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호 김현석⁄ 2008.03.17 16:17:44
“중국 문화대혁명은 중국 현대사의 큰 상처 중 하나이다. 이를테면 가담자들이 서로 이념문제로 갈라져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종교인과 지식인, 고급관료 등의 문혁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수모를 당하는 등 문화대혁명은 폭력이 극에 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권력의 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마오쩌둥의 주도로 지난 1965년 가을부터 약 10여 년 동안 중국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대규모 군중 운동인 ‘문화대혁명’. 이를 밑에서 주도한 세력이 ‘홍위병’. 그러나 붉은 대륙 중국의 마우쩌듕 사상에서 탈피하여 실용주의로 중국 근대화에 성공한 근대화의 아버지 등소평. 그는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의 실용주의 노선을 들고 경제대국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 양극화로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기 위해 실용주의를 택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한나라당은 문화혁명을 주도한 소위 ‘홍위병’처럼 완장을 차고 인적 청산작업에 나섰다. ■기관장들, ‘절대 사퇴 못해’ 임기 채우고 나간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첫 발언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이어져 당정 간으로 공간이 넓혀지고 있다. 이같은 홍위병을 자처하고 나선 안상수 원내대표.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뜻이 다른 사람이 같이 일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뜻과 다른 사람과 일을 하면) 업무의 비효율성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며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과 같은 뜻을 가진 캠프 사람들이 수천 명씩 대통령과 같이 정부기관에 들어가 완전히 쇄신하고 물갈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재신임이 독재적 발상이라고 한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이 출범할 때 어느 정도 물갈이했는지 되돌아보라”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제정된 법안도 시대 정신이 달라졌으므로 새 시대에 맞게 정비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한 발 나아갔다. 그는 이어 “각종 민생 법안 중에 민생에 불필요한 제약이 담긴 규제 법안과 기업과 경제 회생을 저해하는 법안, 다수당의 힘으로 통과시킨 각종 법안은 새 시대의 이념과 정신에 맞게 광범위하게 정비돼야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어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권 교체의 완성을 위해서 국민에게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철 원내 수석부대표는 KBS 정연주 사장을 겨냥해 “그 동안 국민 자산인 전파를 좌파 이념의 선전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맹비난하면서 거듭 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심 부대표는 “노무현 좌파 정권을 거세게 응징한 것은 압도적인 표차로 나타난 국민의 민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며 “사퇴 0순위인 정연주 사장은 임기가 남았다는 이유로 국민의 방송을 욕되게 하지 말고 자신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정 사장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일부 언론이나 단체도 정 사장을 옹호하면서 임기제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구실을 들고 있다”며 “정연주 사장이 있는 동안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켰다고 말한 것은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대선 승리 도취 마녀사냥은 誤算 박계동 의원 역시 “이념과 철학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노무현 사람들과의 매우 불합리한 동거가 유지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은 새 정부에서 재신임이라는 과정을 밟지 않는 한 떠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적자원 청산작업에 대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에서 기용된 단체장과 임원들을 겨냥,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과 국정철학에 맞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사의를 표명하고 재신임을 묻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거듭 사퇴를 촉구하자, 통합민주당은 새 정부의 ‘인적청산’논란에 대해 “총선 전략용 색깔론이자 공천 탈락자를 위한 자리 마련용”이라고 비난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공천 탈락자 고용지원센터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변인은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는 정부 여당이 관여할 영역이 아닌데 이런 곳까지 인적청산을 외치고 있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 통합을 깨고 초법적인 인적청산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총선을 20여 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이런 발언은 또 다시 지역감정을 부추킬 수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장 등 강제 퇴진될 듯 이와 관련, 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은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오히려 발목잡기로 국정의 걸림돌이었다면서 차떼기당으로 반성을 하기는 커녕 그 동안 해온 한나라당의 행위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것은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안 대표와 관련, 서슬퍼런 5공화국 때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한 검사로서 고 박종철 사건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당시 의사가 진실을 밝힌 것이지 안 검사가 다 밝혀진 사건을 그저 수사한 검사에 불과하다며 만일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안 검사도 묵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임종석 의원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뒤 “이미 여야 합의로 ‘국회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공기업 임원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임 의원은 주호영 의원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인사과 관련해 “최 내정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권력으로부터 외풍을 막아줄 수 있다”고 주장하자 “매우 주관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는 다른 부처와 달리 고도의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한나라당은 최 내정자가 대통령의 측근이니 손발이 잘 맞아 직언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는데, 최 내정자는 대통령의 손발 정도가 아니라 입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임 의원은 “(새 정권이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게 될 경우)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며 “실제 그런 인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객관적인 절차를 만들어서 임명하는 관행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