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장들에게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만년필이 4번째 주인을 만났다. 김종열 전임 행장은 3월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은행장 이·취임식에서 하나은행 김정태 신임 행장에게 독일 몽블랑 만년필을 전달했다. 김 전 행장은 “이 만년필을 하나은행을 리딩 뱅크로 만드는데 사용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만년필 경영은 초대 윤병철 행장 때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경영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특히 보람·서울은행 합병 계약, 대투증권 인수 등 하나은행에서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 만년필이 사용됐다. 이번에 김 신임 행장에게 전달됨으로써 만년필에는 전임 행장들의 이름에 이어 신임 행장의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김정태 신임 행장은 이·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10년 생산성 1위, 2013년 자산 1위(400조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만년필 경영 주문에 화답했다. 김 행장은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경쟁에 적극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내실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는 인수합병을 해야 기회가 있다”며 “매물만 나오면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부터 서울의 지역본부를 9개에서 14개로 늘려 현장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며 “다만 당장은 내부 역량 강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이 인수 대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은행은 외환은행과 기업은행 정도로 추정된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을 소유한 론스타가 HSBC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매물로 나와 있지 않지만,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리딩 뱅크 은행을 위해 직원들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고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의 잠재력만 끌어내도 올해 자산 10% 성장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도 영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발점은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데 두겠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이를 위해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헬퍼(Helper)’, ‘마중물(펌프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 붓는 물)’역할을 하겠다”며 “앞으로 은행장실 이름을 제 이름 영문 이니셜인 JT, Joy Together(조이 투게더)로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나은행을 기쁠 때는 함께 웃으며 즐거워하고, 슬플 때는 말없이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는 팀워크 넘치는 직장으로 만들겠다는 김 행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1952년생인 그는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1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한 뒤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