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대운하가 첫삽도 뜨기 전부터 사회적으로 거센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지식인 사회, 시민·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운하 반대 운동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과 같은 기존 시민단체들은 물론, 운하백지화국민행동·대운하반대시민연합과 같은 시민 주축의 자발적 움직임들이 눈에 띄고 있다. 학계에서도 서울대 교수들이 최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수모임’을 주도적으로 발족시켜 반대에 나선 것은 앞으로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한층 심화될 전망을 예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밀실에서 대운하 사업을 진행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대운하사업 추진을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에서 대운하 관련 사업단을 운영했던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3월 29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 조직개편 이후 여러 개의 TF를 구성했는데, 그 중 하나인 국책사업지원단에서 운하를 포함해 여러 SOC 사업의 효율적 추진방안을 검토하려 했다”며 대운하 관련 사업단의 존재를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정부에서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난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간제안서만 제출되면 추진하겠다는 숨겨진 진실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토해양부의 해명은 스스로 대운하를 국민 모르게 비밀리에 추진했음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강력 성토했다. ■ 반대주장① 한반도 지형 운하건설에 불리 대운하 건설의 대척점에 선 각계각층 사람들이 꼽는 반대이유를 대략적으로 요약하자면, 운하 사업 자체가 우리 국토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착오적 발상이고, 경제성도 없으며, 환경재앙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독일 MD운하와 비교해 한반도 대운하의 부적절성을 짚었다. 독일은 중심부에 대평원이 발달해 있어 운하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자연조건이지만, 한반도는 국토의 2/3가 산지로 이뤄져 운하를 만들어 운용하기에 매우 불리한 지형적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하천은 굴곡이 심하고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독일보다 훨씬 많은 갑문을 설치해야 하는데다, 설령 운하가 만들어지더라도 선박을 운항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강조하자면, 새로운 물류 시스템으로서 운하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운하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일정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연간 강우량이 여름철 3개월에 집중되는 등 강수량의 계절분포가 매우 편향적이라는 특징도 어려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은 월별 최대 강수량이 최소 강수량의 2.1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9.4배나 된다. 따라서 수자원 관리가 양적으로만 봐도 독일보다 4배 이상 어려움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강수량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유량(流量)이다. 하천에 흐르는 물의 양이 얼마나 일정한가 하는 점도 운하 건설에서 중요한 판단요소이다. 하지만 하천 유량의 균일성을 평가하는 하상계수에서도 우리나라는 독일보다 운하 운용에 상당히 불리하다. 박창근 교수는 독일 라인강의 하상계수는 14인 반면, 한강은 90, 낙동강은 260에 달한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하천의 유량이 시기별로 극심한 편차를 보여 일정한 상태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반대주장② 주운보 설치로 홍수피해 급증 우리 지형 조건에서 운하가 건설되면 홍수로 인한 수해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대운하에는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일정 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주운보(舟運洑)가 설치된다. 낙동강의 경우 15~30m 높이의 주운보를 6개 정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주운보가 댐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큰 비가 내릴 경우 상류 지역이 홍수의 위험에 노출된다. 박창근 교수는 경부운하 구간 중 홍수 위험이 높아지는 구간이 약 150~200km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홍수가 지천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천 주변의 둑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본류와 지류의 제방을 높이고 배수 설비를 갖추는 데에만 4.8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대운하는 먼저 공학적 근거에서 건설 여부가 검토되어야 하는데도,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면 공학적 근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집단 사이에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치권이 제시한 시간에 떠밀려 충분한 토론을 생략한 채 만든 운하 건설 계획은 부실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건설된 운하는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 연구팀은 2007년 10월 대한토목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강 및 낙동강의 내륙 주운 건설에 따른 평수 및 홍수 영향 검토’ 논문에서 운하 건설에 따라 홍수위가 높아지는 곳으로 남한강에서는 여주보 상류(최고 1.18m), 강천보 상류(최고 3.5m) 등 14km, 낙동강에서는 낙단보 상류(최고 4.13m), 사문진보 상류(최고 3.58m), 장암보 상류(최고 3.07m) 등 84km 구간을 꼽았다. ■ 반대주장③ 수몰, 문화재·생태계 훼손 운하 건설에 따른 수몰 위험 지역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 지역 일부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수위 상승에 따라 홍수 때 남한강 14km, 낙동강 84km 등 총 98km 구간에서 기존 둑을 넘어 범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경기 여주군, 강원 원주시, 충북 충주시, 대구시, 경북 구미·상주시 등이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조령산 해발 110m 높이에 길이 21.9km짜리 터널을 뚫을 경우, 경북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진남교반, 삼국시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고모산성 일대가 수몰지역에 포함된다. 속리산 계곡에 물을 채워 배가 산을 우회하도록 만든 제2안을 따를 경우엔 경북 상주시 내서면·화서면, 문경시 농암면, 속리산 국립공원 일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일대의 광범위한 지역이 수몰을 면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운하가 예정된 한강·낙동강 주변 500m 안에 국보와 보물 등으로 지정된 문화재만 72점이 있고, 100m 안에는 발굴과 조사를 해야 하는 매장 문화재가 177곳이나 되며, 보호해야 하는 습지보존 지역은 여의도 면적의 12.3배인 10만3,408㎢에 이른다.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도 25만 5,644㎢로, 여의도 면적의 30.4배나 된다. 이 같은 문화재와 생태계 보호구역 등 관광자원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도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다. 수몰, 홍수, 관광자원 손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둑을 더욱 높이 쌓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수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운하 주변지역을 침수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엄청난 보상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 반대주장④ 건설비용만 40조, 물류운송 효과 미미 이명박 대통령 측은 애초에 예상하기를 경부운하 사업 공사비를 15~20조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서 경부운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홍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운하 유지관리 비용, 수질오염에 따른 환경 비용, 다수의 교량 철거 및 재건설 비용, 취수장 이전 및 건설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4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은 얼마나 많은 물동량을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부산 간 도로를 이용한 컨테이너 물동량의 80% 정도를 경부운하가 끌어들일 수 있다며 대운하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홍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흡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수많은 운하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조차도 운하로 처리하는 내륙 물동량이 전체의 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화주들이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운송비와 운송시간인데, 운하로 물류를 운송하는 속도는 육로에 비해 훨씬 느리다. 서울-부산 간 운하 운송시간은 도로 운송시간의 10배 가량 더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박의 운항 속도도 느리지만, 하역, 이송, 장치, 트럭 운송 등 운송절차가 훨씬 복잡한 점도 대운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이다. 실제 화주들도 운하를 이용한 물류 유통에 부정적이다.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수출입 업체 화주들의 76% 가량이 “운하가 필요 없다”고 밝혔고, 고작 6.6%만이 “운하가 건설되면 화물을 운송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만큼 운하가 물류 운송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홍종호 교수는 대운하가 건설되면 내륙에 새로운 산업단지가 개발되고 관련 서비스업도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운하 찬성론자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운하를 이용할 물동량이 없는 터에 무슨 단지가 들어서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운하 건설에 따라 새로운 산업시설과 서비스 산업이 내항(內港)을 중심으로 번성할 것이라는 말은 설득력 없는 공허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이 대통령 측이 집착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허상’일 뿐이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공사 기간이 끝나면 함께 사라지는 임시직인데다, 운하 건설 이후 운영 관련 산업에서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독일 운하의 경우, 갑문 조작, 시설 유지 및 운영에 고용된 인원은 총 380여 명에 불과하고, 내륙수로 운영에 관련된 종사자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3,500여 명 정도이다. 운하의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셈이다. 정부의 실패사례로 꼽히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교통량이 당초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아 지난 5년 간 정부가 운영수입을 보조해준 금액만 4,000억 원에 달한다. 더구나 40~50%에 달하는 건설분담금도 정부예산으로 부담했다. 대운하는 어떨까? 홍 교수에 따르면, 만약 운하 운영주체가 수입확보를 위해 통행료를 받는다면 물동량은 더욱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물동량 확보를 위해 통행료를 면제해준다면 운영수입은 전혀 생겨나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그는 “어떤 경우든 운하가 건설된다면 그 소요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반대주장⑤ 수질오염·환경파괴 불 보듯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 가운데 가장 첨예한 전선은 환경문제다. 반대 진영에 서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환경재앙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먼저, 운하에 주운보가 설치되면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한강과 낙동강은 호수처럼 고인 물이 된다는 것. 물의 흐름이 멈출 경우 수중의 인과 질소 농도가 높아져 부영양화가 발생하는 현상은 다른 호수들의 예에서도 드러났다. 생태지평연구소는 낙동강 물의 정체일수가 지금보다 5.63배 늘어나 수질오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운하 건설 과정에서 대대적인 하천준설 작업이 이뤄지면 수질개선 효과가 있다는 찬성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진영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하천준설은 오히려 강바닥의 생태계를 파괴할 뿐더러, 지하수위에도 영향을 미쳐 교각 등 지상 기반시설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경기도는 팔당 상수원 지역에서 준설사업을 하려 했지만 수질개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계획을 폐기한 바 있다. 선박 사고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오염 요인으로 거론된다. 독일의 운하에서 1999년 한 해에만 무려 519건의 선박 사고가 발생했으며, 해마다 비슷한 숫자의 사고가 일어난다는 게 반대 진영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2001년에는 선박 사고로 라인강에 800톤의 농축 질산염이 유출된 적이 있는데다, 지난해 3월에는 화물 선박이 수로를 이탈해 전복되는 사고가 벌어져 라인강 선박 운행이 한 달 간 중단된 사례도 있다. ■ 반대주장⑥ 태풍 때 해일저항 약화, 대재앙 2005년 미국을 강타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야기시켰던 태풍 카트리나 대참사에는 운하가 관여한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풍이 피해를 일으키는 요소는 태풍이 몰고 오는 강풍과 폭우, 폭풍해일 등 세 가지이다. 폭풍해일은 거센 바람이 지속적으로 바닷물을 밀어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생긴다. 이때 바람이 바닷물을 육지로 밀어낼 경우 해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태풍 매미가 19명의 인명 피해를 낸 천재도 폭풍해일이 발생한 데 기인했다.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전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하산 마시리키 박사는 뉴올리언스 주변지역의 운하로 인한 바닷물의 유입 효과에 주목했다. 멕시코만 연안 수로와 미시시피강 출구 운하가 건설되기 전에는 바닷물이 도시 북쪽 호수로 우회해 범람했으나, 운하 건설 이후엔 접근 거리가 짧아진 뉴올리언스 동편으로 대량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카트리나 당시 멕시코만 연안 수로와 미시시피강 출구 운하의 합류 지점에서 측정된 유입 수량은 운하 건설 이전의 6~7배에 이르렀다. 운하로 생긴 새로운 물길은 해일에 대한 저항력을 낮춰 유속을 3배 이상 증가시켰다. 미시시피 운하로 인해 해안 습지가 파괴된 것도 피해발생에 영향을 끼쳤다. 나무들이 빽빽할수록 뿌리들이 토사를 꽉 쥐고 있어 지반이 튼튼해지고 해일완충 효과도 높다. 그러나 미시시피 운하는 습지를 관통해 건설됐고, 그 결과 운하 인근 지역과 북쪽 호수에까지 바닷물이 유입됐다. 염도가 높아지자 나무습지가 염분에 강한 초지습지로 변하여 해일완충 효과가 급감했다. 또, 선박 통행 때 생기는 파랑 때문에 운하 가장자리의 식물들이 죽고 습지 침식이 가속화됐다. 운하 건설 이전에 뉴올리언스는 16km에 달하는 완충 습지를 가지고 있었다. 미시시피 운하가 없었다면 최고 4.7m에 달한 해일을 1.3m 정도 낮출 수 있고, 제방 붕괴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으리라 분석된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대운하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보았다. 한 언론의 대운하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운하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7.9%로 찬성한다는 의견(30%)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선 직후 대운하 찬성이 43.1%, 반대가 45.6%로 찬반이 비슷했던 것으로 볼 때 반대여론이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국민여론을 정확히 파악하여 공론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총선에서 범야권은 대운하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을 이용, 집권여당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이 우리 피부와 맞닿아 있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지나친 정치쟁점화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