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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항공사 ‘춘추전국시대’

프리미엄 서비스로 무장…대한항공 이어 아시아나도 시장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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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호 김대희⁄ 2008.03.10 15:36:51

대한민국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한판 벌어질 전망이다. 이른바 ‘저가 항공사’들이 속속 등장해 저가항공 시장이 시끌벅적해지며 새로운 재편기를 맞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에어코리아를 설립해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부산 상공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부산국제항공’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참여를 통해 저가항공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에 국내 양대 항공사가 모두 저가 항공사를 거느리게 됐다. 또 2년 이상 국내선에 취항한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은 올해 하반기에 국제선에도 취항한다. 여기에 싱가포르항공 계열인 타이거항공까지 인천시와 합작해 국내 저가항공 시장 진출을 넘보는 등 저가항공 시장이 새로운 춘추전국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이와 같은 저가 항공사의 틈새시장 공략은 노선과 기종, 요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저가항공 시장, 대한항공 이어 아시아나항공 가세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부산시청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과 신정택 부산국제항공 대표, 허남식 부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분 46%인 230억 원 규모의 부산국제항공지분참여 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투자협약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는 각각 230억 원과 25억 원을 출자, 부산국제항공의 자본금이 245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되며, 아시아나항공은 부산국제항공의 최대주주로서 부산국제항공 이사회 및 경영진 구성 등 항공사 운영을 위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또 부산시는 부산국제항공의 성공적인 취항과 사업운영을 위한 각종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부산지역 경제인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8월 설립한 부산국제항공의 사업진행이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부산국제항공의 명칭도 ‘에어부산㈜’으로 바뀌며, 내년 6월로 예정된 취항목표도 연내 취항으로 앞당겨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조종사, 승무원 확보 등 여러 가지 준비할 게 많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 되도록 연내에 취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은 부산국제항공 참여에 대해 “현 부산국제항공 이사진과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경험 있는 아시아나 본사 직원을 선발해 보내겠지만 신입사원은 100% 부산 출신 젊은이들을 고용할 것이며, 고용규모는 200명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부산국제항공 측은 “연내 취항과 함께 부산∼김포, 부산∼제주 등 국내선 노선에 집중한 뒤 점차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칭다오와 일본의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으로 노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자회사 형태의 저가항공사인 ‘에어 코리아’ 설립에 맞서 부산국제항공의 조기 취항을 통해 저가항공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며 “또한 올 하반기부터 국제선 취항을 앞두고 있는 한성항공과 제주항공도 함께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저가항공사인 에어코리아를 출범시키고, 3월 3일 공시를 통해 자본금 200억 원으로 법인을 설립한 에어코리아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계열사 요건을 충족해 한진그룹 계열사에 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본격 운영은 오는 5월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에어코리아는 인천항공을 허브로, 중국과 일본 등 단거리 국제노선 취항에 나설 방침이지만, 건교부의 자격 기준 부합여부 문제 등으로 당장 국제노선 취항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기존 고품격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상용수요 노선을 중점으로 운영하고, 에어코리아는 중·단거리 관광노선을 운항하여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 우후죽순 저가항공 ‘춘추전국시대’ 저가항공사들이 이처럼 우후죽순 신설되는 것은 최근 항공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지난해 한국 내국인 출국자는 1,360만 명을 돌파했고 입국자도 640만 명을 넘었다. 무려 2,000만 명에 이르는 여행객이 한반도 상공과 해상을 통해 이동했다. 특히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저가항공사의 집중 공략 대상인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 지역에 몰려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시장 진출에 따라 앞으로 저가항공시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한성항공·인천타이거항공 등 5강 외에도 영남에어·대양항공·퍼플젯·이스타항공·서울항공 등의 가세가 예정돼 있어 이로 인해 소위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달 고영섭 2대 사장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3월 중순경 운항경력 2만 편을 달성하고, 건설교통부의 국제선 운항기준을 충족하는 취항 2주년인 6월 5일이 지난 7월 중순경 일본과 중국을 대상으로 국제선을 취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국제선의 가격도 기존항공 요금의 80%이하로 30만원선을 예상한다고 전하며, 타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이 본격화되면 가격은 더 낮아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 시장 진출에 대해 고영섭 제주항공 사장은 국내 저가항공 시장이 4강 구도로 재편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4개사는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만든 제주항공, 대한항공이 설립한 에어코리아,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손잡은 인천타이거항공, 부산시와 아시아나항공이 참여한 부산국제항공이다. 고 사장은 향후 안전 등의 측면에서 신생항공사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기에 이들 4강을 제외한 후발 주자는 입지가 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저가항공 시장에서 승부는 결국 자금력과 인력 확보에서 결정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성항공도 “오는 4~5월쯤 건교부가 제시한 ‘국제선 취항기준’인 취항 2년·운항 2만편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내 국제선 취항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며, 6월중에 국제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한성항공 또한 기존 항공사 요금으로 45만원 정도하는 일본 규수 지방을 20만원대에 갈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저렴하면서 안전성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저가항공을 목표로 내세웠다. 인천시와 손을 잡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도 최근 인천타이거항공 법인을 설립 한 뒤 항공운송 면허 신청을 낸다. 인천타이거항공의 대주주인 인천시는 기존 항공요금의 45~50%대 가격으로 국제선을 띄울 예정이라면서 다른 저가항공사보다 저렴한 요금을 자신했다. 후발 주자들도 국내선 취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정기 운송 면허를 받은 영남에어는 이르면 3월 중순에서 늦어도 4월 초에는 첫 취항이 예상된다. 또한, ‘펠리컨 시스템’이라는 독자적인 항공사 시스템도 개발해 영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도입한 1호기는 국내 지역항공사 최초로 도입한 네덜란드 포커사 기종의 제트여객기다. 제3세대 항공사를 표방한 퍼플젯 에어라인즈는 기존 저가항공사와 다른 개념으로, 저가항공사에 대한 ‘저가격·저품질’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오히려 뛰어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퍼플젯은 제트기를 도입할 예정으로 앞뒤 좌석 간격을 넓게 하고 가죽 시트를 설치해 승객들의 편안함을 돕는다.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기존 항공사보다 최대 50%까지 저렴하다. 불필요한 인적 서비스를 없애고 가격을 낮추되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양항공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걸었다. 전 좌석에 실시간 위성 뉴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비즈니스 전세기 사업에 진출해 좌석을 최고급으로 변경, 침대와 샤워부스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 성장 가능성 큰데 반해 가격경쟁 출혈 우려 최근 세계적인 항공기·선박 엔진 제조회사인 롤스로이스의 콜린 스미스 부회장이 방한해 한국의 저가항공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2020년까지 항공기 수요가 상승하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저가항공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 미래는 밝다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저가항공사들이 대형 항공사에 맞서기 위해 동맹체를 만들 계획이다. 대양항공이 주축이 되어 신생 항공사들과 공동운항, 항공정비 공유, 공동 판매 등을 위한 저가항공사 동맹체 ‘스카이스타’(가칭)을 구성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이덕형 대양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추진 중인 저가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생 저가항공사들끼리 힘을 합치자는 의미에서 동맹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한서우주항공과 기본적인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항공과 한성항공 등 기존 저가 항공사는 이번 동맹체 구성원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대양항공은 이스타항공, 퍼플젯, 인천타이거항공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스타 회원 가입을 협의 중인 인천타이거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싱가포르 타이거항공과 중국 춘추항공이 지분참여를 할 예정이어서 국제선 취항이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업체간 신경전도 점입가경인데다 치솟은 국제유가까지 겹치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선 가운데 수익성이 보장되는 노선은 김포-제주 노선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저가항공사들은 한 편이라도 제주 노선을 확보하려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선에서는 큰 이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선 노선 역시 동남아, 중국, 일본 등으로 중첩돼 ‘제살 깎기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쟁 심화로 상당수 저가 항공사들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올해 저가 항공사의 안전과 승인을 정책 중점 사안으로 삼기로 하고 면허 승인에 있어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올해 최고 관심사가 저가 항공사의 설립과 그에 따른 안전”이라면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업체에게만 면허를 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가항공 왜 이렇게 저렴할까? 저가항공 노선은 매년 약 17%씩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서 50개, 아시아 34개, 미국도 13개의 저가항공사가 운항 중이고, 최근 국내에 늘어나는 저가항공사들을 보면 그들은 어떻게 비용을 줄이는지 궁금해진다. 해외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 인건비를 줄여라=저가항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가장 크게 손을 댄 영역은 인건비 운항경비(기내식, 베개나 칫솔 등 서비스 물품 등)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저가 항공사의 성공 스토리(함대영 / 저·가가원)’에 따르면 저가 항공사는 '여행사를 통한 예약·기내식·지정좌석제'을 없앤 ‘3무(無)’정책으로 이 부분 지출이 ‘제로’다. 일반 항공사의 경우, 이 세 부분에만 티켓 값의 21%를 지출한다. 부단한 원가 절감의 노력으로 일반항공의 운항 원가를 100으로 봤을 때, 저가 항공사는 70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 쉬지 않고 날아다닌다= 유럽 내 일반 항공사의 하루 운항 횟수는 3~4회. 그러나 유럽 저가항공사는 1~2시간 정도의 노선을 하루 6~9회씩 운행, 하루 12~13시간 정도의 비행 시간을 유지한다. 운항 횟수를 늘리기 위해 공항 대기시간은 30분 내외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상에 있는 동안은 승무원까지 기내 청소를 한다. 비행기에서 샌드위치는 팔아도 과자는 잘 안파는 이유가 ‘부스러기’를 청소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정 좌석 없음’ 정책으로 자리 찾는 시간도 없앴다. ◆ 비행기 기종은 통일한다=대부분의 저가항공사는 항공기 모델도 하나만 이용한다. 아일랜드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보잉 737기만 200여대 갖고 있다. 같은 기종이니 한 엔지니어가 여러 대를 한꺼번에 관리하고, 예비 항공기 부품도 최소한만 구입한다. ◆ 마일리지는 없다=기내식은 물론 물 한 잔을 마셔도 돈을 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마일리지 제도도 없다. 마일리지 관리비용이 ‘짐’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저가항공사들에게 '우수고객'은 마일리지 적립자가 아니라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유여행자들이다. 이런 여러 요소들로 ‘파격적 저가’의 티켓값을 제안하는 저가항공사의 좌석 점유율은 평균 80%가 넘는다. 일반 항공사는 60%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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