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원내 주요 정당들이 합당으로 분열세력을 집결하고 있는 가운데, 원내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만이 분열 수순을 밟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의원회의에서의 당 쇄신안 통과 실패로 탈당을 시사하는 행보를 보여온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비대위 사퇴 이후 당을 임시로 이끌게 된 천영세 직무대행은 당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 심상정·노회찬 계열, 창당회의 열어 심상정 전 대표와 노회찬 의원은 ‘심상정 비대위’의 당 혁신안을 지지했던 평등파를 비롯한 당내 주요인사 40여명과 함께 13일 저녁 비공개 회의를 열어, 진보세력의 힘을 다시 결집할 수 있는 방안과 새 진보정당의 창당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민노당을 탈당해 새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모았으나, 창당 시기에서 의견이 엇갈려 심야까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기는 총선일인 4월 9일을 기점으로 먼저 하느냐 나중에 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나뉘었다. 총선 이전 창당을 주장하는 측은 당 없이 총선에 임하게 될 경우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정치세력으로서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8대 총선 이전에 창당하여 공천심사위 등 총선 준비를 짜임새있게 준비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선 이후 창당을 주장하는 측은 창당을 서두를 경우 `평등파(PD) 신당에 머무를 수 있으므로 총선 이후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보 대연합을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창당시기를 너무 이르게 잡으면 내실을 다질 여유가 없어 또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 지역당원들, 신당 가려고 줄탈당 심상정·노회찬 의원의 창당세력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과 노선을 함께하는 지역당원들이 연이어 탈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PD-NL 간의 내분이 계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번 달에만 경남도당과 대전시당, 충남도당, 울산시당, 부산시당, 의정부 시의원회 등지에서 집단 탈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에 소속된 250여명의 당원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을 선언했다. 대구 달서구 및 북구 지역위원회 소속인 이들은 “비대위 혁신안도 자주파의 반발로 부결돼 민노당은 더 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다”라고 대의원회의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민노당이 이미 자기 혁신을 포기한 당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평등파측 심상정,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민노당 인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진보정당 운동에 참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당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대구의 다른 지역위 당원들 중 200∼300명의 인원들이 이달 20일쯤 탈당 선언을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구의 민노당원 전체 2,000여명 중 절반이 빠져나가게 돼 사실상 지역위원회가 해체되는 셈이다. 문성진 인천 동구 위원장을 필두로 인천지역 당원 145명도 14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노동자와 총선 예비후보 등 인천 당원들이 계속해서 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께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새로운 진보 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 천영세, ‘신당파’ 잡기 민노당 측면에서는 이번 신당 창당이 이루어진다면 상당한 전력손실이 불가피하다. 평등파의 신당 창당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어려움을 감지한 천영세 민노당 직무대행은 지지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천영세 직무대행은 민주노동당사에서 전국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청년연합과 민주노총 등 자주파 계열의 4개 단체를 소집해 당 수습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4개 단체는 이날 간담회 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상정, 단병호, 노회찬 의원과 면담을 통해 당의 단결과 혁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으며, 천영세 직무대행도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 중 지난번 당 대회에서 다루지 못한 제2창당 방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심상정 달래기’에 나섰다. <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