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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 1000원선 안착하나

지난달 중순 환율 1029원…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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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성승제⁄ 2008.03.31 17:25:00

원·달러 환율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0원선을 가볍게 돌파하고 1029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980원대로 재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앞으로 1000원 선 안착은 시간문제라고 예측했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는 수입품 상가는 울상이다. 또 환전상(암달러상)들도 하루 1만 원 벌기가 힘들다고 푸념이다. 환율 급락에 따라 울상을 짓는 시장 상인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환전 상인들, 하루 만 원 벌이도 힘들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만 원을 벌까 말까여. 그냥 점심 값이나 해결하는 거지 뭐. 80~90년대에는 그나마 달러가 귀해서 돈벌이가 좋았는데, 지금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3월 26일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5년째 암달러상을 하고 있는 한 할머니의 푸념이다. 두 명이 짝을 이뤄 어른 키 1/4도 안 되는 조그만 박스에 ‘환전’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할머니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힘겹게 손짓을 한다. 사람들에게 달러·엔화·유로 등 외화를 환전하라는 뜻이다. 때마침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두 할머니는 각자 우산의 무게까지 가중돼 힘겨운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이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옆에 있는 할머니는 “관심 갖지 말라”며 애써 눈을 피한다. 암달러가 불법이기 때문에 굳이 노출돼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옆에 있는 할머니는 말상대가 반가웠는지 이런저런 질문에 싫은 내색 없이 답변해준다. 가뜩이나 비까지 와서 장사도 안될 텐데 굳이 우산까지 챙겨들고 나와 앉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집에서 혼자 쓸쓸하게 있느니 한두 장을 팔아도 나오는 게 덜 심심하다”며 “그래도 잘 될 때는 하루 3~4만 원 벌이는 했는데, 요즘엔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할머니는 이어 “어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앉아 있었는데 만 원 벌었다”며 “아무래도 지하철 무료 신문이나 주우러 다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숭례문 인근에 있는 환전상을 찾아 대뜸 100불을 사고 싶다고 하자 “장당 9만840원에 팔고 9만6400원에 산다”고 답했다. 암달러상들은 100달러 단위로 거래하는데 이를 1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나마 목 좋은 곳에 나무로 만든 좌판을 갖춘 일부 암달러상은 수만 달러를 거래하는 손님을 맞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하루 평균 200∼300달러밖에 못 사고 있다. 비싼 값에 달러를 샀던 사람들이 최근 환율급락으로 손해 보며 팔기를 주저하면서 달러 거래가 실종된 것이다. ‘사자’ 손님도 줄었다.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 저점에서 매수하려는 손님이 늘겠지만, 환율 추가 하락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대기 수요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달러를 팔려고 오는 사람은 900원 이하로 떨어질 우려에 대비해 손절매 차원에서 암달러상을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부 암거래 할머니들은 ‘00이 엄마’, 00 아줌마라는 명함을 꺼내놓아 전화번호와 핸드폰 번호를 적어놓고 장사를 하기도 한다. 자신을 68세라고 소개한 한 할머니는 “가격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전화도 많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전화가 와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찾아오는 사람은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자영업자와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며 ‘뭉칫돈’ 거래를 위해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침 남대문시장을 걷는데, 50대 한 남자가 달러를 바꾸려고 주위를 경계하며 환전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게 “여기서 바꾸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경계심을 갖고 머뭇거리다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짤막하게 답변했다. 환전을 해주는 할머니는 장사에 방해가 될까봐 “이제 할 말 없으니 본인 갈 길이나 가슈”라고 호통을 쳤다.

■수입상가 가격급등에 손님 텅텅… “가격표 바꾸는게 일” 호소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하기는 남대문 수입품 상가 상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남대문시장의 대표 시장이라 부르는 일명 ‘도깨비 수입상가’를 찾아가봤다. 이곳에서 30년째 일본 수입 잡화를 팔고 있는 이모 씨는 환율 급등(원화가치는 하락)에 맞춰 상품에 가격표를 바꿔 붙이고 있었다. 조금 뒤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이 씨의 가게에 들렀다. “왜 이렇게 가격이 올랐느냐”는 손님의 질문에 이 씨는 “환율이 올라서 그렇다”며 귀찮은 듯 말했다. 바로 옆 상가의 와인 값도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 프랑스산 샤토 탈보(2002년산) 1병이 9만2000원. 3개월 전에 6만8000원에 팔리던 와인이다. 이 가게의 주인은 “오래 전에 사 둔 와인은 원래의 값을 받지만 최근 사들인 와인은 어쩔 수 없다”면서 “값이 올라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환율 변동에 맞춰 가격표가 매일 바뀐다”며 “이제는 가격표 바꾸는 게 가장 큰 일”이라고 울먹였다. ■달러 거래 뜸하기는 시중은행도 마찬가지 남대문 인근의 시중은행 외환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달러 거래를 하려고 찾는 손님의 발길이 부쩍 줄어 창구가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화통장을 가진 고객 중에 달러를 꺼내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통장에 달러를 그대로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달러를 인출해 원화로 바꾸거나 암달러상에게 팔든가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들도 달러 세일에 나서고 있다. 은행은 통상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팔자’ ‘사자’ 가격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마다 공식 기준가격으로 거래하는 대신, 우대고객에 대해 은행이 얻는 환전 차익 가운데 30% 정도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 은행의 부지점장은 “심지어 일부 은행은 50∼70%까지 할인하기도 한다. 은행은 100달러 거래를 하면 1000원 정도 남는 편이다”라면서 제대로 가격을 내고 환전을 하는 손님은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대문에서 한국은행 방면으로 향한 대로에 좌판을 깔아둔 아주머니에게 은행보다 이곳의 거래가 이득이냐고 묻자,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오늘 여기서 달러를 팔면 은행보다 (1장당) 2000원 정도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질수록 은행에서도 환율 세일에 나서기 때문에 환전상과의 격차가 최근 1000원 이하로 좁혀들 때도 있어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3만 달러를 팔고 싶지만 앞으로 환율이 오르면 오늘 파는 게 손해 아니냐”고 묻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필요하면 빨리 팔수록 이득”이라고 응수했다.

■유학 자녀 둔 학부모들도 고민 원·달러 환율 변동은 해외유학 자녀를 둔 학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창구에서 달러화를 사는데 적용하는 대고객 고시환율이 달러당 980원을 넘어서면서 고객들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또 1달러=980원을 확인한 고객 중 원화 값 강세로의 전환을 예상하는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선물 환헷지를 거느라 분주하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투자해 놓고 달러로 갖고 있던 사람이 많았는데, 원화 값이 급등하면서 선물을 거는 고객이 늘었다”며 “최근 하루에 80만 달러 가까이 선물을 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거액의 유학자금을 송금해야 하는 부모들도 최근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 급락하는 원화 값 때문에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화 값이 더 내릴 수도 있지만 오름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어 송금은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관계자는 “최근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송금하려는 사람의 문의가 많다”며 “은행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일단 관망하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화가 폭락하는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다”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달러를 사라든지 팔라든지 어느 쪽도 조언하기 쉽지 않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환율 1000원 시대… 환테크 요령은? 최근 달러 가격이 고공행진을 나타내고 있다. 1달러를 930~940원만 줘도 살 수 있었는데 지난달 중순 1000원을 돌파한 뒤 98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환율 급등이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달러 값이 너무 오른 만큼 일단 환전 수수료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선진국으로 가는 여행자라면 현금을 많이 바꾸기보다는 여행자수표를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외화 현금으로 환전하는 대신 여행자수표를 발급받으면 수수료를 40% 정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행자수표는 수표번호를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잘못해서 수표를 분실했을 때 적어 놓은 번호를 제시하면 언제든 재발행이 가능하다. 공항 환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공항 환전소는 비싼 임대료에다 직원 상주 등으로 인해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환전 수수료는 인터넷이 가장 싸고 일반 은행창구는 그 다음이다. 공항 환전소에서 100만 원을 달러로 바꾸면 인터넷 환전 때보다 1만∼2만 원 정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환전할 때는 반드시 주거래 은행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은행마다 단골손님에게는 환전 수수료를 50~70%까지 할인해주기도 하고, 유리한 환율을 적용해 준다. 여행자수표를 발급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더 싸게 해준다. 해외유학 중인 자녀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 사람들은 환율 변화를 잘 생각해야 한다.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원화에서 달러화로의 환전 시기를 가능한 앞당기고, 환율이 내릴 것으로 판단되면 반대로 환전 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펀드는 해외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자칫 잘못하면 환차손을 입어 운용수익을 날릴 수 있다.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이 10여년 만에 처음 800원대로 내려서자 환헷지를 하지 않았던 해외 펀드와 역외 펀드들은 환차손으로 인해 큰 손해를 봤다. 때문에 해외 펀드 투자에서 ‘환헷지’는 필수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환헷지는 주로 선물환이나 통화선물 거래를 통한다. 예를 들어 해외펀드에 1000달러를 투자한 사람이 1년 1달러당 900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해 놓으면 1년 뒤 투자금액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원ㆍ달러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지더라도 달러당 900원을 적용, 90만원(1천달러×9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환헷지를 하지 않았다면, 달러당 800원의 환율이 적용돼 80만 원밖에 받을 수 없다. 10만원(1천달러×100원)의 환차손을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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