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나라당 공천 내분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한 모양새다. 집단행동 단결의지도 불사했던 박근혜 전 대표측은 벌금형을 받았던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신청 길이 열림에 따라 한동안 잠잠할 전망이다. 공천 심사 과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양측간의 걸림돌이 제거된 상황이니만큼 당이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일고 있는 반면, 언제 갈등의 불씨가 번질지 모르는 상황. 당무 거부에 들어갔던 강재섭 대표도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공천심사위가 벌금형 전력자도 공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자격기준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당이 봉합이 아닌 임시휴전이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또한 공천 신청 허용과 공천 심사의 뜻이 달라 따지고 보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특히 이번 대립은 그 동안 양측이 벌여왔던 양상과는 달리 강재섭 대표가 공천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이명박 vs 박근혜+강재섭’꼴로 전선이 형성돼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부패전력자 공천 불허’ 당규 3조 2항에서 ‘벌금형’을 제외하기로 한 중재안을 제시한데 이어 이 당선자측의 전격적인 수용으로 매듭지어 졌다. 또한 당규의 탄력적 적용과 더불어 강 대표와 이 사무총장의 대립각이 느슨해졌으나 양측간의 긴장감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강 대표가 이 사무총장에 대해”원래부터 신뢰하니 힘을 합쳐 잘하자”며 사퇴요구를 취소함에 따라 공이 박 전 대표 측에게 넘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 포기 못할 공천, 봉합 없는 한나라당 그렇다고 이 당선인을 만만히 봐선 안될 노릇이란 게 정치권 인사들의 말이다. 돌연 박 전 대표측이 제시한 최고위 중재안을 이 당선자측이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표측이 당황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측은 “김 최고위원을 버리겠다고 말했지 않느냐”며 “참 난감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현재 부패전력자처럼 낙인돼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핵심인사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의 경우 이미 10년 전 일인데다 과거에 심판을 받은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박 전 대표측이 부패전력자를 감싸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당선인측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즉, 이 당선인측이 일보 후퇴 후 공천 심사 과정을 노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아직 계획된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양 진영이 공천을 두고 치열해질 것은 사실이다”라며 “양측 중 누가 공천을 포기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 당선인측의 현재 모습만 봐도 물밑 작업 중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당선인측은 벌써부터 ‘당규를 양보했으니 박 전 대표측도 양보하라는 식’의 자극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집단행동을 삼가라”며 박 전 대표측을 겨냥했고, 공천문제에 유연성을 보이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무총장의 퇴진요구를 했던 박 전 대표측을 “말도 안된다”며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이방호 총장은 당규 3조 2항을 원칙대로 지키려 한 것 외에는 잘못이 없다”면서 “사퇴하라는 압박은 말도 안된다”고 일방적인 대변만 했다는 평가다. ■ 친박측 내부 분열까지… 이 당선인측의 정치 전략이냐, 한나라당 봉합이냐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부분한 가운데 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박 전 대표측의 움직임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강 대표 사퇴 요구 철회를 두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박 전 대표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과 잠시만 지켜보자는 온건론으로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이는 선거법 위반자를 공천배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과 공정공천 약속 이행 등의 주장이 당규완화를 위한 최고위의 결정사안에 포함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한나라당 공천 대립에 바람잘 날 없다는 정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박’ 양측 중에서 누가 실권을 잡을 것인지에 여전히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공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잠시 넘어왔다 하더라도 이 당선인의 ‘함정’이라는 주장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 이 당선인측이 박 전 대표측의 요구를 다 들어줄 듯한 모양새를 함으로써 사무총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의 억지스런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박 전 대표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김무성 최고위원만 이미지 훼손을 입었다. 총선을 앞두고 치명적이다”라며 “국민들은 언론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텐데 이런 내부문제까지 알 리 없지 않느냐”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공심위의 결정을 앞둔 한나라당에서 박 전 대표측은 잠시 집단행동을 멈추고 지켜보자는 기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으로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표명으로 상황을 급진전시킬지도 주목된다. <류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