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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에다 옥수수를 심자”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교수, 환경오염·바이오 에너지 해결할 비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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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7:01:34

우리나라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30년 만에 국가 재건과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했을 때 해외 강대국들은 이를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고 변변한 자원도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단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었던 산업은 우수한 노동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한 중화학공업과 자동차 산업, 반도체 개발을 필두로 한 전자제품 산업이었다. 이런 제조업을 발전시켜 우리나라는 급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주변을 돌아볼 새 없이 달려온 국내 제조업은 이산화탄소의 과다배출과 같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시켜왔다.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장려는 상대적으로 1차 산업의 소외 현상을 심화시켰고, 결국 농업을 비롯한 기반 산업이 사양길을 걷게 됐다. 아울러 작년 9월에 타결된 한미 FTA가 비준을 마치면 국내 농어가에 닥칠 후폭풍이 우려된다. 경북대학교 식물생명과학부 김순권 교수는 이같은 환경문제 해결과 농촌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해법의 한 가지로 옥수수 농법을 제시하고 있다. ‘옥수수 박사’라는 애칭으로 더 친숙한 김순권 교수를 만나 그 절묘한 해법을 들어보았다. ■ 옥수수의 탁월한 환경정화 능력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아홉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입니다. 집집마다 있는 차들과 공장의 매연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그리고 사람들과 가축들에게서 나오는 메탄 가스가 문제인데, 이 오염물질들은 사라지지 않고 대기 중에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김순권 박사는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그 대안으로 옥수수 농법을 제시했다. 옥수수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의 탄소화합 가스를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작물로, 벼보다 흡수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메탄 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생물 에너지 작물은 온대지방에서는 옥수수, 열대지방에서는 사탕수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퇴비를 뿌린 토양에서 방출되는 메탄 가스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여기에 옥수수를 심을 경우 벼를 심을 때보다 더 많은 메탄을 흡수해 농경활동으로 인한 공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전세계에서 우리 공산품을 사준 덕에 우리 경제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으나, 정작 기후변화협약 등 세계적인 환경보전운동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제 세계에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할 때입니다.” 김순권 박사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옥수수의 환경정화 능력은 탄소 가스 감소와 더불어 수질오염에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옥수수는 염색공장 폐수보다 더 독한 축산폐수를 깨끗하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따라서 축산 농가 주위에 옥수수를 심을 경우, 논에 축산폐수가 유입되어 토양과 답수(논물)가 오염되는 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 “논에 옥수수 심으면 농업 경쟁력 높아진다” “우리나라 논 전체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경지를 밭으로 일구어 쌀 대신 옥수수를 심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 농가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책입니다.” 김순권 박사는 우리나라 농업이 벼 농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쌀 가격은 국제가격의 4배에 이를 정도로 가격 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쌀 생산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보관할 창고마저 태부족인 상태이다. 김순권 교수는 옥수수를 재배하면 공급과잉상태인 쌀 생산이 대폭 줄어 농업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옥수수의 생산이 증대되면 에너지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 디젤(Bio Diesel)은 산유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개발해야 할 부분이다. 옥수수는 바이오 디젤의 주요 원료 중 하나이다. 김순권 박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유채재배를 통한 바이오 디젤 생산은 겨울 작물로는 경제성이 인정되나, 에너지 생산효율 측면에서 옥수수의 70% 정도에 불과하다”며 “옥수수를 사용할 경우 바이오 디젤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은 또 다른 에너지 생산의 측면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에탄올을 옥수수 줄기와 잎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김순권 교수는 “쌀 생산이 중단된 휴경지를 비롯, 옥수수 생산 면적을 넓혀가는 정책을 펴게 되면 다량의 에탄올 생산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한 후에 남는 부산물은 가축 사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옥수수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옥수수는 이 외에도 쓰임새가 많은 작물이다. 김순권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옥수수는 무려 2만여 가지의 용도로 산업에 기여하는 유익한 작물이다. 김 박사는 “가축사료, 식용, 공업용으로 사용되며, 심지어는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연료로도 옥수수 속심에서 나온 화학성분이 이용된다. 또한, 헤어 로션이나 샴푸와 같은 세척제에도 옥수수가 보조 원료로 쓰이며, 종이 생산에도 사용되는 등 다양한 용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음식 재료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곡물이 옥수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순권 박사는 옥수수 없이는 축산업의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박사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모두 옥수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고기의 질과 맛, 가축의 생육 속도는 얼마나 좋은 옥수수를 많이 먹느냐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며 옥수수와 축산업의 불가분의 관계를 설명했다. ■ 옥수수를 북한에서 수입해야 여러 산업 방면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옥수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작물 중 하나이다. 김순권 박사는 “우리나라는 연간 1000만 톤에 달하는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입량”이라고 설명했다. 1000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는데 투입되는 국가 예산만 연간 15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옥수수 최대 수입국은 단연 미국이다. 김순권 교수는 “전세계 옥수수 재배 면적은 1억3000만㏊로 미국, 중국, 아프리카 대륙과 기타 지역이 각각 4분의 1씩 재배하고 있는데, 미국의 재배면적은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절반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옥수수 가격이 180%나 폭등해 옥수수의 수입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김순권 교수는 옥수수 수입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방법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제1 농작물인 쌀은 그 생산량이 연간 350만 톤에 이르는데 반해, 북한의 제1 농작물은 옥수수이다. 김순권 박사는 “북한에 쌀을 차관으로 주는 대신 남한의 쌀과 북한의 옥수수를 맞바꾸게 되면 수입과 운송에 따른 경비도 크게 줄일 수 있고, 북한의 자존심도 높여 주면서 스스로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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