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치러지는 18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정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역대 가장 치열한 공천경쟁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제 막 합당을 해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리고 있는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분당 위기로 크게 홍역을 겪고 있는 민주노동당 등 4개의 당이 18대 총선에서 각축을 벌여 국회의석 수를 나누게 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 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경제계 인사의 2세들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형제간에 함께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이색경력을 지닌 후보들도 많다. ■정치인 2세, 재벌 2세들의 국회의원 도전 매번 총선이 그렇듯, 역대 정치인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경륜을 이어받아 출마하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정치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강점을 무기로 삼고 있으나, 부친의 정치적 후광에 기대서 지역구를 세습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은 이번에 기존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에 예비후보 등록을 해서 재선에 도전한다. 그는 작년 4월 25일에 실시된 보궐선거에 당선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으로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던 터이다. 김세연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는 부산 금정구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상태이다. 그는 이 지역구에서 5선 의원을 지낸 김진재 전 의원의 외아들이다. 김진재 전 의원은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바 있으며, 김세연 씨는 한승수 차기정부 총리 내정자의 사위이기도 하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국회의원까지 지낸 김용태 전 내무부 장관의 차남인 김재천 씨도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김재천 씨가 출마를 선언한 대구 북(갑) 지역구는 그의 아버지인 김 전 장관이 11대부터 4선을 지낸 곳으로 부친의 입김이 여전히 강한 곳이라 지역구 세습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이자 문민정부 시절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의 차남 최제완 씨도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상태이다. 서울 관악(을)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를 시도하고 있는 김성동 씨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이다. 정치인 2세의 출마와 함께 재벌 2세의 출마도 발견된다. 한나라당에 입당해 충남 천안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끝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한국화약 창립자인 고 김종희 씨의 아들이자 폭행사주사건으로 수감됐다가 특사로 풀려난 바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평소 노출을 꺼려왔으나 “창조와 실용의 시대로 한국정치를 이끌기 위해 합리성을 체득한 기업인이 정계로 나서야 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형제끼리 한 지역구 ‘가족싸움’ 현직 정치인의 동생도 있다. 이번에 경남 산청·함양·거창에 출마하는 김창호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김태호 경남지사의 동생으로, 그가 국회에 입성하면 형과 동생이 함께 정치인이 된다. 형제간의 총선 격돌도 볼 만하다. 전주 덕진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창승 씨와 이관승 씨는 형제지간이며, 각각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등록하여 출마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전주에서 손꼽히는 재벌 집안으로, 전주 코아호텔과 백화점의 회장과 부회장을 각각 맡아 사업동반자로서 10년 이상을 함께 했다. 부산진(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경훈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은 서로 처남·매부지간이다. 실상 부산에서 한 지역구에 가족끼리 공천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병수 의원은 총선기획단장인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과 사돈지간이어서 출마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 역시 강세… PD 출신 국회의원 나오나 언론인의 정계진출은 그 동안에도 자주 눈에 띄어왔으나, 방송 기자나 주요 일간지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는 최초의 PD 출신 국회의원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SBS 서울방송의 개국을 이끈 김우광 씨로, 국내 80년 방송사상 최초의 PD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특이한 경력과 문화 경쟁력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선거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경기 고양을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 등록을 한 상태다. 이번에 초선에 도전하는 언론인으로는 신성범 전 KBS 모스크바 특파원, 홍지만 전 SBS 모닝 와이드 앵커, 이진동 전 조선일보 기자, 배한진 전 조선일보 경기남부 취재본부 기자 등이 있다. 배한진 전 기자는 경기도 지방지인 경인일보 출신으로, 지역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목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양기대 전 동아일보 기자, 김문환 전 SBS 기자도 경기지역에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금메달리스트, 대학생, 만학도… 이색 예비후보자들 부산 사하갑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하형주(47) 동아대 교수는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라는 특이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하형주 교수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중앙상임위 상임특보로 활동해 당 내에서는 이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출마하는 김정기(62) 한나라당 예비후보는 만학도이다. 그는 50세 때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59세 때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해에 영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등 지난 10년간 인간승리의 역사를 써왔다. 김 씨는 김천시 의원과 경북도 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자두와 벼 농사를 지으면서 의정활동을 해온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연소자로 대전 서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제윤 씨가 있다. 25세의 이제윤씨는 한남대 건축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은행 대출을 받아 1500만원의 기탁금을 마련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는 성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동반자 보호법’ 제정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최현숙(50) 예비후보가 눈에 띈다. 민노당 성소수자 위원장인 최 후보는 ‘사실상의 가족’을 꾸려도 진짜 가족이 될 수 없는 동성 커플, 이성 동거 커플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기존의 가족 단위가 아니라 국가와 시민 개개인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동반자 개념을 도입하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