KB리더스 정기예금 골드가격 연동’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 관련 파생상품의 수익률도 짭짤하다. 대표적인 것이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펀드’로 최근 한 달간 9%대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상품은 금, 은, 백금,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과 관련한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여 배당수익과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다. 하지만 금 관련 재테크 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2월부터 넉 달 동안 무려 15개 상품이 쏟아져나왔으나 최근 6개월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21%까지 폭락한 리츠펀드(해외 부동산 임대업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처럼 ‘이상과열’로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재테크 관계자는 “금이 석유 등 다른 원자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다고 하지만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매우 크다”며 “따라서 금 관련 펀드 투자는 올인하는 방법보다 10~20% 정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의 황 과장도 “달러로 고시되는 국제 금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여 표시함으로써 발생하는 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니 선물환 약정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방법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승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