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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결과 없는 특검, 누굴 위한 것이었나

당선인과 야당 모두에 명분 줄 묘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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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6:56:32

이명박 특검은 요란한 빈 수레로 막을 내리나. 한 차례 연장까지 거쳤지만 그 동안의 수사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당선인의 범죄 의혹을 다루고 있는 특검팀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초 이번 특검은 짜여진 ‘쇼’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왜 그럴까. 특검팀은 수사 초기 이 당선인과 관련한 ‘BBK 명함’ ‘육성 녹음된 동영상’등 결정적 단서는 뒷전인 채 수사기록 검토와 참고인 조사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또 검찰 단계에서조차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던 서울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사건에만 매달렸다. 이명박 특검의 지난 수사에 대해 정치권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차 수사기한 넘긴 특검 지난 2월 13일로 1차 수사 기한을 채운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어깨가 여전히 무겁다. 이 당선인의 조사 시기와 방식이라는 마지막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 이 밖에도 열흘 연장된 수사기간 동안 특검의 핵심인 BBK 실체나 자금 흐름을 밝힐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를 할 것이라는 그 동안의 특검팀 포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BBK 투자금 회수 문제에 연루되어 있는 (주)심텍 전세호 사장은 이미 외국으로 나가버려 출석을 거부하고, 서울 도곡동 땅의 소유자는 행방조차 묘연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다스에 대한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특검팀은 (주)다스의 ▲경북 경주 본사 ▲충남 아산 공장 ▲서울 지사와 자회사인 홍은프레닝 사무실까지 모두 네 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이에 법원은 “압수수색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특검팀의 재청구까지 기각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혹 해소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번 특검결과에 신당측은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당측 한 의원은 “특검팀의 수사의지가 의심된다”면서 “오히려 의혹과 근거자료를 제시했던 참고인들이 덤터기를 쓰고 가는 형국이다. 특검팀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수사를 해선 안된다”며 “이장춘 전 대사의 경우 특검팀이 대충 발표한 수사결과가 논란이 돼 뒤늦게 불려오지 않았느냐”고 비난했다. 이 전 대사는 지난 2001년 이 당선인으로부터 ‘BBK 투자자문회사 이명박 회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건네받았다며 지난해 11월 문제의 명함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측은 객관적인 증거일 뿐 BBK는 김경준 씨의 소유로 밝혀졌다며 이를 덮어두었다. 특검팀 역시 명함과 관련해 이의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이 전 대사를 소환해 정황 조사에 나섰다. 이번 수사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이 당선인이 당시 이 전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서운하다”고 토로했다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그의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방대한 단서에 의혹 왜 안풀리나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시작됐던 이 당선인의 의혹과 관련해 쏟아져 나온 단서 중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일단 이 전 대사가 들고 나온 ‘BBK 명함’이 그것이고, BBK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는 이 당선인의 육성 동영상, LK-e Bank(엘케이 이 뱅크)가 BBK 지분을 100% 매입한다는 김 씨의 자필 메모와, 1993년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가 적힌 단행본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다스가 190억원을 BBK에 투자하게 된 경위나 하나은행의 내부 품의서에 BBK가 LK-e Bank로 작성된 경위 등 우선적인 수사가 정작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이번 수사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다. 특히 이명박 특검 수사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김경준 씨의 경우 무려 11차례나 조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LK-e bank 관련자이던 김백준 씨를 비롯해 비서 이진영 씨와 다스 사장 김성우 씨 등에 대해서는 대질신문할 예정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측 홍선식 변호사는 “김경준 씨가 괜히 한국에 왔다고 후회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소송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한국에 오는 바람에 지게 됐다고 우울해 한다”고 전했다. 홍 변호사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씨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출신학교를 묻는 등 수사와는 관계없는 질문과 BBK 재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겉보기 허술한 특검수사를 두고 일부 정치 컨설턴트들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검의 진짜 의미는 무엇을 캐내고자 하는 데 있지 않고 새 정부와 야당들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자 함이라는 주장이다. 즉, 이 당선인은 안전한(?) 마무리 특검수사로 의혹을 해소할 수 있고, 신당을 비롯한 야당측은 이 기간 동안 쌓인 의혹을 마음껏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곧 취임할 대통령을 소환할까 이 당선인의 소환조사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선 서면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다음 제한적인 부분에서 방문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물증이 있다고 해도 직접 조사할지는 미지수다. 왜 그럴까.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시점에서 당선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대외적으로 국가 위신을 실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당선인을 소환하지 못할 경우 특검팀은 예산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검찰 수사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여론의 역풍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특검팀 관계자는 “가능하면 이 당선인을 소환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특검팀은 이 당선인의 소환을 놓고 일정 조율과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당선인의 협조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속 없이 요란하기만 하다는 비판 속에서 특검수사의 대단원의 막이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류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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