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공약으로 대권을 거머쥔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강수량이 많은 우리나라도 이미 물 부족 국가가 되었다며 물 산업 육성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유유히 강따라 흘러 바다로 나가는 물을 효용있게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물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물이 뜨고 있다. 음료 시장을 제외한 전세계 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현재 3,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5년 안에 5,000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봉이 김선달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물 산업이 이제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정부의 육성 산업으로, 그리고 시장의 관심 투자 종목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젝 웰치의 뒤를 이은 GE의 이멜트 회장은 성장을 GE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Ecomagination을 주창했다. Ecomagination은 환경을 의미하는 생태학(Ecology)의 Eco와 GE의 슬로건 ‘Imagination at works’의 Imagination을 합성한 말이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청정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미래 기술 개발을 GE 성장전략의 중심 축으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환경 관련 분야에서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GE는 그 중에서도 첫 번째로 물 산업을 지목했다. ■물을 ‘물 쓰듯’ 하면 재앙 온다-지구 온난화로 가뭄 심화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코오롱의 경우, 2002년까지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던 원사 사업부를 구조조정하고,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물 산업을 제시했다. 코오롱은 세계 10대 종합 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제조 분야에서는 고강도 유리섬유 복합관 생산·운영 사업 역량의 교두보 확보를 위한 ㈜환경관리공사 인수, 건설 부문의 수처리 시공 사업 확대, 시스템 분야에서는 멤브레인 수처리 시스템 개발 사업을 전개할 것을 천명했다. 동시에, 중국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여 2007년 11월 차이나 워터 어페어스 그룹(Chian Water Affairs Group)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코오롱뿐만 아니라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등 국내 유수 기업들 또한 적극적으로 물 산업에서 신성장 엔진을 찾고 있다. 정부 역시 물 산업을 미래 육성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현재 11조 원 정도인 국내 물 산업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내용의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공표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작성된 물 산업 지원법 초안의 핵심 내용은 국가가 ‘물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실적 평가와 교부세 증감을 통해 지방 상수도 구조개편(민간위탁·공사화·민영화)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며, 기금을 형성하여 물 산업 육성 및 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싱가포르도 정부가 나서 2억 달러를 투자, 아시아 최대의 해수담수화 공장을 건설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공장을 건립한 싱가포르의 하이플럭스(Hyflux)사는 세계 담수 처리 업계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으며, 싱가포르 정부는 이와 별도로 27억 달러 규모의 수자원 인프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 시장도 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물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물 펀드(Water Fund)의 2004~2006년 평균 수익률은 41%였다. 이러한 시장 환경 아래, 골드만삭스는 2006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계한 투자 기준을 만들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로 구성된 ESG 투자 기준은 기업의 성장이 사회적 목표와 일치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주요 관심 산업군 중 하나로 물 산업을 명기했다. 이처럼 근래에 들어 물에 대한 기업, 정부, 금융기관 등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물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물 산업의 구조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 산업 펀드 시장 급팽창 지난날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물 쓰듯이’ 써도 마르지 않는 풍부함, ‘물처럼 깨끗한’ 청정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현재 물을 둘러싼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먼저, 물은 더 이상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 입방킬로미터(km3)로 지구 전체 표면을 3,000미터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희소 자원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그 중 인간이 이용 가능한 담수의 양이 단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빙하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담수의 양은 0.8%로 줄어든다. 문제는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심화되어 지하수의 고갈 및 사막화마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물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인구의 증가 및 인류 식생활의 변화, 산업화 등의 요인으로 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물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1인당 최소 연평균 2,000리터를 소비하는 전세계 인구 규모는 매년 8,000만 명씩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00년 대비 30%가 증가한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경제 발전에 따른 육식의 증가 등 생활 양식의 변화는 인구 증가와 더불어 물 소비를 배증시키고 있다. 밀가루 1kg을 생산하는데는 물 1,500리터만 있으면 되지만, 닭고기 1kg 생산에는 4,500리터, 쇠고기 1kg의 경우는 2만 리터를 필요로 한다. 이와 더불어 산업화도 물의 사용량을 배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년 간 물 사용량이 300% 이상 급증하였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전체 물 사용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수요의 급증이 지적되고 있다. 물의 절대량 부족과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 실제로 UN은 2025년에 약 27억 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고, 전세계 국가의 1/5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물 부족과 더불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물이 더 이상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기존 처리 시설의 노후화, 신흥 개발국의 하수 처리 미비 등으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에 따르면, 현재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환경 변화는 이제 물을 누구나 취할 수 있는 흔한 물질이 아닌, 희소 가치가 있는 경제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물 서비스 민영화 세계적 추세 물의 효율적 사용이 부각되고 물이 경제재로 인식되면서 민간 기업에 의한 물 관리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100여 년 전부터 물 관리를 민영화한 프랑스 등 몇몇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최근까지 국가가 물을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해왔다. 실제로, 2006년을 기준으로 공공 부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는 전체 65억 명 중 91%인 59억 명이며, 민간 부문은 9% 수준인 6억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고 있는 민영화의 추세는 2015년까지 민간 부문의 서비스 이용 인구를 전세계 인구의 16% 수준인 약 11억 명으로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개발 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금융 기법의 결합을 통해 민간 기업이 시설물 일체를 제공하고 장기간 운영함으로써 투자를 회수하는 민영 사업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사업 방식은 현재 선진국 위주인 물 서비스 민영화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민영화라는 물 산업의 구조 변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의 확대를 의미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물 산업에서는 상·하수의 운영 관리는 국가가, 시설물 제조 및 건설은 민간 기업들이 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물을 관리하는 운영 사업의 기회가 민간 기업에게도 열리면서 목표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전체 물 시장에서 운영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5.8%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민간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임에 틀림없다. 민간에게 운영 사업권이 이전됨으로써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물 순환 시스템 구축을 일괄로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가 관리하는 물 순환 시스템을 민간 기업이 대체하게 됨으로써, 물 순환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운영 사업과 시설물 건립을 일괄로 제공하는 사업 방식이 부상한 것이다. 실례로, 최근 발주된 정수 및 하수 처리 시설 프로젝트를 보면, 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계약까지 일괄로 포함된 형태가 전체의 49%에 이른다. 토탈 솔루션 사업은 본연의 사업 역량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파이낸싱 역량을 동시에 요구한다. 초기 시설물 건립 후 장기간의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영 사업 방식에서는 장기 부채 조달 능력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 등 전반적인 자금 운용 역량이 성공의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사업 경험(Reference)도 차별적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 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한 품질의 물을 굴곡 없이 제공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은 규격화할 수 없고, 환경에 따라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가공하는 역량은 쉽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안정적 사업 운영 역량의 척도는 과거의 사업 경험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과거부터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들에게 시장의 신뢰가 쏠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영화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사업의 발굴 및 기획 역량이 사업 추진의 핵심이 되었다. 자원 자체가 지역에 따라 성질이 다르며, 발주 주체도 국가 단위인 물 사업은 사업 개발에 있어서 현지화된 접근을 요구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자연 지식과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이 사업 기획을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물 산업 ‘수출효자’로 부상 물 산업의 성장 지역이 변하고 있다는 것도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과거의 물 산업은 유럽 등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었다. 물 부족 현상이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하수 인프라 구축이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및 중국 등의 물 부족 현상 심화와 금융 기법의 발달 등에 의해 아시아 지역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일단, 물은 수요량이 매우 커서 개별 지역의 과잉 공급이나 과잉 수요를 무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즉, 지역별 물 부족 현상은 지역 내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아시아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로는, 물 부족 현상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민영 사업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 면적의 85%가 사막화되는 등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중동의 경우 고유가에 의한 재정 확충으로 전 세계 담수 플랜트의 반 이상을 발주하는 등 물 산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도 지역별 물 부족 편차와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의 북방 지역은 남방 지역에 비해 가용 수자원 확보율이 27% 수준에 불과하다. 해안 도시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상하수도 보급률도 현격히 낮다. 중국 정부는 상하수도 보급률을 2015년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부 투자 이외에 민간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2006년 현재 중국에서는 약 5,200만 명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유럽 출신의 다양한 민간 기업으로부터 물 서비스를 받고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하수도 등의 낮은 수자원 인프라 수준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 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 재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장기 운영 계약을 맡기는 민영화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 9% 수준의 민영화율이 향후 2015년까지 19%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지역 성장축의 변화는 구미 선진 물 전문 기업들의 아시아 시장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기술력과 시장 이해력을 겸비한 아시아 전문 기업들의 부상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