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 결과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지난 2월 21일 이명박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의혹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바꿔 말해 4대 의혹이 김경준 씨의 단독범행으로 발표 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정치권이 흥분했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정의가 무릎을 꿇었다"며 특검팀 비난에 나섰다. 당초 ‘이명박 특검’은 법안 발의에서 특검팀 출범까지 소모적인 정치공방과 국력낭비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미 지난해 검찰에서 결론을 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안 발의에 열을 올리자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해소, 진실 규명, 비리 척결 등을 이유로 특검수사가 불가피했다. 역대 사상 최다 규모로 이뤄진 40일간의 ‘이명박 특검’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4대 의혹, 어떻게 발표됐나 이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BBK 관련 의혹 및 주가조작 ▲도곡동 땅 및 다스 주식 소유 ▲상암 DMC 특혜 의혹 ▲수사 검사의 회유 및 협박 등 4가지로 나뉘었다. 특검팀은 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김경준 씨의 단독 범행이며 이 당선인은 이에 관여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BBK관련 의혹과 주가조작=특검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BBK를 운영하던 김 씨가 회사를 통해 유치한 역외 뮤추얼 펀드 투자금을 옵셔널벤처스 주식매입 및 유상증자 대금에 유용하고 그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해왔다. 김 씨가 주식을 매각한 대금 등을 자신이 관리하던 해외계좌로 반출해 취득한 이득 총액만도 2,426만 달러. 김 씨는 옵셔널벤처스 주식을 판 대금을 자신이 설립한 해외 페이퍼컴퍼니 GE 등의 계좌를 통해 자신과 누나 에리카 김이 인출권자로 돼 있는 NEXT STEP 미국계좌로 반출했다. 이 외에도 특검팀은 김 씨가 주가조작에 이용 했던 LK-e뱅크, BBK투자자문, MAF 등 예금 계좌 모두 김 씨가 단독으로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이장춘 전 대사가 받았다는 ‘BBK 명함’ 관련에도 “이 씨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이 당선인이 주가조작 등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다”면서 “하나은행 내부보고서는 담당자들이 김경준 씨의 말만 믿고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곡동 땅 및 다스 주식 소유 의혹=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263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 263억원 상당의 금융자산을 이상은·김재정 씨의 명의로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으며 다스 주식 역시 김재정·김창대·이상은 씨의 명의로 차명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정 특검은 “차명 소유라는 근거가 없고, 도곡동 땅은 이 당선인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대통령의 무혐의를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이유로 이 대통령의 공직자윤리법위반과 공직선거법위반 사실 혐의가 없다는 주장이다. ◆상암 DMC 특혜의혹= 상암DMC 특혜분양 의혹에 대해 (주)한독의 한독연구단지추진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공급대상자 선정부분, 사업계획서 검토결과보고에 따라 건축절차 이행을 허용 지시한 부분만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DMC 계획의 취지에 맞게 하기 위해 오피스텔로 계획된 부분을 오피스로 바꾸는 등 이 대통령이 지시한 부분은 (주)한독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특검팀의 결과 발표다. 이 밖에도 정두언 전 부시장이 진술한 (주)한독의 공급대상자 선정, 매매계약체결, 사업계획서, 승인 신축허가 등 담당공무원들의 위법행위에 관련 부분은 당초 자료조차 없었던 것. 물론 오피스텔 분양승인 부분에 있어 담당자의 잘못된 업무처리 등 발견됐으나 형사상, 행정상의 불법행위라고까지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윤여덕, 이동균 등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과 이 대통령이 서울시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57억 2000만원의 개인 횡령 범죄혐의가 의심되고 있는 중요참고인들에 대해 현재 국외로 도주 중이거나 소재조차 확인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추가조사 및 계좌추적을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 씨 회유.협박 의혹= 김 씨에 관한 검찰 측 회유 및 협박 의혹도 결국 김 씨의 자작극인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후 통상 3시간 이상 김 씨와 함께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날인한 것이 기록상 명백하며, 김 씨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수사검사의 회유와 협박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수사의 결론이다. 또 특검조사 중 옵셔널벤처스 주식 시세조종 및 법인자금 횡령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과 내용에서 어떤 문제점도 찾을 수 없다고 특검팀은 말했다. 그야말로 소란스러웠던 ‘이명박 특검’은 김 씨의 단독범행이란 간단한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동시에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 반응은 흉흉하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데 실패했으며 면죄부만 주는 결과가 됐다"며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결과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보다 못한 특검팀 수사는 결국 이 대통령의 위세에 눌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 이혜연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 앞에 특검도 무력함이 증명됐다”며 “법이 권력자 앞에서는 엎드려 눈치보고, 무력자 앞에서만 힘을 휘두른다면 이 나라의 정의와 법치주의에 조종이 울린 것”이라며 가세했다. ■역대 최대 규모 특검, 총 예산 9억 한편, ‘이명박 특검’ 수사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검 조사 결과발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이번 수사에 소요된 총 예산은 무려 9억6,000만원. 투입된 특검과 특검보를 비롯해 국가 공무원 등 인건비만 약 5억8,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제외하고도 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장비 구입에 2억 5,000만원. 업무추진비와 활동비가 약 1억 3,000만원 정도다. 특검 사무실 역시 임대료가 가장 높다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요지에 마련된 점도 막대한 예산에 한 몫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특검은 파견검사 10명을 비롯하여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