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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펜대로 사람 죽인다’는 비난 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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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8:51:22

2월 4일자 조간 스포츠 신문 두 곳에 실린 나훈아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끈다. 한 신문에 실린 기사는 “코미디언 황기순이 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 해명을 보고 그의 심중을 밝힐 예정이며 그 내용과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나훈아는 지난 1월 25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관련한 갖가지 소문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 다른 연예인의 아내를 가로챘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실제는 물론이고 꿈에라도 남의 마누라를 탐하고 가정을 파괴할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개XX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하여 ‘나훈아 괴담’ 속의 등장인물이기도 한 황기순이 입장을 밝히려 한다는 것이 스포츠 신문 기사의 요지였다. 그러나 이날 또 다른 스포츠 신문에 나온 기사의 내용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황기순은 이 신문의 기자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필요 없다. 지나간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으며, 기사의 화두로 거론되고 싶지 않다. 내 처가 힘들어 한다”고 밝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나온 두 스포츠 신문의 기사 내용이 이렇게 상반되니, 황기순이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인지 않겠다는 것인지 독자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무릇, 언론이란 무엇인가? 굳이 묻지 않아도 독자(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진실을 밝히는데 그 소명이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ASNE)는 ‘좋은 기사의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의혹(미스터리)을 해소해 준다. 둘째, 말하기 어려운 진실을 전달한다. 셋째, 일상의 경험을 사랑·삶·죽음에 관한 탁월한 사색으로 변형시킨다. 넷째, 세부사항을 드러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훈아 괴담’은 지난번의 기자회견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다. 사람들도 일도양단하는 나훈아의 단호하고도 명쾌한 태도를 보고는 그것으로 끝이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일부 연예 기자들은 그 고요함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잠잠해진 수면에 파문을 일으켜 세인의 이목을 끌고 싶은 충정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 집착이 지나쳐 어떻게든 ‘나훈아 괴담’을 재활용하려다 보니 내용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기사가 그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사실 1월 25일의 나훈아기자회견은 언론으로서는 낯 뜨거운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기자회견을 자청한 괴소문의 당사자가 “연예인을 선정적으로 몰아 펜대로 사람 죽인다”고 꼬집어도, “확실치 않은 보도를 한 언론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다그쳐도, 또한 “기자들 질문은 안 받겠다고”도 한마디로 못을 박아도, 500여명이나 되는 취재진이 쥐 죽은 듯 조용했을까. 이제 여기저기 떠도는 내용을 짜깁기하는 퍼나르기식 기사, 추측과 설을 사실 확인도 않고 쓰는 소설 같은 기사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또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몰인권적 기사도 추방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펜대로 사람 죽인다”는 창피스런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발행인 최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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