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호 김현석⁄ 2008.03.04 09:42:55
10년 동안 공중파 방송으로부터 홀대받아온 한나라당. 지난 대선 때 지지율 고공행진을 지속해온 이명박 후보는 공중파 방송으로부터 BBK, 한반도 대운하 등 각종 선거공약에 대해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런 공중파 방송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한나라당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 공중파에서 홀대받았던 이명박 정부, 이젠 이들 방송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한나라당이 그 동안 MBC·KBS 2TV의 민영화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만큼 집권한 한나라당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쟁점화하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치권력이 방송을 좌지우지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MBC와 KBS 2TV 민영화에 대해 ‘방송을 통한 정치권력 획득’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항상 의심해 왔으며, 특히 노무현 정권 때는 정권 나팔수로 불렀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뿐만 아니라 통신분야도 장악하는 막강한 공룡 위원회로서 이들 공중파 방송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갤럽 회장이 초대 위원장에 선임됨에 따라 방송사를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최 위원장은 경선과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문역할과 함께 캠프 내 ‘군기 반장’ 역할을 동시에 했다. 그는 동아일보 정치부장, 여론조사회사 회장에 이어 세 번째 변신하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KBS 공중분해 나서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중파 방송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방송사들에게는 위협적이다. 이 대통령은 최 위원장을 통해 방송사를 컨트롤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대통령의 나팔수였던 공영방송 KBS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가할 것이다.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KBS는 채널을 분리, 민영화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방법을 택할 경우 KBS2 TV는 삼성그룹으로, 리디오 KBS2는 동아일보로 되돌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군침을 삼키고 있으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방송과 신문 겸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같은 일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동아일보 출신으로서 전두환 정권 때 빼앗겼던 동아방송을 다시 돌려줄 수 있다고 방송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신군부의 방송사 통합은 법원에서 위법이라는 판결까지 난 상태이다. 이 대통령은 KBS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칼을 들이댈 계획이다. 조직이 방만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며, 일본 NHK처럼 방송사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나팔수였던 KBS는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게 된다. 이와 반면, MBC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동반자 입장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부대변인으로 김은혜 기자를 전격 스카우트한데 이어 이 대통령이 MBC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예전부터 MBC와 우호적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MBC가 방영한 드라마 ‘영웅시대’가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자를 전국 시청자에게 심는데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직에서 대선에 뛰어들기 직전에 방영됐다. 그러나 이 방송은 단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종영돼었다. 이와 관련, 2005년 1월 당시 이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누군가 제작진에게 내 이야기를 넣지 말도록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시장은 “내 역할이 왜곡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웅시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현대·삼성 등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사를 다룬 드라마이다. ■동아일보, 동아방송 되찾기 운동 이 시장은 또 “3김시대에 훈련받은 사람들 같은 정치를 하려면 내가 할 필요가 없다”며 “왜 (대선) 캠프를 만들지 않느냐고 하는데, 시대가 변한 걸 사람들이 잘 모르고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그 동안 여당 같은 야당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전락한 충격 때문에 아직 적응을 못한 것 같다”고 은근히 현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MBC는 개표방송 ‘선택 2007’ 방송 중 ‘이명박은 누구인가’ ‘샐러리맨 신화의 완결’이란 보도를 통해 이 당선자의 성공 신화를 다뤘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에는 ‘생방송 시선집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선 당일 이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에게서 생일 케이크를 받고 좋아하는 장면 등 ‘우호적인’ 화면을 잇따라 내보냈다. 이와 관련, 지난 대선기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MBC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맞춰 한반도 대운하 찬미 방송을 해 시민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MBC가 권력에 순응, 이명박 정부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2월 27일 성명서를 내고 MBC TV의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방송을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되짚으며 장밋빛 미래만을 부각시킨 점을 지적했다.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인 2월 25일 방송됐다. 새 정부의 대표 정책인 운하사업과 서민경제 안정, 영어 공교육을 주제로 새 정부에 기대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민언련은 방송에 대해 “정책에 대한 정확하고 꼼꼼한 분석과 대안제시보다 장밋빛 미래만을 부각시켰다. 국민들에게 허황된 기대감만을 갖게 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2월 19일 방송한 ‘PD수첩’과도 비교했다. ‘심층취재-현지보고, 독일 운하를 가다’ 편은 “독일 운하의 실증적 검증을 통해 운하사업 추진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상기시켰다”며 돌연 태도를 바꾼 데 대해 의아해했다.
■이 대통령, MBC 통해 방송 개혁 이를 두고 민언련은 “MBC가 이명박 정부에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당일 운하에 대한 찬미성 보도물을 방영한 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민언련은 “언론이 새 권력에 순응,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꾸어선 안된다”며 “MBC가 공영방송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기간 때 MBC와는 한냉전선을 형성했다. 이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끼고 이 대통령도 좋아하던 박영선 기자(현 국회의원)가 BBK 관련, 이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또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인터뷰한 것을 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문화방송 쪽에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도 성명을 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방송된 직후인 22일 오전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엠비시(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과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런 내용의 발언 여부를 떠나, 민영화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시선집중>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방조한 데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심재철 원내수석대표 등 의원 13명은 이날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