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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여당 내 차기 대권 알력

박근혜·강재섭·이재오·정몽준…총선과정서 드러난 대권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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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2호 박성훈⁄ 2008.04.08 09:23:57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왈가왈부가 벌써부터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보통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가 심화될 때 나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한 지 이제 갓 한 달을 넘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권 초기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 할망정,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이라니, 레임덕이 일찌 감치 오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선인 시절부터 인수위를 통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취임 이후 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정부 내에서 ‘지침’으로 통하는 현실을 볼 때, 레임덕과는 애당초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이 대불공업단지의 전봇대가 트럭의 통행을 방해해 수출기업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하자, 행정당국의 떠넘기기로 10년 이상 방치돼 온 전봇대가 하루아침에 뽑혔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단순폭력으로 덮으려던 경찰에게 직접 호통을 쳐 6시간 만에 범인을 잡게 한 그다. 그런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데 18대 총선을 앞두고 왜 벌써부터 설익은 18대 대선주자 얘기들이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총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실세’와 ‘거물’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17대 대선 후보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하고 있어 그들의 향후 일정도 주목되고 있다. 따라서, 총선 후의 정치구도를 가늠하는 가운데 이러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정치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는 단계는 국회 입성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매번 총선 때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의 윤곽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4.9 총선 역시 차기 대권 구도를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10년 간의 진보정권을 종식시킨 보수정권이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누가 당을 대표해 대선 주자로 나설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한나라당 계파의 주도권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당장은 총선에서의 계파간 지분 싸움이지만, 멀리는 당권 싸움이고, 더 나아가 차기 대권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은 올해부터 4년 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으나, 정치권의 4년은 잠깐이다. 대권을 목표로 삼으면 총선 계파 공천과 7월 당권은 그 선결과제로 들어간다. 대권의 중간 거점인 당권은 대권의 지름길인 것이다. 시기만 다를 뿐, 이는 야당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이재오의 대권 포석 ‘이상득 공격’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한나라당 공천 갈등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정치 본색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당권 장악을 위해선 계파 공천이 필수적이다. 승자 독식이 횡행하는 까닭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은 외견상 시끄럽고 복잡해 보인다. 그러나 친이와 친박 의원들 간의 갈등, 박근혜 전 대표의 공천 비판과 지도부 책임론 제기, 친이 진영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정국 주도권 다툼, 강재섭 대표의 전격 총선 불출마 선언 등 약 2주 동안 이루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대권으로 가기 위한 알력싸움으로 비쳐진다. 먼저 알력싸움의 포문을 열어 총선 전 권력투쟁의 서막을 연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범이재오계 공천 후보자 55명은 3월 23일 갑자기 ‘이상득 용퇴’를 외쳤다. 이 갑작스런 기자회견이 이재오 의원과의 물밑 대화를 통해 진행됐음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들은 겉으로는 민심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고령 다선의 이상득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부진과 그에 따른 정치적 기반의 약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당권을 향한 최대 계파 구성에 몰두해 왔다. 동조세력 55명에다, 자신이 직접 추천했지만 공천 탈락한 원내 20명, 원외 32명 등 52명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는다. 52명 탈락을 그는 ‘이재오 죽이기’였다고 말했지만, 상대 측은 불가피한 견제였던 셈이다. 이재오 의원을 견제할 수 있는 당내 인사는 이상득 부의장밖에 없다는 것이 당의 중론이었다. 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은 대선 때 이명박 선거보다는 자기 선거를 했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이어 불거진 “결국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박 전 대표의 공천 비판도 역시 대권 잡기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재오 대 이상득 공방’이 치열해 당내의 한 축인 친박 계열이 다소 정치 논의에서 소외된 데 따른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속았다’ 박근혜, 강재섭 곧바로 ‘불출마’ 박 전 대표의 ‘잘못된 공천’ 선언으로 당내의 친박세력들은 물론이고, 친박연대·무소속연대 등 당외세력까지 지지에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는 그의 말에서는 당권·대권 의지가 느껴진다. 박 전 대표의 일갈에 총선 불출마로 맞대응한 강재섭 대표의 민첩한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공천 파동을 책임지는 큰 모습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이상득 부의장을 업음으로써 입지가 강화됐다. 정치권에서는 강 대표가 적정 시점에 국무총리를 거쳐 자연스럽게 대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강 대표의 불출마는 (자신의 발언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것은 그 의중을 간파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강재섭 대표는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에서 누가 하나 희생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정하는 데 30분도 안 걸렸다”고 전했다. 자신의 총선 불출마 이후의 거취에 대해서도 당권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차기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답했다. 그는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의도라면 당연히 국회 안에 앉아 있는 게 유리하다. 6월 1일부터 세비도 못 받고 보좌관도 없어지는데 어느 게 손해냐”며 에둘러 마음이 없는 듯이 얘기하면서도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견제 카드’ 정몽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당 대표에게는 라이벌인 호적수 정몽준 의원의 등장도 반갑지 않을 터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가장 적합한 카드로 정몽준 의원을 선택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한나라당 최고위원 자리에 앉히고 선거구도 서울 동작을로 정해 박근혜 전 대표와 당내에서 근접전을 하도록 했다. 당분간 이명박 대통령은 정몽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더욱 심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당외 친박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으며, “당을 위한 지지발언을 하지 않겠다.” “총선 후 그들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당에 역으로 압박을 가했다. 당 밖에서 출마한 친박 인사들도 총선 후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치고 나왔다. 문제는 총선 후다. 총선이 끝나면, 특히 당 안팎의 친박 인사들이 많이 당선된다면, 여권의 권력 투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의 주류와 박근혜의 비주류가 싸우고, 주류 내의 이재오·이상득·정몽준·강재섭 등이 다시 분파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시험대 오른 MB 정치력 일단은 총선승리가 발등의 불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나라당애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 이재오 의원, 정몽준 최고위원이 차기를 꿈꾸면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총선에서의 당선은 차기 주자들에겐 대권으로 가기 위한 ‘입장권’이다. 낙선하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마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 차기 대권 다툼을 왕조시대처럼 역모로 다스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현실이 이 대통령의 고민일 것이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정권 초부터 권력 투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상사’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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