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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자도 국회 간다 어지럽게 재편되는 총선판세

공천 탈락자들 총선 3주 앞두고 이합집산, 각 정당 ‘낙천후보’ 모시기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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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호 박성훈⁄ 2008.03.24 17:07:09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공천심사를 통한 총선 후보 선별작업을 끝내고 본격 총선전쟁에 들어갔다. 매번 그래왔듯,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현역 지역구 의원을 몇 명이나 공천에서 배제시키는가, 이른바 물갈이율이 가장 큰 이슈였다. 집권 여당이 되어 가장 치열한 예비후보 경쟁을 치른 한나라당은 공천개혁을 통해 이번 공천과정에서 전체 의원 중 38%의 현역의원을 잘라내는 고육책을 단행하였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내세워 대규모 공천 물갈이를 예고한 통합민주당은 예상과 다르게 현역의원 교체율이 낮아 ‘용두사미 공천’으로 끝났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으나, 141명 의원 중 최대 50명이 교체대상에 올라 35.5%의 만만치 않은 세대교체율을 보였다. 이번에 당의 공천을 받아 해당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순항하게 된 예비후보들은 속이 편할지 모르겠으나, 낙천의 고배를 마신 후보들은 임기 동안 지역구에서 쌓아온 공과 예비후보 등록 후 꾸준히 펼쳐온 선거운동의 피땀이 아까워 속이 타 들어갈 지경이다. 공심위의 결정이 억울하다고 기자회견도 하고, 당 대표를 찾아 하소연도 하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보기도 하지만, 재심의에 성공한 예비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공천 탈락자들은 18대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 이합집산의 양상을 보인다. ‘철새’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탈당 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등 제3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창당을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무소속 출마를 택해 홀홀단신 선거전을 준비하는 독불장군형 후보들도 있다. 선거를 3주 앞두고 백가쟁명의 18대 총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친박 모여라” 미래한국당 현재 가장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당은 한나라당 친박계 탈당인사들이 모여든 미래한국당이다. 당명도 ‘친박연대’로 개칭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세력임을 표면적으로 확연히 드러냈다. 미래한국당은 작년 9월 대선 과정에서 정근모 대선후보를 배출한 참민주연합의 후신이다. 대선 과정에서 정근모 후보가 이회창 지지선언을 하고, 과거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김선미 당 대표가 통합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좌절되는 등 당은 거의 와해상태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친박 성향의 당협위원장(원외)들이 공천 탈락 후 입당하면서 참민주연합의 색깔은 점차 친박 색깔로 변했다. 이들은 3월 14일 당명을 미래한국당으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19일에는 친박 성향의 이규택 의원과 엄호성 의원이 입당 선언을 했다. 엄호성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대상이 됐다”며 서운함을 표명하고 당적을 옮겼다. 한나라당의 상징적 인물인 서청원 전 대표와 홍사덕 전 의원도 같은 날 “한나라당이 ‘MB 측근당’으로 바뀌었다”며 염증을 표시한 뒤 미래한국당에 입당할 것을 선언했다. 친박연대로 개칭된 미래한국당은 서청원·이규택 공동대표 체제로 확정하고 총선전에 나선다. 서청원 전 대표는 서울 동작갑에 출마하기로 했으며, 홍사덕 전 의원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광주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박연대는 단독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원내 20석)은 넘을 것”이라며 총선 승부를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강두 의원과 전용원 전 의원, 함승희 전 의원 등 수도권 지역 당협위원장 10여 명도 조만간 친박연대에 입당할 계획이라 일정 파괴력은 보증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박연대는 당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들어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당세 불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도 한나라당의 당적을 고수하고 있어 ‘단팥 없는 찐빵’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보석 줍기’ 한창 자유선진당 ‘이삭 줍기’라는 말을 ‘보석 줍기’라는 말로 탈바꿈시켜 공천탈락 의원의 영입에 골몰하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쏠쏠한 수확을 거두고 있다. ‘지역당’이라는 빈축에도 불구하고 충청을 기반으로 당세 확장에 나서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3월 17일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용희 국회 부의장이 입당하면서 충청권 지지에 탄력을 받았다. 대전 유성구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통합민주당 공천 탈락자 이상민 의원의 자유선진당 환승은 이용희 부의장의 충청권 지역기반에 힘 입은 바 크다.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중구에 신청했다 낙천한 박성범 의원의 아내 신은경 씨(전 KBS 앵커)가 입당해 중구에 다시 출사표를 던져 남편의 설욕전을 치른다. 박성범 의원의 선진당행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대선 때부터 기대해 온 박근혜 대표 측 인사의 영입은 점차 난맥상이 짙어지고 있다. 친박 의원으로 일찌감치 한나라당적을 버린 곽성문 의원은 친박 의원들에게 전자 메일을 통해 구애작전을 펴기도 했으나, 2~3명 정도의 의원이 솔깃한 반응을 보인 것 외에는 소득이 없었다. 대부분의 친박 인사가 미래한국당으로 몰리거나 무소속 연대의 길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영입 더딘 창조한국당 창조한국당은 아직까지는 특별히 드러내놓고 공천 탈락자들을 영입하기 위한 접촉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만약 공천 탈락자들이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창조한국당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인 고진화 의원의 영입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국현 대표는 18일 CBS 시사 프로에 출연, “한나라당 고 의원은 한나라당이라기보다는 중도적인 사람이라 그쪽에 잘 안 어울렸다”며 “우리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 고진화 의원에 대한 영입의사를 확실히 했다. 고진화 의원도 입당을 확정 짓지는 않았으나 창조한국당과 연대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3월 19일 국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저지 운동에 나선 고 의원이 창조당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며 “고 의원이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맞붙은 문국현 대표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통합민주당 공천 탈락자가 창조한국당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창조한국당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당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대선 때 문국현 후보를 도왔던 김영춘 의원이나 정범구 전 의원 등의 인사들은 대선 직후 문국현 사당화를 지적했고, 외부 인사의 영입과 관련해 문 후보와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당 지도부가 집단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문국현 후보가 대선자금을 당에 차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한 후보는 “지금 창조한국당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모험”이라며 “비례대표나 당선 가능성을 준다면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옮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창조한국당이 대선 이후 보여준 모습에서 실망한 민주당 인사가 많다”면서 “이미 문국현 사당화 논란이나 매끄럽지 않은 대선자금 재정처리 등 창조한국당의 실체를 본 사람들이 그 쪽(창조한국당)으로 가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의원들 무소속으로 홀홀단신의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통합민주당에서 금고 이상의 비리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공천에서 배제된 동교동계 박지원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은 현재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이다. 김홍업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은 현재 민주당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했으나, 마땅한 후보감이 없어 공천자 확정이 늦어졌다. 김홍업 의원은 공천자가 결정되는 대로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실장은 민주당이 정영식 전 목포시장을 공천함에 따라 3월 20일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인제 의원은 자유선진당 입당보다는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낙천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이상열(전남 목포) 의원으로, 그는 “반드시 나간다. 나의 낙천이 잘못됐다는 걸 선거 결과로 보여 주겠다”고 전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무소속 연대에는 박근혜 계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이경재 의원, 유기준, 박종근, 이해봉, 김태환, 이인기, 한선교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친박 의원들인 이들은 공심위 결정에 대해 “친박 의원들에 대한 숙청”이라며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영남권 의원들로, 수도권에서 탈락한 미래한국당 인사들과 지역색에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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