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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기기에 중독된‘디지털族’‘디지털 치매’경고

젊은 세대의 뇌기능 저하…아날로그 생활방식 겸해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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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호 ⁄ 2008.02.25 16:26:40

언젠가부터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의 중요한 이기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달라졌다.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를 치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던 낭만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노래방이 생기면서 특별히 기타를 연주하거나 노래 가사를 외울 일이 없어졌다. 가족이나 친구, 회사 동료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대신, 휴대전화의 단축번호를 누르는 게 일상이 됐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대부분의 연락이 두절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간단한 계산도 암산보다는 전자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나타나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해야지만 비로소 안심한다. ■ IT 기기에만 의존한다면 당신도 ‘디지털 치매’ 노트북과 휴대전화, PDA, 내비게이션 등 각종 첨단 디지털 기기와 함께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의 발달로 몸과 마음은 편해졌지만, 치명적인 사회적 오류들이 생기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치매’다. 범람하는 정보와 디지털 기기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예전에 알고 있던 정보를 불러오지 못하는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 한다. 디지털 치매는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이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하는데, 삶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에 의해 퇴화되어 가는 우리의 기억력을 지적하는 말이다. 가장 흔한 예가 바로 휴대폰에 저장해 두고 쓰는 전화번호 건망증, 암산한 값을 확신하지 못해 계산기로 다시 확인하는 경우, 컴퓨터에서 찾아 쓰는 한자에 익숙해 책을 읽을 때 막막해지는 사례,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만 쳐다보며 운전한 탓에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게 되는 경우 등이 있다. 또한, 휴대폰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고, 잠들기 전까지 컴퓨터를 끄지 못하며, MP3 플레이어 없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등 디지털 휴대기기가 확산되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디지털 치매는 진짜 치매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진짜 치매는 아니다. 실제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능이 나빠지는 의학적 치매와는 다른 현상이며, 디지털 기기가 대신 기억을 해주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기계 속에 저장된 정보가 바로 눈앞에 뜨니, 힘들여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디지털 기기의 도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디지털 문명’에 중독된 위의 사례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 현대인의 환경을 들 수 있다. 넘치는 정보를 감당하지 못해 디지털 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이것이 기억력 감퇴로 이어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병은 아니므로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해서도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두뇌 활동이 왕성해야 할 10~20대들이 주로 이 같은 기억력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휴대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들의 사용이 잦은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하철과 버스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휴대폰 또는 DMB·PMP 등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디지털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이는 중풍이나 노화로 인한 치매와는 원인과 과정이 전혀 다른 현상으로서, 연령층의 역전현상이 특징이다. ■ 성인 과반수 이상이 ‘디지털 치매’ 경험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885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디지털 치매를 겪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63.5%가 ‘있다’고 대답했다.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디지털 기기가 없을 때 생활의 불편과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디지털 치매를 겪고 있는 셈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67.9%로 남성(60.7%)보다 더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치매라고 느낀 때(복수응답)로는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을 때’가 65.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불안할 때’(57.8%), ‘단순한 암산도 계산기로 할 때’(46.8%), ‘손글씨보다 키보드가 더 편할 때’(45.9%), ‘가사를 끝까지 아는 노래가 별로 없을 때’ (35.2%) 등이 있었다. 현재 1인당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의 개수는 평균 4개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4개(22%), 5개(20.5%), 3개(19.9%), 2개(12.2%), 6개(11.9%), 7개(5.3%), 1개(3.8%)의 순이었으며, 10개 이상이라는 응답도 2.4%였다.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하는 노력으로는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다’가 31.2%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건강관리에 신경 쓴다’(13.1%), ‘암산, 명상 등 두뇌 사용을 늘린다’(6.1%),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인다’(5.1%), ‘일기 등 손글씨를 자주 쓴다’(4.5%), ‘두뇌 개발 게임 등을 한다’(4.3%)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앞서,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281명(63%)이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중 60% 이상이 건망증을 겪고 있었다. 건망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683명(53.3%)이 정보 과부하로 인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리고 상당수인 261명(20.4%)은 ‘휴대폰, PC 등 직접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조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대인의 건망증은 스트레스와 IT 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있다.

■ ‘머리를 써라’… 생활방식 바꿔야 예방 효과적 디지털 치매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라는 개념이 필요치 않다. 그렇다고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된다. 뇌는 사용하면 발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 퇴화하는 법. 전문의들은 뇌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진짜 치매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의 도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디지털 치매의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로 정보의 홍수에 따른 두뇌의 강박을 든다. 뇌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최신 정보들이 계속 쏟아져 나와 두뇌가 정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이를 감당키 어려운 뇌가 스트레스를 받아 기억하는 직업을 ‘기피’하게 된다는 진단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뇌는 사용하면 발달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기억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기억 용량이 줄 수밖에 없어 디지털 치매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모든 병은 예방이 중요하다. 디지털 치매 또한 예방과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디지털 치매를 극복하려면, 디지털 기기의 도움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려는 노력과 함께, 일상생활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하기보다 신문이나 잡지를 찾아 읽고, 간단한 계산은 직접 하는 노력이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말고 손으로 직접 글을 쓰거나, 가족과 직장, 가까운 친구들의 전화번호나 생일 정도는 외우는 등 뇌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면 뇌의 퇴화를 막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전화번호, 이름, 물건의 명칭, 시구, 성전의 구절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가능한 한 많이 암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독서, 영화감상 등에 시간을 투자하고 다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치매의 등장에 따라 그만큼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일상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계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삭막한 풍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두뇌를 단련해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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