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중의 한 가지는 규제완화와 감세 등 성장친화적 정책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빈곤을 줄여나간다는 방향이다. 큰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들이 존재할 수 있다. 경제정책의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때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에 따라 대신 치러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규제완화와 시장기능 강화에도 기회비용이 따른다. 규제완화는 관치나 법령적 규제를 줄여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일이고, 시장기능 강화는 경쟁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규제를 푸는 경우에도 공중질서 유지, 소비자 보호, 환경보호, 독과점 규제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각종 피해와 횡포로부터 보호하려는 규제까지 무차별적으로 완화하면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규제는 세심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새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 감세조치 등도 기업의 경영 건전성이나 투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 투자증가로 연결되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감세나 금융지원 강화 조치도, 많은 현금을 쥐고도 국내투자를 잘 하지 않는 대기업들로부터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르므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들에 좀 더 많은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경제규제비용 연간 78조원… 국민 한 가구당 488만원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규제로 인해 감내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사업체당 평균 2,43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의 경제규제로 인해 부담하는 비용을 계산했더니, 연간 총 78조 1,000억 원으로, 2006년 GDP(국내총생산)의 9.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한 가구당 488만 원을 규제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며, 한 기업당 평균 2,436만 원이다. 또한, 공공·사회·개인 서비스업과 금융·사업 서비스업, 건설업, 제조업 순으로 규제비용이 커 해당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고 효과도 클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경제규제비용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OECD 규제지수는 OECD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3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정부통제, 경쟁제한, 해외무역, 투자장벽 등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측정해 지수를 매겼으며, 베이스라인 분석은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규제요인이 없다고 가정할 때 달성 가능한 베이스라인 국민소득과 실제 국민소득을 비교하는 분석방법이다. 총 규제비용에는 시장규제비용, 행정조사부담비용, 납세순응비용이 포함됐다. 추정 결과 우리나라의 총 규제비용은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에 달했으며, GDP 대비 21.2%인 조세부담의 절반수준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8조1,000억 원의 총 규제비용을 9개 산업과 대·중·소 등 기업규모별로 부담하는 정도를 비교한 결과, 산업 전체로 볼 때 규제비용은 사업체당 평균 2,436만원, 종사자 1인당 515만원, 임금총액의 7.3%인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공공·사회·개인 서비스업, 금융·사업 서비스업, 건설업, 제조업이 전체 규제비용의 74.2%를 부담하고 있어 특정 산업으로 규제 부담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또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근로자 1인당 규제비용이 1,428만 원으로 중소기업의 1,045만∼1,170만 원보다 높았다. 연구소는 GDP의 9.2%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제규제 비용은 규제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규제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건수 위주의 개혁보다 민간 부담이 큰 규제가 집중된 부문을 찾는 게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규제비용을 분석한 이유에 대해 이동원 수석연구원은 “규제는 정부예산과 달리 부처 간 경쟁과 견제가 적어 무분별하게 양산될 소지가 크다”며 “규제 남발을 방지하려면 규제 때문에 민간경제가 부담하는 비용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총 규제 중 IT서비스업 16.5% 차지 국내 IT산업이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해 부가가치 효과가 큰 IT서비스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규제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IT서비스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IT산업이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함에 따라 생산액, 부가가치, 고용 등에서 IT서비스업이 IT제조업보다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핀란드(15%), 아일랜드(12%)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IT제조업이 전체 제조업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OECD 국가 가운데 2위를 차지했지만, IT서비스업은 전체 서비스업 부가가치의 8%만을 차지해 OECD 국가 중 16번째에 그치고 있다. IT서비스업은 소프트 인프라 산업으로 다른 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지식정보화 시대의 중점 산업이다. 또한, 지속적인 성장과 국가 성장동력의 역할이 기대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연구원은 이같이 우리나라 IT서비스업이 부진한 이유로 국무총리실에 등록된 8,083건의 규제 중 16.5%가 IT서비스와 IT 활용 서비스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과도한 규제와 함께, 방송통신융합관련법, IPTV 도입을 위한 법 등 IT서비스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법안 처리의 지체를 꼽았다. 또 ▲경제 전반의 낮은 IT 활용도 ▲IT 활용 서비스업의 부진 등도 하나의 요인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투자부진 ▲저임금·저생산성·저부가형 산업구조, 정책 측면에서는 ▲관련 입법 지연 ▲과도한 규제 등이 문제다. 연구원은 IT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유통·물류 등 서비스 산업의 IT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한편, 바이오·나노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미래 수요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적절한 규제와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 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규제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건수 위주의 개혁보다는 민간부담이 큰 규제가 집중된 부문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규제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 부적절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깨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적절한 규제로 인한 정부의 실패는 시장실패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엄격한 노동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까다로운 채용절차를 채택한 결과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또한, 규제는 정부예산과 달리 부처 간 경쟁 및 국회의 견제가 적어 무분별하게 양산될 소지가 높다. 이러한 규제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간경제가 규제로 인해 부담하는 비용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열악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용조정이나 해고를 좀 더 쉽게 하려는 규제의 완화는 일자리에 대한 경쟁을 높이는 효과를 낳고, 이 때문에 경쟁에서 낙오하는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그러므로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의 구축과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도 반드시 수준 높은 교육·훈련과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실업과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추구해 가고 있는 북유럽 선진국들의 추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규제완화가 곧 국가경쟁력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8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은 178개국 중 30위로 2006년과 2007년의 23위에서 7계단이나 하락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공장 설비 인허가 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정부 기관들의 발표 자료에 의거하면,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7년 2월 현재까지 955개의 예전 규제가 줄었으나 같은 기간에 1,244개의 새로운 규제가 생겨 총 규제 수는 7,794건에서 8,083건으로 늘었다. 이로써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개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정부 규제는 제약이 없는 시장개방과 무한경쟁 원리를 바탕으로 확산되는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규제가 많을수록 경제 성장력은 그만큼 약화된다. 21세기는 시스템 경쟁, 다시 말해 제도 경쟁의 시대다. 효율적인 제도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OECD는 규제개혁 단계를 양적 규제 완화, 규제의 품질 개선, 규제의 품질 관리의 3단계로 구분한다. 최근 나온 조사에서 확인되는 GDP의 9.2%에 달하는 경제규제비용은 규제체제에 대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핵심 정책규제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규제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산업 및 기업으로 규제개혁의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제 한국도 단순히 규제의 양을 줄이는 단계에서 앞으로는 기업들이 규제혁신을 피부로 느끼고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할 때이다. ■환경-경제 상생 모드…대폭 규제완화 최근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기조에 맞춰 환경부가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쏟아냈다.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경부는 상수원 인근지역 공장입지 규제 축소, 환경성 검토 절차간소화, 온실 가스 현행 유지 등 민감한 현안들을 제시했다. 또 현행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통합, 현재 평균 460일이 걸리는 평가·협의 기간을 100일 이상 단축할 방침이다.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모토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상수원 인근 공장입지 규제완화 정책은 남양주, 광주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혜택을 보는 전폭적인 규제완화 방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가 올 들어 발표한 환경단속 실적은 2건. 2월 말 전국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10만여 곳을 점검, 4,400여 곳을 적발한 것과 이날 전국 134개 산업단지와 농공단지의 폐수종말처리시설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가 고작이다. 이마저도 때마다 벌이는 정기적인 단속에 불과하다. 이는 환경보존보다 경제 살리기에 무게를 둔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