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막바지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총선 사상 최저치 투표율인 50%대 초반으로 예상치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혐오증으로 국민들의 무관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여야가 당내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총선 쟁점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심 역시 식을대로 식어 여야 중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싫다는 반응이다. 제 18대 총선 무엇이 문제일까? ■ 상향식 공천 실종 18대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상향식 공천의 실종이라는 점이다.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경선 절차가 실종됐다는 뜻이다. 지난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83곳, 한나라당은 16곳에서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실시한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어느 곳 하나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 당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의사조차 반영되지 않다 보니, 이번 공천에서는 애초부터 원칙이나 기준이 불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여야는 마음놓고(?) 계파별 나눠먹기식 공천에만 열을 올렸다. 결국, 여야 모두 탈락 공천자들의 탈당과 불복 선언이 난무하게 됐다. 정당 정치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렀다. 민주적 경선의 실종이 곧 정당정치의 실종이자 명백한 정치개혁의 후퇴라는 지적이다. 통합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18대 총선에서는 양당 모두 외부 영입인사에게 몸을 맡기고 수술대에 누워 있는 형국이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심사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이는 정당정치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상향식 공천의 전통을 새롭게 세워 정당정치, 책임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정당정치의 복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 여야 계파갈등에 총체적 난국 통합민주당의 행보가 비교적 무난했다면, 한나라당은 또 다시 계파갈등으로 총체적 난국상을 보였다. 친이-친박계는 각각 앞다투어 공천불복과 탈락 선언으로 정국을 뒤흔드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복당을 주장하며 친이 측과 전면전에 돌입했다. 왜일까? 우선, 한나라당의 일관성 없는 공천기준이다. 현역의원의 경우 의정활동 평가나 국민들의 평가 등으로 공천기준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3선 이상의 현역의원을 탈락시키고 신진 정치인을 끼워넣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 형식이 돼버렸다. 물론, 친박계뿐 아니라 친이계 측 의원들 역시 생각지도 않은 물갈이 대열에 끼였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런 여당의 연출에 국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연고 없는 전략공천, 낙하산 공천이 지역구민들조차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통합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일관성을 유지해 공천을 했다는 점과 전화 여론조사 방식 등으로 한나라당에 비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자질과 능력, 비전문성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이나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책임져야 할 인사들이 공천을 받으면서 당 내 분열이 일기 시작했으며, 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이 계파 분열의 원인이 됐다. 이 밖에도 18대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의 실종과 더불어 늑장공천 논란이 빠질 수 없다. 각 정당은 선거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지연시켰다. 국민들은 공천실종과 더불어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정책까지 실종됐다며 흥분했다. 각 언론은 논평 등을 통해 공약·정책 중심의 선거가 아예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천이 늦어질수록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한 검증 시간이 부족해 관심이 멀어질 수 밖에 없고, 후보자들 또한 부실한 정책과 공약을 내어놓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이 ‘묻지 마’ 투표를 강요받는 유권자들이 투표 거부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 민심에 폭격 가한 ‘복당논란’ 한편, 민심에 마지막 폭격탄을 날린 것이 바로 집안 싸움의 절정판이라 할 수 있는 ‘복당논란’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파의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는 결코 탈당파들의 복당은 없다며 버티기에 나서 한 동안 두 세력의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친이-친박계의 충돌이 첨예한 이유는 영남권의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막지 않으면 영남에서 한나라당이 목표로 하는 의석수 확보가 어렵게 된다. 반면,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동정론을 더욱 부상시켜 탈당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3월 27일 대구 달성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헌·당규 어디에도 탈당한 사람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당 지도부의 복당 불허를 비판했다. 이어 “다만, 당을 나간 사람 가운데 해당행위가 극심한 사람에 대해 최고위에서 결의를 거치고 시도당에서 결정한다는 규정만 있다”며 “당헌·당규를 잘 모르는 소리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은 잘못됐다. 나 역시 속았다”는 극단적인 발언과 동시에 지도부 책임론과 복당 주장으로 공세를 펼쳤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복당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기는 야당도 마찬가지.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공천 탈락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한 인사들의 총선 이후 복당에 대해 “복당은 안 된다”며 공천 후폭풍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상황이다. 손 대표는 우선 통합민주당이 원내 제1당임을 거듭 강조하며 무소속 당선자들이 복당하지 않더라도 원내 제1야당이 되는데 지장이 없다는 발언으로 당 내의 흉흉한 분위기를 재우고 있다. 그는 “지금 복당문제를 얘기하거나 탈당한 사람을 얘기하는 것은 총선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당 내 ‘입 봉합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같이 여야 모두 계파 싸움에만 열중해 정작 민심을 잃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3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18대 총선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1.9%만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해 역대 총선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투표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란 응답이 51.9% ▲가능하면 투표할 것 32.1%로 전체 응답자의 84.0%가 투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층은 4년 전의 61.5%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