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에 달하는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국내 주식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주식투자 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뭉칫돈이 아직까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반기는 기색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소폭이긴 하지만 실수요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말 금융권에 따르면, 단기자금이 잠시 머무르기에 적당한 머니 마켓 펀드(MMF)에 1월에만 8조7000억 원 가량이 몰린데 이어 2월에도 7조 원이 들어왔다. 또,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에도 대규모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우선 MMF의 경우 2월 중순 이후 하루에 1조~2조 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금리는 연 4%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지만, 돈을 빼고 넣기가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 또,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의 MMDA 잔액은 2월 들어 26일까지 3조3349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조4000억 원 감소한데 이어 지난 2월 4조9410억 원 급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조659억 원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고, 국민은행이 1조786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의 MMDA 잔액도 각각 3117억 원, 1587억 원 늘었다. 이는 주식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대폭 낮추자 투자 대기자금이 대거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MMDA는 당일 인출이 가능하면서도 금액에 따라 3.5~4.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투자처를 잃은 시중자금이 잠시 머무르는 대표적인 ‘정거장’ 상품으로 꼽힌다. 반면, 1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3115억 원이 유입됐던 정기예금 잔액은 2월 들어 3조865억 원 느는데 그쳤다.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폭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또,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 예금에서도 1조 원 이상 자금이 빠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CD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국채와의 금리차도 정상수준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CD 발행을 다시 늘릴 수 있다”며 “금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은행들도 장기상품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금융불황 반기는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 높아 급박한 금융시장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반기는 모습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지난 2년간 억눌려온 대기 수요가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옥이나 아파트의 매입문의가 늘었고, 상가·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문의가 많아졌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내 집 마련에 나서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의 시그널을 이해함과 동시에 주택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득수준과 면적에 따른 실수요자의 추세는 더욱 더 이분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역시 “침체된 구매심리가 되살아나고 적절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부동산 시장 거래가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거래량 감소에 따른 시장 침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넘치는 미분양에다 약세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 가격 또한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시장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대감은 정권교체에 따른 규제완화다. 신정부가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취·등록세 인하는 예고된 상태이며,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인하조치도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종부세도 현재 6억 원에서 9억 원 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 등 지방의 부동산 시장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미분양 해소책’은 아직 윤곽이 뚜렷하지 않지만, 신정부가 출범한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발표될 것이란 시장 내부의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등록세 인하가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시장 침체의 또 다른 원인인 미분양 아파트 해소책도 올해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거래는 많지 않다. 은행권의 한 PB는 “지난해에는 부동산에 대한 문의조차 없었지만, 올해는 상가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투자를 저울질하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며 “하지만,1 여전히 변수가 많은 상황이어서 행동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