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의 목표치인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전반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대선 직후 60%대를 넘던 당 여론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져 현재 30% 후반과 40% 초반에 머물러 있다. “200석도 가능하다”던 대선 직후의 기세는 오간데 없다. ‘반타작’도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실망스러운 부자 내각 파문 ▲어이없는 747 공약 재조정 ▲볼썽사나운 당내 권력투쟁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국민여론이 급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착공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고 있는 황당한 ‘대담성’ 등이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는 패착 요소로 분석된다. ■747·대운하에다 ‘영어교육’까지 부작용 대선 이후 제일 먼저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이슈가 바로 7·4·7 공약이다. 이 밖에도 현재 총선 공약에서 빠진 한반도 대운하 정책 역시 대선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출범 후 대처방안이 시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내 인수위가 내어놓은 첫 야심작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이 등장했다. 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명분하에 야심차게 내놓은 영어 공교육 방안은 일단 여론을 들끓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일 쏟아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수위는 △영어교사 심화연수 △교원 양성기관 영어교육 과정 개편 △예산 확보 실행방안 등 다소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 그 동안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여러 정책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터라 영어 정책에 한껏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 영어전용 수업을 도입하겠다는 ‘몰입’영어정책은 제주도교육청이 맨 처음 시범을 보였다. 3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것. 하지만, 이는 곧 허점만 드러내는 꼴이 됐다. 교안이나 교재를 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영어 전담교사 대신 담임교사가 수업을 해야 하는 탓에 교사들로부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물론, 국민의 절반 이상은 또 다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SBS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전체의 57.3%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유아 영어 사교육 열풍 조짐까지 보이고 있던 터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고조됐다. 결국 쏟아지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준은 물론 현실성 결여라는 오명을 쓴 채 영어 공교육 방안 역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청와대 장관인선 과정부터 삐그덕 하지만, 이 정도의 시행착오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지지율 변동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한나라당의 지지율 추락의 시발점은 바로 인사파문에서 비롯됐다. 여야 간에 헐뜯는 볼썽사나운 싸움으로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장관 인선과정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인선 결과를 발표하기가 무섭게 맨 처음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이 과거 숙명여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 그가 발탁된 배경을 놓고 이 대통령과 함께 소망교회를 다닌 덕분이란 얘기까지 나돌았으며, 이는 청와대 인선에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이종찬 민정,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대학 설립자의 손자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이 포함됐던 터라 뒷말이 더욱 무성하게 퍼져나갔다. 이후 내정자들이 줄사퇴를 감행하면서 또 다시 눈길을 끌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일자 새 정부 출범 전날 사퇴했고, 사흘 뒤엔 박은경·남주홍 후보자도 도덕성 논란 속에 낙마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역시 논문 표절,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의 공금횡령 의혹 등으로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2월 말 내정 발표가 났던 김성호 국가정보원장도 검찰 재직시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이 제기돼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예 열리지 못했고,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은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명박 정부 비리 총집합소’라는 식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물론, 이 대통령은 당시 이미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밀릴 경우 4·9 총선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밀어붙이기식 인선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공천 둘러싼 ‘323 쿠데타’ 이처럼 정치권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과는 달리, 국민들의 반응은 점점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60% 지지율은 한 달 사이에 절반으로 부러졌다. 국민들을 배제한 계파별 나눠먹기식 공천도 그러하거니와, 아예 자기 식구 죽이기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이재오-이상득 불출마 논란이 일었던 일명 ‘323 쿠데타’가 그것이다. 한나라당 공천자 55명은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공천권 반납 배수진까지 치는 등 의기양양했지만, 결국 △이 부의장이 불출마 의사를 무시했고 △리더격인 이재오 의원마저 이상득과의 동반 불출마 주장을 접은 뒤 출마키로 한데다 △이 대통령이 동반 불출마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55인의 거사는 순식간에 김이 빠져버렸다. 그 내막을 살펴보자. ‘323 쿠데타’와 관련해 말들이 많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정치권 소식통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우후죽순 모이는 바람에 요구 주장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친이 즉, 범이명박계로 분류되는 55명 가운데 이른바 ‘이재오계’로 분류될 만한 이들이 다수 포함된 것 때문에 55인의 ‘323 쿠데타’는 일명 ‘이재오의 난’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스스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후보들’이라 칭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의 월권과 과속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라 불리는 인사 실패 △원칙과 기준을 상실한 당 공천 등을 한나라당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의 정점에 이 부의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부의장을 향해 “‘형님 공천’ ‘형님 인사’등으로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된 이상득 국회 부의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앞으로 일체의 국정 관여를 금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 부의장의 최측근이자 권력 수뇌부 인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준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 “부실 검증과 폐쇄적 인사 건의로 인사파동을 초래한 청와대 관계자를 사퇴시키라”고 강조했다. 23일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하더라도 55명의 ‘충신들’은 기세가 등등해 보였다. 숫자도 적은 게 아니었다. 사실상 총선 기간임에도 55명 정도의 공천자들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든 것은 ‘이재오 불출마 카드의 등장’ 탓이 컸다. 이재오 의원까지 불출마 결심을 한 마당이니 이상득 부의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국민기만이라는 비난까지 마땅한 지경으로 바뀌었다. 이재오 의원 측이 하룻밤 사이에 돌연 불출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언론에서 확대 해석했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불출마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은 폭발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강재섭의 불출마 선언은 이호성의 자살과 동격이다”라며 분노했다. 그는 “박근혜가 발끈하니까 강재섭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재오도 비스름한 흉내를 내는 모양이다”라면서 “독박 쓰고 비장한 듯 혼자 죽은 척 연기하는 강재섭의 행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밥그릇 지키기에 치사한 ‘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의식적으로 한나라당에 과반수 의석을 내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라며 “지금껏 나온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한나라당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꼽았다. 여론악화를 의식해 당과 총선 출마자까지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대운하지만, 청와대는 정작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해 국민들을 더욱 들끓게 하고 있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 운하 찬성 여론은 48.2%에 달했다. 반대는 39.8%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여론은 운하 편으로 기운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불과 10여 일 지난 1월 9일 CBS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43.8%)이 찬성(40.6%)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운하 찬성 여론은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이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이었던 지난 2월 6일 SBS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반대의견이 무려 49.4%에 달했다. 찬성은 고작 26.2%에 불과했다. 민심의 향방이 대운하는 물론, 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당을 향한 국민들의 이 같은 조짐에 막판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내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