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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하도급업체

‘쥐어짜기’에 멍드는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필요…상생협력 제도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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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호 김대희⁄ 2008.03.04 09:47:29

일류 선진국가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새 정부가 힘차게 출범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일반 국민뿐 아니라 300만 중소기업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새 정부가 친기업적 정부로서 성장잠재력이 약화된 한국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경제강국을 이루려면 대기업만의 성장으로는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육성으로 고용 증대, 중산층 소득·복지 증진, 소비·투자 활성화라는 안정된 경제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3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이처럼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기대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경영환경 개선이다.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기술·사업에 대한 무차별적 침해 등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경영환경을 적극 개선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더욱 조장해 나가야 한다.

■ 납품단가 ‘후려치기’ 여전… 삼성전자 100억대 과징금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그 부담을 전가하여 일방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가 여전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곧바로 중소기업인 하청업체에 부담을 지워 우리나라 하청업체는 대기업체들의 봉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수요자 중심의 하도급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전자, 완성차, 건설업종 3개 업종(21개 대기업)에 대해 하도급 거래 공정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가격 후려치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품 향응, 이익제공 강요, 신고에 대한 보복조치, 탈법행위 등과 관련한 ‘비대금(非代金) 부문’의 공정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인상, 환율 하락 등 대기업의 경영사정에 따른 일방적 단가인하로 ‘하도급 대금결정’ 부문의 공정성은 상대적으로 가장 저조했다. 이번 조사는 계약체결, 하도급 대금 결정, 납품 및 대금지급, 비(非)대금, 상생협력 등 크게 5가지로 평가 항목을 나눠 하도급 업체가 느끼는 거래 공정성을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결과를 보면, 3개 업종 중에서 전자업종의 ‘하도급 대금 결정’에 대한 공정성 점수가 67.1로 가장 낮았으며, 완성차업종과 건설업종의 ‘하도급 대금 결정’ 공정성 점수도 76.6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임금상승에 따른 단가인하 압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원자재가격 상승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대금조정 과정에서도 공정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납품 및 대금지급 항목에서는 대기업이 납기를 부당하게 정한 뒤 납품 지연을 이유로 제품 수령을 거부하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납품대금 지급기간의 적정성 및 지급주기는 3개 업종 모두 공정성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아 대금지급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견줘 금품 향응, 이익제공 강요, 탈법행위 등을 반영하는 ‘비대금 부문’의 공정성 평가에선 전자업종 81.8, 완성차 85.2, 건설 84.9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부품 납품업체에게 ‘가격 후려치기’ 등 부당 하도급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부터 납품단가 후려치기, 납품업체 기술 빼가기, 상습적 조사방해 등과 같은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공공연하게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하도급법 위반으로는 사상최대 과징금인 115억7,6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대우건설(금호아시아나), 제일모직, LG패션, 이테크건설(동양화학) 등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중공업 분야의 한 대기업은 인터넷 구매방식에 의해 중소기업들에게 견적서 제출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대기업 임직원들과 친분관계가 있는 중소협력업체들에게만 인터넷 접속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20여 개의 협력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으나 3~4개의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하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공정성 평가를 꾸준히 보완·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평가 결과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하도급 벌점 감점 혜택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 스스로가 거래의 공정성을 높여 나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평가 결과를 부당 납품단가 인하 행위에 대한 감시 등 향후 법 집행과 정책의 참고자료로 활용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 中企, 불공정 거래 피해 호소…납품단가 연동제 원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불공정 거래가 지속되는 가운데 납품단가 연동제와 같은 공정거래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애로 실태조사’에서 대기업과의 부당거래를 경험한 중소기업 중 47.4%가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일방적 발주취소와 납품업체 변경’이 10.3%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2006년도 대비 지난해 중소기업의 생산원가는 평균 13.2%가 상승했지만 납품단가는 평균 2.0%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대기업이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작년의 하도급거래 불공정성 체감도는 38.5%로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거래 불공정성 체감도는 지난 2004년 31.2%에서 2005년 24.9%, 2006년 21.5%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지난해 또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처방법은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거래단절 등이 우려돼 그냥 참고 넘어갔다는 답변이 51.9%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대기업에 대하여 시정요구(20.5%), 사법대응(9.0%)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동종업종 및 품목에 대한 적정한 원가분석’(56.4%)과 ‘일정기간 납품물량 보장’(25.0%)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78.2%는 향후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구축을 위해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중소기업 판로확보 지원 45.5%, 상생경영 및 윤리교육 강화 36.5%, 정부의 직권조사와 벌칙강화 30.1%로 각각 조사됐다. 중소기업인 I사는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전가시킨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제조원가를 반영하기 어려워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물업체인 K사의 경우 작년에 고철가격이 40% 정도 인상됐음에도 납품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출혈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N사는 제품이 출고된 다음 월말에 원료가격을 통보받기 때문에 제품가격에 정확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납품단가 사전예고제나 연동제의 도입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적정한 납품단가 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납품업체의 원가부담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납품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오히려 인하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계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며 “아이템별로 원가구성을 분석해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원가센터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재 가격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면 원자재 가격은 158% 오르고, 납품단가는 26% 상승에 그치는 불공정 거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납품단가 현실화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토대 마련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효과는 없다. 우리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수출 규모도 3,700억 달러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도 있지만, 고용측면에서 보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 만큼,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는다면 국가경제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중소기업 가운데 60%는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도급 기업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중소기업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토대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서 시작돼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 심화로 이어지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첫 단추인 납품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고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토록 하는 등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정착시켜 중소기업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이윤을 확보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대기업과 부품·소재 중소기업 간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을 돕는 대기업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원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내 산업현실에 적합한 성과공유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다양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모형을 개발할 것을 충고했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이제 우리 경제 규모가 커져 몇몇 대기업의 성장주도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거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도 세계적인 수준이 돼야 한다”며 “결국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만 우리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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