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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의 대변인 되겠다”

[인터뷰]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주디스 알레그레 헤르난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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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박성훈⁄ 2008.03.31 17:22:25

3월 1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주디스 알레그레 헤르난데즈 씨.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함께 단상에 선 그는 처음 카메라 앞에 서게 돼 다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지만, “나는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살아온 엄연한 한국인이다. 이주여성들의 리더로서 그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겠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주디스 씨의 의정능력에 대하여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출신이라 한국어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이해가 낮아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케냐 출신인 오바마 미 대선후보나 정치에 대한 식견와 경험 없이 미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미국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러한 걱정은 기우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외국인 출신 국회의원의 탄생에 대해 찬반 양론이 무성한 가운데, 이주여성의 대변자이기를 자처하며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디스 씨를 만났다. 사석에서 만난 주디스 씨는 우리 사회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겪는 불이익이나 권익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논리를 펴면서도,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할 때에는 눈물을 보이는 감성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길어 부르기 힘들면 ‘주디’라고 불러도 좋다며 인터뷰에 선선히 응했다.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어 한국에 왔고,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솔직히,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한국과의 인연은 18살 때 한국계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회사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행동이 느리다며 항상 ‘빨리빨리’를 외쳤고, 실수라도 하면 곧바로 욕이 쏟아졌다. 그래서 내가 처음 배운 한국말도 욕이 대부분이다. 그 당시 난 절대로 한국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남편과의 인연이 한국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회사 직원들의 소개로 알게 된 남편은 항상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전화할 때마다 그의 따뜻함이 느껴져 한국 사람에 대한 인상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에서 삶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남편이 작고하고 나서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남편은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유능한 남자라 해외출장도 자주 다녀 봉급도 높은 편이었고,자녀에 대한 관심도 많아 모든 면에서 빠지는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흠이 있다면 항상 과음하는 탓에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간경화라는 병을 얻어 세상을 등졌다. 남편을 임종하면서 “반드시 한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잘 살겠다”고 약속했다. 남편과 사별하고는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일해야 할 시간이 배로 늘어 항상 격무에 시달렸다. 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아이들을 필리핀으로 보내고, 남편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이 늘 미안하다.” ■이주여성을 대표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교회에서 외국인 사역을 하고 있는 김해성 목사의 통역을 도우면서 나와 같은 이주여성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들의 처지를 보며 공감도 했고, 나보다 힘든 일을 겪는 이주여성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중 2007년 추석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로부터 비례대표로 출마해 이주여성을 위해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정치인이라는 직함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거절할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과 한 명씩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이주여성을 위해 일할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직 한국에서는 귀화인 국회의원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부드럽지 않은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주여성으로서 한국에서 15년을 살아온 이상, 이주여성 문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국제결혼 대행업체의 알선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해도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서 동남아 여성과 하는 중매결혼은 거의 “돈을 주고 신부를 사온다”는 상거래와 다름 없다. 따라서 “내가 너를 샀으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위해 입국한다기보다 집안일만을 하는 식모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남편들 중에는 “한국말을 못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집에 가두어 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집에만 있으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며,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겠는가? 필리핀에서 온 한 이주여성은 산후조리를 하던 중에도 시어머니가 힘든 집안일을 시켰다고 한다. 그 여성은 결국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돈이 결혼의 매개물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한 외국인 여성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로 해놓고, 돈만 받은 뒤 입국하지 않는 일도 생겼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하루에도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이 중매결혼을 통해 급작스럽게 입국하기 때문에, 한국의 언어는 물론 기본적인 문화를 공부하는 시간조차 갖기 힘들다. 거기서부터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례로, 한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 시집와서 모국에서 하던 대로 걸레질을 하다가, 시어머니가 걸레를 빼앗아 얼굴에 던진 일이 있었다. 걸레질은 아주 자질구레한 부분이지만,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가르쳐 주는 문화교육 시설이 필요하다. 언어교육 시설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한국어 교실이 있다고 하지만 이주여성들에게 재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잠깐 거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양육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 “우리 아이들은 지금 필리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한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어떤 준비물을 챙겨줘야 하는지도 몰랐고, 다른 부모들처럼 숙제를 도와주기도 힘들었다. 그게 애들한테 미안했다. 우리 아이들은 피부색이 검다거나 엄마가 필리핀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았다. 아이들이 놀림을 받는다며 “엄마, 학교 안 갈 거야”라고 얘기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은 것도 아이들을 필리핀으로 보낸 이유 중 하나이다. 당시 남편까지 작고하는 바람에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아이들을 필리핀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이주여성들도 이 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이주여성으로서 결혼하고도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가정에서 살림을 돌보거나, 생산 라인에서 단순작업을 하고 있다. 모국에서 간호사 전공을 공부했거나 일한 경력이 있어도, 한국에 오면 간호사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환자들을 돌볼 수 없는 탓이다. 나처럼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여성도 많지 않다. 이주여성이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또한 언어와 연관된 만큼, 이주여성에 대한 언어교육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모든 이주여성들은 한국여성처럼 살고 싶다. 나도 가끔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뭐하러 한국에 왔느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하며 욕을 하기도 한다. 한번은 집에 다른 외국인들을 초대했는데, 이웃집 노인이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이주여성들도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가진 한국인들이다.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100% 완벽한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지금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다 알고 잘하는 사람은 없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면 된다. 한국 정치와 의정활동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주여성 전문가로서 내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여성의 권익 보호와 한국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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