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 “아직은 시기상조다.” 박근혜 전 대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친박’당선자들의 한나라당 복당과 관련해 완전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4·9’ 총선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살아난’ 친박 인사들은 서청원(비례대표), 홍사덕 (대구 서구) 전 의원이 주축이 되어 이끌고 있는 ‘친박연대’, 부산 남구을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된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뭉친 친박 계열의 무소속 당선자 21명,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33명 등을 합쳐 총 5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원내 과반 의석에 겨우 턱걸이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단독으로 국정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친박 세력이 당 내는 물론 국회 내에서 제 3세력을 형성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당 내 견제세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홍사덕 “무조건 복당” 주장 사실 원내 과반 의석에 겨우 턱걸이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단독으로 국정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친박 세력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으로서는 가장 급선무가 친박 인사들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 해결이다. 박 전 대표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당선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복당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으며, 홍사덕 당선자를 비롯한 ‘친박연대’ 일부에서도 ‘조건없는 복당‘ 추진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18대 국회 개원일인 6월 1일까지 복당을 허용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외곽에 있는 친박 인사들과 보수 세력들을 규합해 교섭단체를 만들 수 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압박했다. 박 전 대표 역시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사실 그 분들이 당을 떠나고 싶어 탈당한 게 아니라 쫓겨나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따라서 친박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무조건 한나라당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11일 친박 당선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약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면 잘못된 공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지지받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참패는 아니더라도 안정 과반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측면에서 박 전 대표 측의 협조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친박 인사들을 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복당 문제가 어느 정도 처리되더라도 그 다음에는 전당대회 문제가 대두될 것이므로 쉽게 낙관만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친이’무조건 복당 불허 방침 시사 ‘친박’ 세력의 ‘무조건 복당 허용’ 문제와 관련해 ‘친이’ 진영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친이’ 진영은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친박’ 세력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친박 탈당 당선자들에 대한 무조건 복당 허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내 한 핵심 인사는 CNB 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순수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인사들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친이’진영 인사들은 ‘간신배’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몰아붙인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 당선자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별 허용 방침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안상수 원내 대표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는 지금 논의할 시기는 아니며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선별적으로 영입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며 선별 복당 방침을 시사하면서, 일부 친박 인사들의 무조건 복당 허용 주장과 관련해서는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나온 것은 당헌으로 본다면 해당 행위다. 만약 해당 행위자에 대해 복당을 허용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공천에 탈락하면 전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당선되면 복당하는 일이 반복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당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청원, “비굴하게 애걸 않겠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친박연대가 그렇게 비굴하게 애걸하면서까지 당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현재 의석수가 14석이기 때문에 무소속이나 다른 보수 세력과 연대해서 교섭단체(20석)를 만들면 우리로서는 아쉬울 게 전혀 없다”고 한나라당 측을 압박하면서 “또한 ‘친박연대에 소속된 비례대표 의원 8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복당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복당 방식도 당 대 당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나 정당을 해산하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로서는 비례대표가 임의적으로 탈당하거나 개원 전에 당적을 바꿀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법 규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한편, 총선 이후 곧바로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계속 머물고 있던 박 전 대표가 4월 11일 처음으로 친박 당선자들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의 계파 인사들이 지역구를 찾아와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눠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날 모임이 다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 모임에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이는 복당 문제 등의 발언 수위에 따라 정치권의 풍랑계가 가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으나, 자신의 얘기보다는 계보 인사들의 얘기를 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복당 문제와 관련된 얘기는 물론 박 전 대표의 당권과 관련된 주장들도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권론과 관련해서는 내부의 주장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당권 재도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서청원 대표를 비롯한 홍사덕 당선자 등 원로 측근들은 적극적으로 ‘당권 도전’을 권유했으며, 특히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어려워진 한나라당을 바로잡기를 많은 당원들이 원하고 있다”며 당권 도전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측근들은 “다음 대선이 앞으로 4년이나 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 정치의 관점에서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뿐만 아니라 당내 소수파로서 당권 도전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어 자칫 이미지만 구길 수 있다. 따라서 당권은 김무성·홍사덕 의원 등이 당으로 복당할 경우 직접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든 예정대로 7월 전대가 열리든 간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 전대표와 정몽준 의원 간의 ‘빅 매치’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어 양측 진영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실 박 전 대표가 지난달 “나도 속고 국민 여러분들도 속았다”며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맹비난하면서 “반드시 한나라당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 말이 당권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 친위부대의 세력 확장이 달가울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 전혀 절충하거나 타협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인데 반해,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전혀 현실성이 없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한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친박연대는 대운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따라서 박 전 대표로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아예 꺼내지도 말아야 할 공약’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 등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확대돼 가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한나라당 내부나 ‘친이’ 세력으로서는 이마저만한 고민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