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국이지요?” “네, KT입니다.” 아직도 일반인들은 KT를 전화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2월 29일 KT 주주총회에서 제10대 사장으로 재선임된 남중수 사장은 국제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탄생하기 위해 ‘전화국’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3월 3일 오전 ‘CEO와 차 한 잔’ 시간을 통해 KT 미디어본부 직원 간 향후 경영방향 등에 대해 대화를 진행하고, 이를 전 임직원이 시청할 수 있도록 메가 TV 및 와이브로 등을 통해 전국 KT 지사, 지점에 생중계했다. 이날 남 사장은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매출 및 영업이익 목표가 도전적”이라는 직원의 지적에 대해 “지난 2년간 기초체력을 충분히 다져온 만큼 지난 6년 동안 넘지 못한 매출 12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 사장은 특하 메가 TV 가입자 120만 명, 와이브로 40만 명, 인터넷 전화 100만 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이를 위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질적 변화 ▲고객가치 혁신역량 강화 ▲열린 문화와 실행하는 조직 ▲역동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재육성 등 4대 목표를 밝혔다. ■글로벌 변신 통해 세계 통신시장 점령 SKT-하나로 인수로 인한 경쟁관계 변화 등 위기에 대해서도 남 사장은 “KT는 강한 상대가 나올수록 더욱 강해진다”며 “새로운 경쟁구도를 계기로 KT의 저력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고 자신했다. 남 사장은 또 산업·사업간 영역이 급속히 붕괴되는 컨버전스 시대에 KT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사업자로만 머문다면 향후 3년은 위기의 시간이요, 창조적 발상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가고자 한다면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KT의 미래상은 통신 플랫폼에 기반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며, 이에 맞게 사고의 틀과 DNA를 변화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또 KTF와의 합병에 대해 “KT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가치혁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객과 주주,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이를 검토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 사장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 동안 베푼 것이 쌓여서 되돌아 온다는 뜻의 ‘복칠기삼(福七技三)’이라는 말을 설명하며, IPTV 법제화도 운이 좋아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IT 서포터즈’ 역시 당장 매출과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KT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업무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KT는 방송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KT는 올해 하반기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포함해 본격화될 예정인 인터넷 TV(IPTV)에 자사가 보유한 디지털 콘텐츠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KT ‘매출목표 12조 원’ 민영화 7년차를 넘기고 있는 KT의 올해 매출목표다. 지난해 목표치 11조9000억 원에 대비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목표에 대한 KT의 행보는 매우 조심스러워 보인다. 매년 구체적인 수치를 매출목표로 제시했던 KT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12조 원 이상’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목표치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12조 원 이상’이라는 의미는 지난해보다 1000억 원 늘어난 12조 원이 될 수도 있고, 12조9000억 원이 될 수도 있다. 남중수 KT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영화 이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곧 11조 원대에 머물러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민영3기 KT의 경영 키워드는 ‘새로운 도약의 실현’으로 정하고 그 첫 해인 2008년에 매출 12조 원을 넘김으로써 지속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매출 ‘12조 원’은 민영 KT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으로 설정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6년 동안 KT는 11조 원대 범위에서 매출이 소폭씩 줄었다가 늘었다가를 반복하다가, 올해 드디어 12조 원의 턱밑인 11조9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지난 2006년 매출 11조7809억 원보다 1% 가량 성장한 수치다. 따라서 내년 목표치 ‘12조 원 이상’은 해석에 따라 매우 소극적인 경영목표일 수도 있고 매우 공격적인 경영목표일 수도 있다. KT는 이미 12조 원의 턱밑까지 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출목표와의 '안전거리' 조절을 하고 나서고 있다. 제시한 목표지점까지 거리는 불과 1000억 원인데도 말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KT 경영진이 올해 목표치를 훨씬 공격적으로 잡고 싶지만 대외적 시장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판’ 설정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올해 매출목표는 ‘안전하게’ 잡았지만 각 사업부문별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내년 총 투자규모 2조6000억 원 가운데 61%에 해당하는 1조6000억 원을 신성장 사업과 인프라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목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성장 사업에는 6400억 원, 인프라 구축에는 96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메가TV 투자로 SKT 추격 따돌려 올해 시설투자비 2조6000억 원은 올해 설정했던 목표보다 낮은 것이다. KT는 당초 지난해 2조8000억 원의 시설투자비를 설정했지만, 계획보다 4000억 원이 낮은 2조4000억 원만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는 와이브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수요가 저조했고, IPTV 역시 법제화 부진으로 1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것과 무관치않다. 그러나 이제 IPTV 법제화와 상관없이 ‘메가 TV’에 대한 KT의 기대는 커졌다. 올해 메가 TV 투자액을 와이브로 투자액(1200억 원)보다 2배가 넘는 28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게다가 ‘하나TV’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메가 TV’ 콘텐츠 경쟁력을 만회하려는 듯, 콘텐츠 강화를 위한 투자비도 별도로 1300억 원을 책정했다. ‘하나TV’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막강한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와 시장경쟁력을 무기로 ‘메가 TV’를 반석에 올려놓겠다는 KT의 공격적 계획은 ‘메가 TV 올해 가입자 목표 150만 명’으로 설정한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최근 LG데이콤까지 TV포털 시장에 뛰어들어, 유선3사간 안방싸움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KT의 올해 경영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인터넷 전화(VoIP)’ 사업이다. 이미 2100만 명의 시내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KT는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전화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냈다. 올해 KT의 VoIP 가입자 목표는 100만 명이다. KT는 음성전화(PSTN)의 백본망을 2009년까지 모두 인터넷망(IP)으로 전환하는 한편, 2010년까지 가입자망도 모두 광케이블(FTTH)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결국 KT의 매출목표 ‘12조 원 이상’의 효자상품은 단품이 아닌 ‘결합상품’이 좌우할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를 앞세워 메가 TV와 모바일, 전화를 결합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무선분야에선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전화 재판매 그리고 와이파이 결합상품으로 유무선 통합시장의 ‘리더’ 자리를 지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특히 KT 입장에선 최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KT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 상품은 결합시장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기 시작했고, KT그룹의 지배구조 역시 유무선통합 환경에 걸맞게 재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